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이전 김유정 문학상 탄 한강 소설 <작별>, 숨은 보석이 되다.
지난 2018년 제12회 김유정 문학상의 주인공은 한강 작가였다. 총 20편의 중·단편소설 중 가장 우수한 소설로 선정된 한강의 <작별>은 당시 “존재와 소멸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경계”라는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았다.
김유정 문학상은 한국 문학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소설가 김유정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가장 우수한 작품에 주는 문학상이다. 그리고 지난 10일, 노벨문학상으로 한국 문학계에 다시 한번 역사를 쓴 한강의 소설 ‘작별’이 2018년 제12회 김유정 문학상에 선정되었던 것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작품 ‘작별’은 어느 날 벤치에서 잠깐 잠에 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눈사람이 된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오래전 남편과 이혼을 하고 홀로 고등학생 아들과 함께 살고있는 주인공은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권유받았다. 그리고 매일같이 사무실에 사물처럼 앉아있다가 지하철에 실려 돌아오는 삶을 반복하는 주인공은 더이상 자신이 자신의 몸에 속해있지 않는다고 느낀다. “언제나처럼 그녀는 자신이 더이상 자신의 몸에 속해 있지 않다고, 그 주변의 사물이라고 상상했다.”라는 책의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은 그녀가 인간의 삶이 아닌 사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에 무뎌진 상태를 그려내고 있다.
심사위원 평가에는 “눈사람이 된 그녀는 연인과 가벼운 키스를 하고, 아이와 끝말잇기를 하고,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걸고, 남동생에게 연락을 한다. 그 과정에서도 그녀는 조금씩 부스러지고 조금씩 녹아내린다.” “눈사람의 운명은 녹아서 사라지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녀가 소멸의 운명 앞에서도 인간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소멸이라는 운명을 운명에 대한 사랑(amour fati)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라며 소설 ‘작별’이 사라지는 불가피한 운명 앞에서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서부터 인간이 아닌지를 섬세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해당 심사는 젊은 평론가들의 예심을 거쳐 총 스무 편의 중·단편소설이 본심에 올라간 후 소설가 오정희, 소설가 전상국 그리고 평론가 김동식 심사위원의 최종 심사를 거쳐 결정된 것이다. 최종 심사까지 올라간 5편의 작품에는 박민규의 <마리, 누나와 나>, 윤성희의 <여섯 번의 깁스>, 편혜영의 <후견>, 한강의 <작별>, 한유주의 <강원도식 결말>이 올랐다.
소설가 한강은 1970년 11월생으로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등단했다. 이후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작별’은 제12회 김유정수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림대학교 송예린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