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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는 다른 무더위가 지속되었던 여름이 10월이 되면서 조금씩 물러나고 있다. 기상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앞으로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금년 여름이 가장 덥지 않을 것이라 예견된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라는 현상이 전개되면서 지구의 평균 기온은 점점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점점 녹고 있고, 그 여파로 해안에 위치한 도시들은 물에 잠길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더위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여름은 그다지 반가운 계절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더운 여름을 좋아하고, 또한 바닷가를 찾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그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
이 책에서는 여름철 항구와 그에 인접한 모래사장에서 벌어지는 하루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아울러 그러한 상황이 매일 반복되리라는 것을 책의 마지막에서 제시하고 있다. 새벽 다섯 시의 항구를 깨우는 것은 항상 어부들의 몫이며, 그들은 ‘모래에 첫 발자국을 남’기면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간다. 한 시간 후인 여섯 시에 그들은 저마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 물고기를 기다’리고, 이윽고 여덟 시가 되어 ‘물고기가 가득’한 배를 끌고 바닷가로 돌아온다. 아홉 시가 되어 잡은 물고기를 나르느라 ‘물속에 첫 발을 담’그는 어부들, 그리고 한 시간 뒤부터인 열 시에는 바닷가에 ‘장 보는 사람들과 갈매기들이 북적’이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윽고 ‘장이 파하면 남은 생선은 개들의 차지’가 되고, 바닷가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어부들과 상인들이 어우러졌던 해안의 시장이 파하면, 바닷가에는 ‘눈부신 햇살과 시원한 물을 기대하’는 ‘첫 피서객이 도착’하기 때문이다. 오전 열한 시의 바닷가는 ‘모래가 햇살에 데워’지고 ‘수영하기 딱 좋은 시간이’ 되는 것이다. 정오에는 ‘충분히 따뜻해’진 모래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점심시간이 되어 ‘과일과 바비큐와 샌드위치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다. 오후 두시의 ‘맹렬히 내리’쬐는 햇살에 사람들은 서둘러 물에 뛰어들어 저마다의 놀이를 즐기고, ‘네 시 십오 분 전’의 바닷가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모래는 한 알도 안 보일 지경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붐비던 바닷가에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저녁 여덟 시 무렵에는 ‘서늘한 바람이 설핏’ 불어오고, 시간이 더 흘러 ‘아홉 시 삼십 분’ 무렵에는 ‘해가 바다에 잠’기고 밤이 찾아오게 된다. 하지만 한밤중에도 ‘올빼미 족은 아직도 해변을 즐기고 있’으며, ‘해와 바닷물과 모래의 시간은 내일 다시 돌아온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아마도 다음 날 바닷가의 새벽을 여는 이들은 어부의 몫일 터이고, 물고기를 잡고 장이 열린 후에는 다시 여름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해변은 북적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가 주목한 여름의 풍경이며, 그것을 소재로 그림책으로 만들어 소개하는 내용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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