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경이란 무엇이며 왜 십이경락보다 먼저 보아야 하는가
23호에서 우리는 발병시원을 살펴봤습니다.
병이 어떤 과정에서 생겨나고,
어떤 원인에서 시작되는지를 보았습니다.
이제 묻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 병과 회복이,
어떤 생명 질서의 큰 틀 안에서 전개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경락을 선으로 생각합니다.
몸에 그려진 몇 줄의 길 정도로 이해합니다.
경락 이름을 외우고,
각 경락이 연결되는 장부를 배웁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경락의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주행학에서 보는 경락은 다릅니다.
경락은 선이 아니라,
인체 내외의 기(氣)가 드나드는 무형의 관도입니다.
그리고 이 관도가 형성되는 과정에는,
먼저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경(奇經)입니다.
## 기경은 무엇인가
기경은 십이경락과 함께,
인체의 생리 질서를 이루는 상위 구조입니다.
하지만 통상 경락을 배울 때,
기경은 나중에 부록처럼 배워집니다.
이는 매우 잘못된 순서입니다.
주행학에서는 기경, 보사, 십이경락을
떨어진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체계로 봅니다.
기경이 먼저 형성되고,
그 기경의 작용 속에서
십이경락이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 기경은 선이 아니라 기류다
흔히 그림으로 배운 경락 노선도를 떠올려보십시오.
선명한 선들이 몸을 따라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경락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경은 고정된 길이 아니라,
인체를 드나드는 기류(氣流)입니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청량지기(淸涼之氣)와
내부에서 솟아나는 부숙지기(浮熟之氣)가
만나고 부딪히며 회류하는 과정입니다.
이 회류 과정에서
기경양류(奇經陽流)와 기경음류(奇經陰流)가 형성됩니다.
## 기경이 인체의 틀을 잡는다
기경이 왜 중요한가요?
기경은 단순한 보조 개념이 아닙니다.
기경은 인체의 틀과 중심을 잡아주는
선차적 생리 구조입니다.
공간의 정수(精樹)가
인체 생리를 형성하는 과정에,
기경은 처음부터 내재되어 있습니다.
태을의 관계에서 보면,
기경은 상하·표리로 드나드는
태을성 운동을 따릅니다.
이는 십이경락이 생겨나는
같은 원리와 수직을 이루고 있습니다.
## 경락이 무형지관으로 이루어지는 이유
기경양류와 기경음류의 충돌과 회류 속에서,
행경운동(行經運動)이 시작됩니다.
행경운동은 내기와 외기가 마주치는,
의미 있는 만남입니다.
이 만남이 계속 반복되면서,
점차 자신만의 지향을 가지는 흐름이 태어납니다.
이것이 바로 무형지관(無形之管)이 되는 경락입니다.
따라서 경락은 물질의 선이 아니라,
기능활동의 조직입니다.
장부 이름의 나열이 아니라,
기와 혈이 드나드는 의미 있는 통로입니다.
## 왜 기경을 먼저 보아야 하는가
정리하면,
기경은 십이경락을 낳는 모태입니다.
기경의 기류 속에서
십이경락이 형성되고,
그 십이경락을 통해
구체적인 생리 활동이 드러납니다.
따라서 경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경락을 낳는 그 생명 질서를 봐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기경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 큰 틀을 가지고,
더 깊이 들어갈 준비가 되었습니다.
25호에서는
기경팔맥이 어떻게 인체의 틀과 중심을 잡는지 살펴봅시다.
임맥과 독맥이 중심을 이루고,
충맥과 대맥이 그 주위에서 8체를 규합하는,
그 역할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것입니다.
26호에서는
십이경심과 십이경락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 발생 과정을 따라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