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걷는다
눈을 뜨자마자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7분쯤 걸어 당도한 곳은 집 근처인 제석산 입구.
싸리비질 소리가 들린다.
정겨운 추억의 소리다.
엳아홉 계단을 오르니 여명에 싸인 어둑한 숲.
두 사람의 실루엣이 설핏 눈에 들어온다.
한 사람은 낙엽을 쓸고 있고, 다른 이는 맨발 걷기에 열중이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의례적인 듯하지만 내심 반김이 서려 있다.
슬리퍼를 벗고 의자에 놓인 부채를 집어 들었다.
맨발이 되어 맨땅에 첫발을 내딛는다.
선뜻한 차가움과 보드라운 촉감이 짜릿한 쾌감을 일으킨다.
선잠에 대한 미련이 싹 가신다.
깔끔하게 비질 된 포슬포슬한 길이 엄마의 정성 어린 손길 같다.
미리 물까지 뿌려놓은 촉촉한 흙길에 아무 염려 없이 발을 내맡긴다.
감사와 미안함으로 걸음마저 사뿐거려진다.
신선한 바람이 반바지 깃을 스쳐 맨 종아리를 간지럽힌다.
밤새 안녕한 새들의 맑은 짖음이 아침을 더 싱그럽게 한다.
가녀린 청음으로 초가을 아침을 여는 풀벌레들의 합창, 간혹 풀숲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와 구애를 청하는 듯 발길을 멈추게 하는 2마리의 두꺼비, 비를 좋아하는지 비 오기 전, 후마다 우리의 발길을 멈칫거리게 하는 지렁이들. 내 맨발 걷기에 동행하는 사랑스러운 자연이다.
내 맨발 촉수 하나하나에 숨결을 불어 넣어주는 건강한 생명체이다.
맨발 걷기!
전국적으로 열풍이다.
맨발 걷기를 시덥잖아 했던 내게도 맨발 걷기의 바람이 푹풍처럼 불어 왔다. 몇몇 지인들의 직접적인 효과와 신뢰도 높은 매스컴에서의 검증은 내 닫힌 귀를 열게 했다.
특별히 갖춰야 할 장비도 없고 장소도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시간 제약도 없다. 걷기 좋아하는 내게 안성맞춤이니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고맙게도 집에서 6, 7분 거리의 숲속, 제석산 입구라니 금상첨화다.
휴일을 맞아 아침 일찍 남편과 첫 맨발 걷기를 하러 제석산 입구에 닿았다. 이미 한 부부가 걷고 있었다. 누가 여기 산자락에 이렇듯 호젓한 아지트를 만들었을까. 단풍나무들로 무성한 산기슭이 오밀조밀 미로(美路)들로 변신을 했다. 산 언덕배기의 황토를 파내어 고랑을 내고, 웅덩이를 만들고 둑길도 만들었다.
요리조리 돌고 돌아도 고작 3, 4분이면 귀엽디귀여운 모든 길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두세 사람이 걷기에 딱 좋다. 두 사람 이상이 걸을 경우엔 서로 부딪힘을 피해 상대방의 진로를 살펴 배려의 길, 미로(微路)로 접어들곤 한다. 고요한 침묵 속 불문율의 예절이 가뭇없이 지켜지는 아지트다.
“맨발 걷기 해서 갑상선 결절이 없어졌어요.”
제석산 아지트의 수호신이 되어 매일 아침이면 맨발 걷기 애창을 하시는 어느 님의 간증.
뿐만 아니라 어지럼증, 피부염증, 가려움증, 불면증 등등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는 맨발 걷기 애호가들의 실증들.
만병의 근원이 마음에서 비롯되듯, 맨발 걷기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곧 치료의 길이 아닐까.
쉴 틈 주지 않고 쏘아대던 모기들이 모두 자취를 감춘 가을이다
더 이상 여물일 없는 집 버린 도토리들이 발길에 차인다.
모든 자연이 버리기를 하고 있다.
난, 무엇을 버려야 할까.
발가벗은 발이 홀가분하다.
한 발 한 발 무욕의 가을을 걷는다.
건강을 걷는다.
첫댓글 흙. 땅 자연의 기운들이 건강한 삶을 연결해주는 듯합니다. 맨발 걷기로 질병들을 고쳤다는 얘기 많이 듣지요. 앞으로도 운동으로 구석구석 건강 다지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