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량지를 닮은 듯 익숙한 주산지의 숲길, 평안함을 느끼며 우리는 도란도란 걷고 있었다.
먼 발치에서 너무나 익숙한 중년의 남녀가 두손을 꼭 잡고 그것도 팔을 앞뒤로 흔들어 가면서 걷고 있다.
저 모습은 일상 속 부부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불륜들 끼리만 할 수 있는 모습인데 저들은 왜 정식부부가 돼 가지고 저렇게 옹삭스런(?) 모습을 하고 걸을까? 생각하며 우리는 뒤에서
수군거렸다.. 그것도 우리가 그토록이나 존경하고 애정하는 교수님 부부가 둘이 따로 바람 피우고 있는 것을 목격이라도 한 듯 경악하며.
우리는 일제히 야유 아닌 야유를 보내며
다같이 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손빼~ 손빼~~
빼나??안뺀다~~
더 큰 목소리로,
우세스럽다.~우세스럽다~.외쳤다.
그래도 안 뺀다.
뻔뻔하다~.뻔뻔하다.~외쳤다.
그러나, 안뺀다.
더 더 큰 목소리로, 체통을지킵시다.~체통을지킵시다~.외쳤다.
안 뺀다.
안 되겠다.
우리는 '부러우면 지는거다' 라는 절박함으로 마구 뛰어서 '꼴불견 부부'를 뒤로하고 둘둘씩 짝을 지어 손을 잡고 흔들며, 보란 듯이 부럽지~부럽지? 외치며 뒤를 돌아봤다. 두분은 그저 빙그레 웃고 계셨다.
우리는 우리들이 틀림없이 부러웠을 것 이라고 그냥 믿어 버리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교수님이 영희언니 손을 잡으며 "손이 많이 차다"며 염려해 주셨다.
영희언니 얼굴에 "무궁화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한 듯했다.
순희언니 손도 꼭 잡아주시며 "손이 참 따뜻하다." 하셨다.
제비꽃처럼 수줍은 얼굴로 "나도 사랑해 주세요." 말한 것 같았다.
돌아가면서 손을 다 잡아 주시고 싶어 하신 듯했다.하지만 나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절대 손을 내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 조용히 외쳤다
"졌다~저부부에게"
"부럽다~저부부가"
나도 집에서 따라 할라치면 우리집 남자는 미쳤냐?하겠지 ㅠㅠ
첫댓글 주산지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을 보셨군요!!! 저도 무지 부러웠습니다. 두분 손잡은 사진이 제게 없네요. ㅠㅠ
와~~ㅜ
글이 현장감 있고 생생 합니다.
이렇게 잘 씀서 빼고 그러믄 아니 아니 됩니다.
넘넘 부러운 교수님 사모님 커플.♡
늘 행복 하시고 건강 하세요.
저도 한집에 살고 있는 남자 손을 잡아 보려 했는데 .
ㅠ
쑥스럽고 또 보면 😴😨가 나고 ㅠㅎ
그래도 노력 중 입니다.
못 본 풍경이지만 언니의 재미난 입담으로 더욱 실감나는 손잡고 걷는 중년부부의 현장체험학습을 보는 듯합니다요~^^
아이구~~
귀여워~~
글이 어쩜 이리 귀엽다니~
이제 아기편지에 인사 올렸고 물꼬도 틔웠으니
매월 만나기로해요.
문장가의 기질이 보입니다!
우선 노년아닌 중년이라 칭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아~ 글, 넘 재밌어요 사랑스럽고요.
근데요 왜 부부가 손잡는게 우세스럽고 뻔뻔하고 체통없고 꼴분견인지요?(절대 따진게 아님)
도통 모르겠습니다.
우리 하하 님들이 서로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따뜻해 보였는지요.
손잡는 일, 사랑의 전류예요. 남편 님과 꼬옥 손잡고 산책 나가보시길요.
부러워서 그런 거죠^^ "우세스럽고 뻔뻔하고 체통없는 꼴불견", 완전한 반어법이죠. 보는 저희들 너무 행복했답니다!!
애정표현을 은현 언니가 심하게 반어법을 쓰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