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시리즈를 좋아한다. 히어로 영화 팬 중 많은 이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팬일 것이다. 그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디시 코믹스를 원작으로 둔 영화를 좋아한다. 그러나 가장 흥미롭게 지켜봤던 건 엑스맨 시리즈다. 이 시리즈가 디즈니의 20세기 폭스 인수 이후로 끝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엑스맨 시리즈만의 장점은 ‘감성’
엑스맨 시리즈는 감성적인 면에서 다른 히어로 영화와 차별되는 장점이 있다. 디시 코믹스 영화들이 <다크 나이트>를 필두로 현실성과 냉철함에 중점을 두고 MCU 영화들이 <어벤져스>를 향한 서사를 쌓아갈 때 엑스맨 시리즈는 감성이 깃든 시선으로 히어로들을 바라본다. 그 정점에 선 작품이 바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라고 생각한다.
선택으로 갈리는 과거와 미래
영화는 과거와 미래를 교차해서 비춰준다. 인간의 변종이라고 할 수 있는 뮤턴트. 과거는 그 뮤턴트들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때이고, 미래에서는 그 뮤턴트들을 기계가 말살하고 있다. 주인공 울버린은 과거로 돌아가 학살의 단초가 된 한가지 선택을 바로잡으려 한다. 그 과정은 쉽지 않다. 돌아간 과거에서, 훗날 울버린의 스승이 되는 자비에 교수는 절망에 빠져 있다. 그의 능력 중 하나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것인데 오히려 교수에게 절망의 목소리를 불어넣어 고통을 겪게 한다. 울버린은 낙심하고 있는 교수를 미래와 잠시 연결해준다. 그리고 바로 영화의 핵심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자신을 일으키는 미래의 자신
과거의 교수는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미래를 보며 인간을 믿은 것을 자책하지만, 미래의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타인의 목소리로 겪는 고통이 스스로를 강하게 해줄 것이라고 격려하며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한다. 대화의 마지막에서 미래의 교수는 과거의 자신에게 아무리 현실이 고통스럽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이 말로 인해 교수는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울버린과 함께 희망을 통해 과거의 잘못된 선택을 막아낸다.
잘못된 선택에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희망
이후 영화는 다음과 같은 교수의 독백으로 끝맺는다. 과거는 새롭고 불확실한 세상이다. 또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무한한 결과의 세상이다. 작은 물결이 강의 흐름을 바꾸듯 무수한 선택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을 마주한다. 선택의 결과까지 알 수는 없기에 고통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 고통에 몸부림치더라도 내일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영화 속 미래의 교수가 말하는 희망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우리가 종종 잊고 사는 사실을 영화는 위 장면으로 일깨우고 있다.
감성을 살리는 것은 감독과 배우의 시너지
본 작품은 이렇게 다른 히어로 영화에서 보기 힘든 감성이 녹아있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차별점 덕분에 2000년도에 개봉한 <엑스맨>부터 디즈니에 의한 인수로 2020년 시리즈가 끝나기까지 무수한 히어로 영화들 속에서 살아남았다. 이 차별점을 살리는데 큰 부분을 담당한 것은 감독인 브라이언 싱어의 연출과 각본이다. 시리즈가 시작할 즈음의 휴 잭맨이나 제임스 매커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등의 유망주부터 패트릭 스튜어트, 이안 맥켈런 같은 연극부터 영화까지 잔뼈가 굵은 배우들의 호연도 작품에 개연성을 더한다.
자비에 교수처럼, 영화의 메시지가 여러분에게도 희망을 다시 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시련에 부딪히더라도 포기하고 냉소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으로 내일을 준비하길 바란다. 당신이 만약 과거의 잘못된 선택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본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