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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란 단어의 뜻 그대로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만드는 재료가 무엇인가에 따라. 만들어진 스토리는 매우 다양한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최근 각 지자체에서도 지역의 전설이나 인물들을 발굴하여, 그것을 토대로 ‘스토리텔링’을 거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아가 이러한 이미지를 채택하여 축제의 명칭이나 지자체의 특산물에 대한 브랜드로 사용하기도 한다. 관광코스를 개발하는 것 역시 해당 지역의 인물이나 유적지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스토리’는 영상을 포함한 이미지나 글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스토리텔링’의 결과로 만들어진 영화나 문학 작품 혹은 광고 등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민중신화를 토대로 웹툰과 영화로 만들어 성공을 거두었던 ‘신과 함께’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탄생>을 위한 저자 나름의 지침서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관계하면서, 이름바 성공한 작품들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그 내용을 강연으로 풀어냈다고 한다. 그러한 저자의 강연 원고를 토대로 가다듬고 엮어서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강연 혹은 수업의 교재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드라마나 시나리오를 창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일정 기간 동안의 강의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생각되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론도 흥미로웠지만, 나로서는 그동안 우리가 접할 수 있었던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드라마를 창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부제 역시 ‘팔리는 스토리 창작의 절대법칙, 플롯과 후크의 마술’이라고 덧붙였을 것이다.
영화 제작자이기도 한 저자는 그동안 작가교육과 강의를 하면서, 스토리 창작에 필요한 철학과 이론 및 방법을 정리하여 ‘욕망의 레시피’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 결과 ‘결핍과 욕망의 인과관계로 플롯을 짜고, 4막-24블록의 플롯구조로 스토리를 채워라’라는 목표를 염두에 두고, 드라마 창작에 대한 나름의 법칙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특허까지 취득했다고 하니, 저자의 연구가 지닌 특징은 분명히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제시된 ‘플롯(plot)’이라는 개념은 서사 작품에서 스토리가 개연성을 지니고 일정한 질서를 갖추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사건의 진행에 대해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 작품은 플롯이 잘 짜여 있다고 논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기존의 성공한 드라마와 영화의 분석을 통해서, 이러한 법칙을 ‘발견’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가 제작되고 방영되지만, 그중에서 성공하는 작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헐리우드에서도 실제 제작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95%의 시나리오는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시나리오 나아가 스토리텔링의 어려움을 실감하는 현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저자가 밝히고 있는 이러한 법칙을 잘 체득하고 그에 적합한 시나리오를 쓴다면, 과연 ‘팔리는 스토리 창작’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나리오는 역시 창작자의 손에서 오래 머물고, 세상에 빛을 보게 되는 작품은 소수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창작을 하는 사람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으면서 언제나 세상을 향해 자신의 감각을 열어둘 필요가 잇을 것이다.
실제로 언어의 마술사라고 칭해졌던 드라마 작가 김수현이나 최근 성공한 드라마의 작가로 알려진 김은숙의 경우, 그들의 작품을 눈여겨 보면 분명히 그들의 작품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개성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김수현의 과거 드라마들에서는 스토리와 플롯의 힘이 그렇게 강하지 않더라도, 캐릭터의 창조와 그에 적합한 대사가 시청자를 열광하게 만들었던 요인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분석하고 있듯이, 김은숙의 성공한 영화나 드라마 역시 작가가 생산해낸 작품들에서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전형적인 플롯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힘과 속도감있는 사건 진행이 한몫을 한다고 논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스토리텔링의 일반적인 법칙을 깊이 이해하면서, 작가만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영화와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으로서, 실상 ‘스토리텔링의 창작’에 관한 이 책의 내용은 앞으로 작품을 보는 포인트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여겨진다. 물론 드라마 창작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교재로 삼아 기존의 작품은 물론 자신의 작품을 분석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저자는 ‘팔리는 스토리 창작’을 위한 작품의 분석에 치중하고 있지만, 그와 함께 창작자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자신의 개성을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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