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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조시인협회 제37회 전국시조백일장 심사평>
시조는 천․지․인(天․地․人)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사물들을 3장이라는 그릇에 인간의 따듯한 마음을 불어 넣어 창조적으로 표현한 정형시다. 언어 문자를 수단으로 하여 인간이 사물에게 상상력을 불어넣고, 오묘하고도 흥미진진한 운율을 배치해 리듬을 살리고, 이미지를 아름답게 창조적으로 표현한 작품만이 공감과 감동을 준다. 선자들은 응모작품을 심사함에 있어 이 점을 기본으로 시조를 이해하는 능력과 소재의 신선함,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을 눈여겨보았다. 이번 전국시조백일장 응모작은 대학일반부와 학생부를 포함 423편에 이른다. 이 중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온 100여 편의 작품을 정독하고 행간의 깊이를 이해하고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대학일반부는 이수자의 「마디풀」, 고등부는 반동진의 「세월호」, 중등부는 서은희의 「병원에서」, 초등부는 김지은의 「가족 퍼즐」을 각각 장원작으로 선했다. 「마디풀」은 도시 노동자의 아픔과 희망을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마디풀을 통해 시를 이끌어가는 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고, 짓밟히거나 베어져도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고 다시 줄기를 키우는 마디풀처럼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을 잘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밤이면 바람의 경전 온몸으로 읽는다”라든가 “끈 풀린 안전화가 밥집 문 들어 설 때”와 같은 장 등이 선자들을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월호」는 온 국민을 분노케 하고 울게 했던 세월호 침몰사건에 대해 또래인 고등학생의 눈으로 안타까움과 분노, 미안함을 소박하게 그려내고 있다. 상투적인 소재와 서정성에 치우쳐 신선함이 덜한 많은 작품과는 달리 현실의 아픔에 눈을 돌린 시대정신에 주목했다. 「병원에서」는 가락의 유연함이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 듯이 자유로울 뿐 아니라 “피보다 더 진한 빛으로/넝쿨장미 피었다”는 표현을 통해 차가운 병원의 이미지를 화사하게 피어난 넝쿨장미를 대입시켜 인술(仁術)의 따뜻한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다. 「가족 퍼즐」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퍼즐의 빈 곳을 다 채웠을 때 완전한 그림이 완성되듯 엄마, 아빠, 아이가 한 집안에 살아갈 때 비로소 가족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퍼즐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시로 이끌어낸 상상력이 놀라울 뿐 아니라, 각 수에 동심을 심으면서 시를 이끌어가는 힘이 초등학생이 창작한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른 학생들의 작품을 압도하는 뛰어난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각 부문별 위치에 맞는 작품 수준이었다. 대학일반부 응모 작품의 경우 열린 사고가 아닌 닫힌 사고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룬 반면에, 초등학생 작품들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신선함과 자유로운 발상, 시조를 이해하는 힘 또한 선자들을 기쁘게 했을 뿐 아니라 시조의 미래를 보는 듯했다. 입상하는 분들께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세계적인 정형시 시조를 이끌어갈 동량으로 커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학교에서 시조 창작을 지도해주신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심사위원 : 신필영․오종문>
<대학 일반부 장원작>
마디풀
이 수 자
하늘로 손을 뻗어 한 뼘 한 뼘 다가간다 쪽방촌 모서리 잠 눈곱등 밝혀놓고 밤이면 바람의 경전 온 몸으로 읽는다
깨어진 거울 조각 달로 뜬 시장골목 끈 풀린 안전화가 밥집 문 들어 설 때 얼떨결 티비 화면에 부고 같은 김씨 뉴스
빗물 괸 웅덩이마다 기름띠로 둘린 무지개 뚝뚝 잘린 마디들이 신음하는 시간 앞에 풀뿌리 아픔을 딛고 새살 밀어 올린다
<수상소감>
내 사는 이웃의 아픔이자 질긴 생명력
이 수 자
성냥갑 같은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변두리에 새 둥지를 틀면서 나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주어졌다. 작지만 손바닥만 한 텃밭을 통해 자연의 섭리에 새삼 경이로움을 느꼈고, 무릇 생명체가 다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해본 호미질로 밭이랑을 일궈 고추 오이 상추며 부추까지도 심어 보았다. 더구나 담장을 타고 오른 나팔꽃은 나의 게으름을 꾸짖기라도 하듯 아침마다 나팔을 불어 댔다. 그런 틈새에 어디서 어떻게 알고 찾아와 뿌리를 내렸는지 별 달갑지 않는 잡초, 마디풀이 자라고 있었다. 저도 뜻이 있어 한 목숨을 부여받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눈밖에 두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잎 달린 마디마디에 나타난 것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꼬마 풀꽃 요정이었다. 앙증맞은 빨간 풀꽃이 한 계단 한 계단 하늘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 마디풀의 생태를 보며 어쩌면 저것이 내 사는 이웃의 아픔이자 질긴 생명력이란 믿음을 가져 보았다. 울산시민문예대학 시조 강의를 통해 우리시 시조의 중요성과 당면한 시대가 요하는 시조 창작이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를 거듭 역설해 주신 박영식 교수님께 이 영광을 드린다. 더구나 함께 공부하며 힘이 부칠 때마다 멘토가 되어준 여럿 문우님과도 당선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아직도 장원이란 한 통의 전화에 어안이 벙벙하기만 하다. 부족한 졸작 앞에 시조탑의 기단부를 마련해 준 한국시조시인협회와 뽑아주신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약력 이수자 1957년 울산 출생 울산시민문예대학 수료 제17회 울산전국시조백일장 장원
<초등부 장원작>
가족 퍼즐
수영초등학교 4학년 김지은
가족은 퍼즐이야, 엄마 아빠 아이로 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엄마가 안계시다면 구멍 뚫린 퍼즐이지
가족은 퍼즐이야, 꽉 차야 아름다워 아빠가 안 계셔서 엄마가 일 나가시면 쓸쓸한 퍼즐 조각처럼 아이가 혼자 있겠지.
가족은 퍼즐이야, 만약 아이가 없다면 웃음기 하나 없는 조용한 집이 될 거야 이처럼 가족퍼즐은 빈틈 있음 절대 안 돼!
<중등부 장원작>
병원에서
전북 익산 진경여자중학교 3학년 1반 서 은 희
자기 집 안방보다 병원이 더 익숙한 병치레 많은 아이 링거액을 달고 있다. 핼쓱한 표정과 달리 밝은 웃음 머금고
구급차 급한 소리 간호사 뛰는 소리 누구는 신음하고 누구는 죽어가도 피보다 더 진한 빛으로 넝쿨장미 피었다.
<고등부 장원작>
세월호
전남 장성삼계고등학교 3학년 반동진
메마른 그림자를 드리운 백색의 꽃 하늘의 소리 없는 눈물을 머금고서 드넓은 푸른빛 들판 삼켜버린 검은 입.
바람은 모르는지 세차게 몰아치고 차가운 눈길로만 내뱉는 유언비어 얼룩진 노란리본은 흩날려 가버린다.
그을린 마음속에 미소라도 남기려 팽목항 부두어귀 떠도는 너의 숨결 아직도 귓가에 울려 놓지 못한 미련들
제37회 전국시조백일장 입상자 명단
초등부 입상자
중등부 입상자
고등부 입상자
대학 일반부 입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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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많으셨습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수고 했어요 작품도 작품이겠지만 백이장 결과를 이렇게 적나라 하게 알려 주어야 응모를 한 사람이나 그 곁에서 시조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이나 보고 읽고 배우면서 동의를 하게 됩니다.
확실해서 좋은 임성구 선생 짱!
고생하셨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