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식의 문화읽기
이문식 지음/208쪽/12000원/ 두란노아카데미

성서한국운동을 이끌고 있는 문화신학자 이문식목사가 신학적 통찰력과 문화적 감수성으로 우리 시대의 다양한 문화 아이콘을 풀어내고 하나님 나라의 대안 문화를 제시한 책입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목회자들을 위한 잡지인 「목회와신학」에 간간이 이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왔는데 한 사람의 기독교 지도자로서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성경적으로 해석하고 신앙적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것이지요.
우리시대는 문화적 이슈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지요. 그리고 각 문화에는 핵심 가치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또한 그 가치를 미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거대한 무의식적 동의를 재생산해 내는 동력도 깃들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무의식적 ‘동의 구조’(同意構造, hegemony)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면 어느덧 거기에 동화되어 분별없는 삶을 살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지요. 저자는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신앙을 입술로만 고백하며 지극히 세속적인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분열적 기독교인들이 되고 만다고 지적합니다.
저자는 <아바타><뱀파이어><밀양>같은 영화에서부터 성문화와 전통문화까지 종횡무진하며 반짝거리는 통찰을 내보입니다.
이를테면 영화.‘밀양‘을 논하면서 저자는
“빛의 비밀스러움은 종찬의 숨겨짐<은닉성>과 집결된다. 하나님은 역설적으로 평범한 종찬을 통해 빛으로 나타나신다.치유란 이렇게 평범한 사랑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역전에서 노방전도하는 요란한 종교의식과 예배가 아니라 곁을 지키는 묵묵한 사랑의 모습으로 이처럼 말없이 고통의 현실에 늘 함께 있어주는 것, 이것이 바로 밀양이다”(42~43쪽)
라고 섬세하게 짚어냅니다.
또한 이문식의 글쓰기는 강점은 성경에 든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음인데 두세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 내가 그들 중에 있느니라 등의 말씀을 통해 사이버 예배를 비판하고 예수님의 임재가 아날로그 시공간에서 공동체로 모일 때만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는 점은 사이버 예배를 시도하는 이들이 깊이 살펴야할 주심축이라 여겨집니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문화·철학계의 이슈들을 성경적으로 고찰하면서, 파편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통전적 해석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통전적이지 못한 문화 해석은 숲 전체를 조망하지 못하고 나무 한 그루에만 집중하는 식의 접근이 되고만다는 것을 자리 이해한 평론이라 여겨집니다.
저자는 우리 기독교인들은 이야기 공동체(교회)에 속한 사람들이라는 것, 특히 목회자들은 이야기 공동체의 지도자로서 늘 이야기꾼(스토리텔러)의 역할을 요구받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더 풍부하면서도 깊이 있고, 통전적이면서도 예리한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첨예한 문화콘텐츠를 외면할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수용하고 재해석하여서 그 모든 이야기는 성경을 중심으로 풀어내야 다고 충고해 줍니다.
급변하는 현대 문화가 기존 사회의 가치관과 교회의 이념마저 뒤흔드는 이 때, 「이문식의 문화 읽기」가 이 혼란상을 성경의 바탕 위에서 새롭게 정리하는 자료가 되리라 여겨 목회자뿐만 아니라 교사들과 지적 평신도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