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을 알 수 없다
1968년 2월.
아무래도 하느님이 잠시 한눈 팔던 날이었을 것이다.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에서 135명이 운명을 팔았다.
그것도 1968년생이 3명이나 팔았단다.
아니 더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침이 있어야 저녁이 있고
저녁이 있어야 아침도 있고
부모가 있어야 자식이 있고
자식이 있어야 부모가 있는 법
이 법이 무색하다.
아침도 없이 저녁이 왔고
저녁이 없이 아침이 왔다.
부모가 없이
자식이 있고
자식이 없는데 부모가 있는
무서운 일이 문득 일어났다.
아마 천지창조 이전 흑암 중에나 있을 일일까.
허공에 떠도는 말들
‘누가 죽였단 말인가?’
‘왜 죽였단 말인가?’
56년이나 시간이 흐른 2024년, 이 시간에도
영문을 알 수 없다.
하느님도 한눈 팔 수 있는가.
영문을 알 수 없다.
* 베트남 민간인 학살 현장인 하미마을 위령비를 참배하고 쓴 시입니다.(2024.7.26.)
*하미마을 위령비 전면
*하미마을 위령비 후면(비문이 연꽃으로 가려져 안 보인다)
첫댓글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오두막' 영화가 생각납니다. 세상에 신이 죽은 것같은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요. ㅠㅠ
베트남에 가셔서도 의미있는 일에 동참하시고, 아픔을 함께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