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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 관념에서는 집안의 평안을 다스려주는 신을 모셨고, 그 신의 이름을 성주신이라고 일컬었다. 이러한 관념을 토대로 만든 영화가 <신과 함께2 ?인과 연>이란 제목으로 흥행을 이끌었고, 집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성주신의 역할로 마동석이란 배우가 출연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 가정의 길흉화복을 관장하고 있다고 여겨져, 성주신을 모시기 위해 대청마루의 들보에 백지를 접어서 실타래로 묶어서 붙이거나 해마다 옹기 단지에 햅쌀을 담아서 모시기도 했다.
전통신앙에서도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했기에, ‘성주신’의 내력을 풀어내는 본풀이로 ‘성주무가’를 연행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성주굿 무가가 집을 새로 짓거나 이사를 한 뒤 성주신을 모시는 굿에서 부르는 노래’이며, 이것을 구연함으로써 가정의 평안을 기원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것이 민요화해서 불린 것이 바로 ‘성주풀이’라는 노래이다. 지금도 간혹 이사를 하거나 개업을 할 때 돼지머리를 상 위에 올리고 고사를 지내기도 하는데, 이 역시 그러한 풍속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성주무가에 ‘성주의 본향’으로 거론되고 있는 경북 안동의 ‘제비원’에 대한 내력과 그 의미를 탐사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안동문화 100선’이라는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출간되었는데, 아마도 자치단체의 후원으로 안동의 문화와 민속을 소개하는 기획이라고 이해된다. 오랫동안 구비신화와 민속 문화를 연구했던 저자가 ‘성주무가’와 ‘성주풀이’ 등에서 ‘성주의 본향(고향)’으로 언급된 ‘경상도 안동 땅 제비원’의 의미를 탐색하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무가에는 ‘성주 근본이 게 워딘가 / 경상도 안동 땅 제비연의 솔씨를 받아’ 등의 구절이 존재하고 있어, 경상도 안동의 ‘제비원’의 소나무를 집짓는 데 사용하는 목재가 시작된 곳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지금도 경북 안동에는 ‘제비원’이라는 지명이 있고, 그 지명은 그곳에 있는 ‘미륵불’에서 유래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제비원은 어디인가’라는 첫 번째 항목에서는 그곳의 위치와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이어서 몇 종의 ‘제비원의 전설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어지는 항목들에서 다양한 ‘성주무가’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솔씨를 심어 튼실한 목재를 제공하는 장소로서의 ‘제비원’의 의미에 대해서 상세히 풀이하고 있다. 저자는 그러한 무가의 내용들도 중요하지만, 안동에서는 ‘제비원 미륵불’을 통해서 당대 민중들이 자신들의 소망을 빌어주는 존재로 여겼다고 해석하고 있다.
안동시에서는 해마다 ‘안동 제비원 문화축제’를 제비원의 미륵불 앞에서 개최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전통 문화를 계승하려는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형식으로서의 문화 계승에 그치지 말고, 그 의미를 깊이 이해하여 ‘성주신화와 성주굿 무가에 깃들어 있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존중의 세계관을 발견하고 되새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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