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이름”
이름은 단지 이름으로 끝나지 않고 그 이름의 주인을 드러냅니다. 역사적 인물들을 보면 어떤 이름은 명예로운 이름으로, 어떤 이름은 수치스러운 이름으로 인식됩니다. 그 이름의 주인공이 명예로운 삶을 살았으면 명예로운 이름이 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수치스러운 이름이 됩니다. 군 신병교육대에서나 교도소에서는 훈련병이나 수인들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번호로 부릅니다. 훈련병이나 수인들을 인격으로 대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름은 그 사람 자체를 대변합니다.
하느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성경에서 하느님과 하느님의 이름은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는 것은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이요(시편 30,5; 97,12; 111.9 참조) 그러므로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기를 기도하는 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거룩히 빛나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성서학자 멀홀랜드James Mullholland는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를 설명하면서 실제로 있었던 예를 듭니다.
우리 형이 다섯 살이었을 때 식품점에서 엄마를 잃은 적이 있었다. … 형은 자기 키보다 높은 선반보다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엄마는 형이 떨리는 목소리로 “헬렌! 헬렌!”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 형을 잃어버린 줄 몰랐다. 엄마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서둘러 형을 찾았고, 형을 끌어안고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물었다. “엄마 이름은 왜 불렀니?” 그러자 형은 대답했다. “여기는 ‘엄마’들이 너무 많잖아요. 하지만 ‘헬렌’은 엄마 하나일 것 같아서….”
다섯 살 꼬마가 다급하게 ‘헬렌’이라고 부를 때, 헬렌은 단순히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아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고 돌보아 주는 사랑으로 가득 찬 ‘그 엄마’를 의미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기를 기도하는 것은, 그 이름을 가진 전지전능하시고 나를 지극히 사랑해 주시는 아빠인 ‘그 하느님’이 거룩하게 빛나시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는 온 땅에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하게 빛나기를 청원하는 것입니다. 그럼 누가 그분의 이름을 거룩히 빛나게 한다는 말일까요? 하느님 자신입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스스로 거룩히 빛나신느 존재입니다. 우리는 그분께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거룩함을 찬미하고 영광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부모라 할지라도 자녀가 망나니짓을 하면 부모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됩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거룩하고 존귀하신 분이지만, 자녀인 우리가 그릇된 행위를 하면 그분의 이름이 더럽혀질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우상 숭배에 빠져 그분의 이름을 여러 차례 더럽혔듯이(에제 20,8-9; 36,20-23; 이사 48,11; 52,5-6 참조) 말입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처했던 환경 때문에, 교부들은 신자들이 각자의 삶에서 아버지 하느님의 이름을 거룩히 빛내야 한다는 책임을 특별히 강조하였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모르는 이방인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신자 하나가 이방인들에게 받는 평가는 그대로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을 만큼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니사의 그레고리오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히 되소서”라고 기도하는 사람은 하느님께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제가 나무랄 데 없이 의롭고 경건하도록 모든 나쁜 행동은 멈추고, 진실을 말하고, 정의를 행하고, 성실히 생활하고, 정결히 빛나며, 지혜와 절제를 갖추고, 저 위에 있는 것을 지향하고, 이 땅에 있는 것은 하찮게 여기며, 천사와 같은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 되도록 당신 은총으로 저를 도우소서.”
오늘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으로는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하고 기도하지만, 실제 삶에서 제대로 살지 못한다면 그분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빛낼 수 있을까요?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면서,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콜로 3,17)
우리가 기도할 때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듯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때에도 예수님의 이름으로 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예수님과 일치해서 하는 것입니다. 오직 하느님의 영광만을 위해 사신 예수님과 일치해서 모든 일을 할 때 하느님의 이름이 자연히 빛나게 됩니다.
아빠스 테오도루스가 제자에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부님, 어느 것이 옳습니까? 제가 저 자신의 영광을 추구해야 합니까, 아니면 치욕을 추구해야 합니까?”
아빠스 테오도루스가 대답했다.
“나는 치욕보다 영광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내가 어떤 선행을 하고 그것에 대해서 자신을 칭찬하려 한다면, 나는 즉시 나 자신을 향해 칭찬받을 가치가 없다고 말함으로써 내 생각들을 단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욕은 악행에서 옵니다. 나의 경솔하고 무례한 언행들, 파괴적이고 비도덕적인 언행에서 나옵니다. 만일 사람들이 무례하고 경솔한 내 행동 때문에 충격을 받는다면, 내가 어떻게 하느님의 이름을 드러낼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모든 일에서 아버지 하느님의 이름을 거룩히 빛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오직 하느님의 영광만을 위해 사신 예수님과 일치해서
모든 일을 할 때 하느님의 이름이 자연히 빛나게 됩니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