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 사장의 '노조 탈퇴 종용 사건' 10차 공판에서 피비파트너즈 노조위원장이 사측을 대변하는 듯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SPC 측은 기존에 있었던 노사 간 사회적 합의 이행 증거로 녹취를 공개하면서도 어용노조 기용에 대해서는 "복수 노조 사이는 원래 갈등 있다"며 부정했다.
2일 10시 허영인 SPC 회장의 '노조 탈퇴 종용 및 불공정 인사를 받게 한 혐의'(노동조합법 위반)를 두고 열린 10차 공판이 6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SPC와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트지회 간 갈등의 불씨였던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와 관련해 전진욱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 노조위원장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해당 녹취록은 민주노총이 아닌 SPC 측이 증거 자료로 법정에 제출한 것이다.
녹취록에는 전진욱 노조위원장과 한국노총 간부가 임금 문제에 대해 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빵기사 임금 및 처우 문제는 파리바게트지회가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의 핵심이다. 전 위원장이 "(제빵기사들) 임금도 많이 올랐고 사회적 합의 잘 되고 있지 않냐"라며 묻자, 간부가 "잘 되고 있습니다"라고 답하는 대화였다. 요구했던 임금 인상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 여전히 원색적 비난과 공격을 이어간다는 뉘앙스의 발언도 포함됐다. SPC 측은 한국노총(피비파트너즈)의 경우 사회적 합의 이행을 인정하고 있지만 민주노총(파리바게트지회) 측은 여전히 임금이 충분히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임종린 화섬노조 파리바게트지회장은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지 않았음은 회사 내부에서 확인한 공소장에도 적혀 있는 부분”이라며, 사측의 증거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이 한국노총 소속인 점을 미뤄 앞선 녹취가 SPC와 한국노총이 한 몸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의 전화 녹취록이 공개됐다는 것은 당사자가 해당 내용을 제공했다는 말인데, 이미 지난번 공판 전 위원장이 사측의 지시를 받아 행동했다는 증거가 공개돼 어용노조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그리고 임 지회장은 “(회사에게) 아직도 임금 상승이 유의미하게 이뤄졌다는 공개적 자료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하며 이행 내용에 대해서 전면 부정했다. 전달받은 자료는 존재하나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가공했을뿐더러, 지회가 자료에 ‘연차 당 동일 임금 달성 통계’를 포함해 다시 제공할 것을 요구하자 이후 추가적인 자료 전달은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 25일 공판에서 공개된 다른 녹취록에서는 사회적 합의 불이행에 대해 인정하는 듯한 백모 SPC 커뮤니케이션실 전무와 국회 관계자의 대화 내용이 밝혀진 바 있다. 관계자는 “(합의가) 이행이 안 된 것 같다”고 발언해 이날 사측이 한 주장과 상충하는 모습을 보였다. “3~5년 차 정도는 맞춰졌는데 그 뒤로는 갈수록 갭이 벌어지더라. (회사는 이행이 안 됐는데) 누가 이걸 검증도 못 하는 상황”이라는 말이 뒤이었다.
한편, 증인으로 출석한 백 전무는 반대 심문에서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사례를 들며 “복수 노조는 (외부 개입 없이도) 원래 갈등을 빚기 마련”이라며 피비파트너즈와 파리바게트지회 사이 노노 갈등에 대해선 복수 노조의 특성일 뿐 사측의 고의적 조장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복수 노조란 하나의 사업장에 두 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병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대중공업은 2020년 이후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와 현대로보틱스 노동조합이 있는 3사1노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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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트지회측이 허진수 SPC 사장의 체코 순방은 지회에서는 일단 회사가 잘되면 좋기 때문에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해 맥락상에서 제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