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지금은 허구가 현실이 된 사회.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인정받고 사랑받는다. ”
지난 11일 오후 7시 한림대 도헌 학술원에서 한림연단에 첫 타자로 진중권 교수의 전공인 미학에 관한 강연을 진행하며 진중권 교수가 한 말이다.
디지털 시대 이미지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진중권 교수는 이미지의 변천과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미지의 변화에 대해서는 사진 등장 이후 대량생산 시대와 맞물려 발생한 이미지 대량 복제이다. 작품의 원작이라는 개념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대량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오리지널리티, 즉 작품의 기원이 사라진 지 오래라고 전했다. 이러한 복제는 요즘 시대 ‘팔로워 수’와도 연관이 있다. 진 교수는 SNS의 팔로워 수는 내 게시물이 복제되는 수와 같다고 언급하며 요즘 사람들이 팔로워 수에 얽매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진교수는 이미지의 홍수인 현대 사회에서 딥페이크와 가짜 뉴스를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보았다. 사진은 반드시 피사체가 있어야 증거 대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런데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짜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법정에서의 사진 증거물의 가치가 떨어진 것을 문제로 꼽았다. 사진이 진짜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진중권 교수는 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힘든 상황에서 사람들이 진짜 가짜를 굳이 구별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이젠 믿어주기로 한 거예요”, “정치마저도 뭐가 허구인지 헷갈리는 두 세계가 있는 것 같아요”라며 사실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에 불을 지피는 연료가 바로 가짜 뉴스이다. 도대체 뭐가 맞고 틀린 것인가? 이는 정치 편 가르기에 가짜 뉴스가 유용하게 쓰이는 이유이다.
이날 진교수의 강연이 끝나자, “요즘 애들은 어릴 때부터 유튜브로 가짜 뉴스를 접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졌고 진중권 교수는 “그건 선생님들이 생각하셔야 될 거 아닌가요” 라면서도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디지털 사용을 줄일 수 없는 대신 콘텐츠를 제대로 읽고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강연은 미학 이론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정치평론가인 만큼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질의응답이 이어지며 마무리됐으며 진중권 교수는 정권에 대해 어느 편도 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림대 시민지성 한림연단에서는 한 한기 동안 나태주 시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정지아 작가. 최철주 전 중앙일보 대표가 강연자로 연단에 설 예정이다.
2024년 09월 24일 송예린 기자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한임 연단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출처: 박도협/한림학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