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냐?
너 자신을 알라.
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이계양이다.
이계양이 누구냐?
나도 모른다.
그럼에도 거듭 ‘너는 누구냐?’고 묻는다면?
먼저 이름의 뜻부터 밝히는 것이 순서이리라.
내 이름은 이계양, 李啓洋이다. 돌아가신 부모님으로부터 이름의 뜻에 대한 설명을 들은 바 없기에 부모님의 삶을 통하여 유추해 보는 도리밖에 없다. ‘李’는 함평 이씨 성(姓)이고, ‘啓’는 나의 항렬자이다. 오직 ‘洋’만이 나만의 이름에 구별된 것으로 ‘큰 바다 양’이다.
‘啓’는 대문(戶) 앞에서 입(口)으로 꾸짖고 회초리로 때리면서(攵) 일깨우니 열다, 일깨우다, 인도하다는 뜻이다. 열다는 뜻을 가진 '개(開)'와 '계(啓)'는 예로부터 뜻이 서로 통하는 한자라고 한다. 다만, '개발'은 물질적 발전과 정신적 발전에 모두 쓸 수 있고, '계발'은 정신적 발전에만 쓸 수 있다. 또한, 정신적 발전 사이에도 '개발'은 스스로 정신적 발전을 하는 것, '계발'은 다른 사람이 가르쳐 주거나 도와줘서 정신적 발전을 하는 데 사용한다. 토지개발과 소질계발을 생각해 보면 구별이 되리라. 어쨌든 ‘啓’는 계발(啓發) 즉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준다는 뜻이다.
洋은 바다의 물결(氵-水)침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양(羊) 떼와 같아 넓고 큰 바다, 큰 물결을 뜻한다.
굳이 이름 啓洋을 자원(字源)적으로 풀어보자면 재능이나 소질, 사상과 같은 정신의 큰 바다를 열어가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아마 돌아가신 아버님 어머님의 나를 향한 바람이 선생님이 되길 바라셨다는 점(사범대학에 진학하였을 때, 교사가 되었을 때 매우 흐뭇하고 기뻐하셨음)을 생각해 볼 때 내 이름의 뜻을 이렇게 추론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으리라 생각해 본다.
사실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이나 하고 있는 일을 생각해 보아도 얼추 맞아떨어지는 바다. 4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 온 것을 시작으로,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 사회에서 ymca를 통한 시민운동, 코리아유라시아로드런을 통한 평화운동, 품질자치 주민자치 시민들을 통한 주민자치운동, 여성인권지원센터를 통한 여성인권운동, 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인성교양 강의, 하하문화를 통한 인문학 강의, 학(學)과 습(習)의 실천적 활동, 시각장애인들의 독서활동 지도 봉사, 학교밖 청소년들과 학교내 학생들을 위한 대안교육운동 등으로 볼 때 그렇다.
소설가 최명희는 <혼불>이라는 소설에서 “세상의 삼라만상 모양 가진 것 중에 혹 이름이 있는 것도 있고 이름이 없는 것도 있지마는, 역할이 분명한 것 치고 이름이 없는 것은 없다. 또 그 이름에는 분명한 뜻이 있다. 정명(正名)으로, 바로 붙은 이름을 바로 쓸 때 사물은 줄기가 바르게 잡히는 법이다.”(혼불 8 중에서)고 이름에 관하여 설파한 바 있다.
나 역시 내 이름의 뜻에 맞게 바르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늘 묻곤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이 두 가지는 내 삶의 주요 과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해서는 ‘주며 나누며 같이 산다’는 마음으로 살기로 했다. 또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에 대해서는 ‘좋은 사람이 된다’는 마음으로 산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 그것은 주며 나누며 같이 사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이웃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길을 걸어가는 사람, 어렵고 힘든 이웃들과 어깨를 겯고 몸과 마음과 물질을 나누는 사람, 곤궁할 때 곁에서 같이 고통을 함께 하는 사람이고자 한다.
성경에 ‘두드려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다“는 말씀처럼 닫혀있거나 잠겨있는 것들을 향해 열거나 트는 역할을 하는 것이 내 이름값을 하는 것이리라 믿는다. 아직도 닫혀있거나 잠겨있는 상태의 영역이나 사람, 세상이 도처에 널려 있다. 열어가야 할 정신과 사람, 영역이 무한 광대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사는 날 동안 열릴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두드리며 열리기까지 나아가리라. 거침없이 세차게 흘러 나가는 물길의 모습을 양양(洋洋)하다고 하던가.
무엇보다도 이계양이라는 사람으로 정신의 바다를 양양(洋洋)하게 열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주며 나누며 같이 살아가는 사람.
인정머리가 있는 사람.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 바로 나 이계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