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원으로 이루어진 주님의 기도
주님의 기도 안에는 일곱 가지 청원이 나옵니다. 전반부에는 하느님과 관련된 세 가지 청원이, 후반부에는 우리와 관련된 네 가지 청원이 나옵니다. 주님의 기도의 틀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경천애인(敬天愛人)입니다. 곧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전반부의 세 가지 청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빠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게 하소서.
- 아빠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 아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후반의 네 가지 청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
- 저희 죄를 용서해 주소서.
-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 저희를 악에서 보호해 주소서.
전반부의 하느님과 관련된 청원기도는 하느님의 고유한 특성을 드러냅니다.
- 아빠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하느님은 거룩하신 분)
- 아빠의 나라가 오시며(하느님은 구원의 통치자)
- 아빠의 뜻이 이루어지소서(하느님은 전지전능하신 분)
후반부의 우리와 관련된 청원기도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을 드러냅니다.
-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인간은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
-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인간은 죄를 짓는 존재)
-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인간은 나약한 존재)
-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인간은 악에 빠질 수 있는 존재)
주님의 기도에서 하느님과 관련된 청원기도가 우리와 관련된 청원기도보다 먼저 나오는 것은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옛날 <천주교 요리문답>에서 첫째 문답은 이러합니다.
“사람이 무엇을 위하여 세상에 났느뇨?”, “사람이 천주를 알아 흠숭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세상에 났느니라.”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 최첨단 기술 문명과 인공 지능 시대를 살아간다 해도, 또 새로운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교리서가 나온다 해도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사업을 하든지, 직장에 다니든지, 농사를 짓든지, 자녀를 키우든지, 그 일을 통해 주님을 섬긴다는 지향을 가질 때에 비로소 의미를 갖습니다. 인간은 아빠 하느님을 흠숭하고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 가슴으로 드리는 기도
마태오복음서를 보면 주님께서 ‘그러므로’라고 말을 떼시며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십니다. ‘그러므로’라는 말은 앞서 했던 말을 근거로 무언가 결론을 내리거나 제안할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마태 6,7-9)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기 바로 전에 하신 말씀은, 그들이 기도할 때 이방인처럼 빈말, 곧 공허한 말을 늘어놓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빈말을 되풀이하다’라고 번역한 그리스어 ‘바탈라게오’는 ‘잡소리를 늘어놓다, 주절거리다’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우리가 주님의 기도를 드릴 때 습관적으로 주절주절 읊어대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빠 하느님께서 이미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시니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지 말고, 깊은 신뢰의 마음으로 기도를 바치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습관적으로 해치우며 그 안에 담겨 있는 깊은 뜻에 집중하지 못하는 때가 많습니다. 기도를 바치는 일 분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에 딴생각을 하거나 얼마나 많이 하는지 모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부르면서 ‘미사 끝나고 집에 갈 때 마트에 들러 소금 사는 걸 잊으면 안 되는데…. 아, 참, 설탕도 사야 해. 설탕이 조금밖에 안 남았어.’라고 말입니다.
한번은 베네딕토 성인이 말을 타고 수도원들을 방문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거지 하나가 성인을 보고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나에게 말이 있다면, 나도 기도할 수 있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이 그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그대가 어떤 잡념도 없이 주님의 기도를 암송할 수 있다면, 이 말을 그대에게 주겠소.”라고 하였습니다. 거지는 곧바로 주님의 기도를 암송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여기까지 기도한 다음, 그가 외쳤습니다. “그런데 안장도 주는 거지요?”
주님의 기도를 허겁지겁 몇 번이고 외우기보다는
차근차근 한 마디라도 똑바로 잘 바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그 어떤 책보다도 훌륭한 주님의 기도를
정성스런 마음으로 겸손한 자세로 묵상한다면
다른 책이 아쉽지 않을 것입니다.
-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주님의 기도의 틀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경천애인(敬天愛人)입니다.
곧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마태 6,7-13)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