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내일 서울로 갈 것이라고 해서 가기 전에 산책 겸 등산을 같이 하고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어제 올랐던 송비산에 가자고 했더니 좋다는 것이었다.
완사초등학교 옆 등산로 입구에 차를 세우고 오르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방치된 운동기구 설치 장소로 올라 갔다. 응당 갈라진 길과 만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려가 보니 다른 방향 능선이었다. 낮은 야산이라도 등산로를 벗어나면 가시덤불이 가는 길을 가로 막아 힘든 법이다.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가서 좌측으로 조금 내려 가니 등산로와 접해지는 것이다. 낙엽이 쌓인 완만한 산길은 산책하기에 적당하다.
정상에 올라 산불 감시원에게 인사를 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내가 '정상 표지석이 없어 아쉽다. 등산을 하고 이 산의 아름다움을 인터넷으로 소개 하고 싶어도 표지석이 없으니 곤란한 점이 많다.' 라고 했더니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사실은 정상에 표지석을 세우기 위해서 모든 준비를 다 했었는데 松飛山(송비산)의 이름에 飛(날비) 자가 들어가서 무거운 돌을 얹으면 상서롭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소나무' 하고 '날다'는 것은 연관성이 없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옛날 산위에 소나무가 울창했는데 아래에서 보면 소나무가 날아가는 것 같이 보였다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 했다. 옛날 우리가 어렸을 때 이 산을 솔비산으로 불렀지 송비산으로는 부르지 않았다. 후에 기록하는 사람이 우리 말 '솔'을 한자로 바꿔 송(松)으로 표시한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곤명초등학교 옛날 교가에 '솔비산 정기받아' 이런 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딘지 잘못 된 것 같다.
솔자는 '솔개(소리개)'라는 새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솔비'는 즉 '솔개가 난다는 뜻이다' 그러면 의미가 통한다.
솔개라는 새는 사람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새이다. 새 중에서도 솔개는 수명이 아주 긴 조류로 알려져 있다.
수리과에 속하는 맹금(猛禽)류인 솔개는 최고로 약 70년을 산다고 한다. 솔개가 이렇게 오랜세월 동안 장수하기 위해서는 솔개의 생애 중간 쯤에 매우 고통스러운 환골탈태의 과정 하나를 겪어야 한다.
솔개가 약 40년 정도 살고나면 발톱은 무뎌져 사냥도 잘 할 수 없게 되고, 부리도 길어지고 구부러지며, 깃털 또한, 거칠고 무거워져 하늘로 날아오르기가 나날이 힘들어진다.
이 때쯤 되면 솔개는 그대로 죽든가 아니면 약 반년 간에 걸친 매우 고통스런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과정을 거쳐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환골탈태를 하기위해 솔개는 산 정상 부근, 높은 곳에 둥지를 틀고 고통스런 과정을 시작한다.
먼저 솔개는 자기의 부리로 바위를 사정없이 쪼아 길어지고 구부러진 헌 부리를 깨트려 빠지도록 만들고 나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난다.
새로운 부리가 다 돋게 되면 솔개는 다시 새 부리로 무디어진 자기의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 버리게 되고, 얼마 후 새로운 발톱이 돋아 나면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뽑아내 버린다. 약 반년 동안 이러한 과정을 거친 솔개는 새 부리와 새 발톱, 새 깃털을 갖춘 완전히 새로운 솔개로 거듭난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린다.
송비산 정상 삼각점이 박혀 있는 부근의 바위가 유난히도 단단하게 보였는데 혹시라도 솔개가 변신할 때 도움을 준 바위가 아니었는지?
이런말을 감시원 아저씨께 이야기 하고 내려왔다.
松飛山이 맞겠지?
상상은 자유니까 이렇게 생각한 것을 적어 본 것이다.
오는 길에 와인 갤러리에 들렀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두었다.
첫댓글 와인이 맛있었어요 ㅎ
같은 산을 다음날 또 갔지만 느낌이 전혀 다르군
주연이 누구였는가에 따라 누구와 함께였느냐가 중요한것 같아
또 주연이 함께 했으니 더욱 그런가 보ㅎㅎㅎ
언제봐도 정다운길 아마 고향이라서인가보다.
솔(송)비산에 대한 친구의 견해를 읽어보니 그럴듯 해
난 그렇게까지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조그마한것도 예사로 보지않는태도가 창의성교육을 이끈
우러러보는 교육자상인것 같군...
와인갤러리는 어디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