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들은 높임말 때문에 한국어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데 높임법을 어려워하는 것은 외국인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높임말을 잘못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선생님이 너 교무실로 오시래.” 학창 시절 누구나 들어봤음 직한 말인데, 흔하게 저지르는 높임법 실수 중 하나다. 동사나 형용사에 ‘-시’를 붙이는 것은 높임말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동생이 왔다.’는 문장의 주어를 어머니로 바꾸면 ‘어머니가 오셨다.’라고 ‘-시’를 넣어서 말해야 한다. 이때 ‘-시’는 서술어의 주체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선생님이 너 오시래.”가 어색한 이유는 ‘오는’ 동작의 주체, 즉 오는 사람이 선생님이 아니라 친구이기 때문이다.
친구를 높여 말할 필요가 없으므로 여기서 ‘-시’는 잘못 쓰였다. 그러면 불필요한 ‘-시’를 빼고 “선생님이 너 오래.”라고 말하면 될까? 그렇지 않다. 선생님을 높이는 장치가 없어서 공손하지 못한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오다’의 주체인 친구를 높일 필요는 없지만 오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은 높여야 한다. 여기서 ‘오래’는 ‘오라고 해’가 줄어든 말이다. 따라서 선생님을 높이려면 ‘하다’를 높여서 ‘선생님이 너 오라고 하셔’, 또는 줄여서 ‘오라셔’라고 해야 한다. 어떤 행사에서 사회자가 ‘호명하시는 분은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호명하다’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므로, 호명하는 사람은 사회자 자신인데, ‘-시’를 넣어서 존대를 하고 있다. ‘제가 호명하는 분은’이라고 하든지, 아니면 ‘호명되시는 분은’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다.
‘내가 아시는 분’이라는 표현도 많이들 쓰는데, 이 말도 말하는 사람이 자신을 높이고 있으므로 옳지 않다. ‘내가 아는 분’이라고 해야 맞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