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권 미 현
작은 씨는
밤나무 상수리나무가 되었다
큰 나무가 베이고 밑 둥 남은
그것마저도 나무라고 또 베인 다
황폐해진 나무의 사정에 땅은 입을 닫았고
휑한 바람 소리에 힘없는 눈은 감긴다
피비린내 난 그 자리엔 조용한 침묵이 비웃고 있다
밤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있었던 가
몇 번의 계절이 뒹굴었을까
따스한 빛 하나 맴 돈 그 속으로
달팽이관 파고드는 세미한 소리
빛의 부름에 침묵은 깨지고
뿌리가 올린 사랑스런 싹이 돋았다
다 죽고 없어진 줄 안 밤나무 상수리나무에
맑은 빛 스며든 피 뿌린 소망
빛의 색으로 물들여져
거룩한 나무가 되었다
그 힘
권 미 현
세상은 대할수록 나는 작아지고
세상은 사랑 할수록 나는 무너지고
세상은 존경 할수록 불안이 커진 다
그는 대 할수록 밝아 오고
그는 사랑 할수록 나를 세우고
그는 존경 할수록 나는 평안하다
그가 내안에 가득하여
내가 그 인지 그가 나인지
차 곡 쌓인 그가
내 안에 떨어져
동그란 파장 일으키면 그것은 진리 되어
두려운 세상도 천국이 된다
그 힘이 나는 꼭 필요하다
정체성
권 미 현
예수를 모르고
예수를 종교 중 하나로 보았다
그는 종교가 아닌 생명이다
예수를 만나고 오직 예수가 되었다
오직 예수가 안 되어 오는 휴유증은
나를 잘못된 곳으로 끌고 갔다
내가 똑똑해야 되는 줄 알았다
내가 성공해야 되는 줄 알았다
내가 힘이 있어야 되는 줄 알았다
열심히 최선을 노력을
마음을 비우고 공덕 쌓으라고
세상이 수고하고 무거운 짐 같은 굴레를
내게 가르쳤다
남편과 자녀가 무탈하고
하는 일이 다 편안히 잘 되어
세상이 요구한 성공의 잣대에
맞추어져 있어야 되는 줄 알았다
뼈 속 깊은
영혼 속에서
알 수 없는 허무함이 높아져 가고
숨을 쉴 수 없는 현기증으로 뛰쳐나가고 싶을 때도
내 생각과 마음은 세상잣대로 여전 했다
어느 날
예수가 그리스도가 되어 나를 찿아왔다
그 손을 놓아라
왈칵 쏟아지는 눈물이 하염없다
오직 예수의 눈물을 알아듣던 순간
세상잣대는 배설물
쥐지 않아도 되는 일체의 비결을 가르친다
좀 모자란들 연약한들 성공한들 안 한들
배운둘 안 배운들 오직 예수 안에서만은
아무 상관이 없다
아무리 성공하고 많이 가져도 지식이 많아도
나 중심 물질중심 성공중심 가지고는
허무함 우울함을 해결 받지 못한다 세상잣대가 아닌
오직 예수의 잣대 안에는 완전한 해방이 있다
오직 예수가 기준이 되면 아가페 사랑이 나를 기쁘게한다
실수도 모자람도 연약함도 오직 예수 앞에 서면 해결된다
아무리 나를 세상이 잣대로 판단 한다 해도
나는 오직 예수의 사람이다
봄바람
권 미 현
연두 빛 숨결에 피어난 봄
말없이 능선위로 봄이 타고 왔다
가지위에 포개 앉은
하얗게 피어난 몽우리
연두 빛 팔 벌린 들녘 넘어
봄 처녀 드리운 애잔한 봄바람
하얀 꽃다발 가지마다
균형세운 잎들이
봄 연주에 춤을 추고
연두 빛 색채는 날개를 펼친다
봄바람 같은 설레임
알 수 없는 잔잔함이
내 마음 끌고간다
고개 내밀며
권 미 현
꽃샘바람 속에 봄이 왔다
꽉 다문 뿌리 속에
깊숙이 들어앉은 생명들을
봄바람이 부른 다
그 소리에
뾰족 고개 내밀어 보지만
서성이는 매서운 바람에
화들짝 고개를 집어넣었다
먼 하늘 위로부터 따뜻한 봄비 쓰다듬어
놀란 새싹을 달랜다
봄을 묻힌 꽃샘바람 앞에
아직은 내밀지 못한
새벽이슬처럼 일어날
화려한 새싹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