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소로 가는 길은 일부러 버스를 타고 40여분을 갑니다.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기도 하고 멍하니 창밖을 보며 머릿속도 비우고 싶어 운전을 하지 않습니다..
오늘 상담가는 제게 숙제를 냈습니다. 10대부터 지금까지의 좋은일과 나쁜일을 적어보라고요. 10분의 시간동안 생각나는대로 적어봤는데 기쁜일은 한두 가지로 , 슬픈일은 서너 가지로 많았어요. 부연설명을 해달라기에 간략히 대답했는데 당신은 남들이 겪을 고통과 슬픔을 몇 배의 강도로 더 겪어와서 지금 너무 지치고 의지할 곳이 없는데도 혼자 강인해지려 애쓴다고 하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왜 내가 한달이 하루로 압축되어 후다닥 시간이 흘렀으면 했는지, 어서 시간이 흘러 엄마 떠나시는거 잘 보내드리고 다빈이 성장해서 자기인생 즐기며 살고 그러면 이제 나도 내 책임 다 했으니 내 삶을 말끔히 정리하고 가자.. 그생각이었거든요. 뵙고싶었던 고마운 분들 멀어도 찾아가 인사드리고 홀가분하게 떠나면 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3일장도 필요없이 바로 화장해서 밥알에 섞어 산에 뿌리거나 석모도 찾아가 아빠랑 동생 있는 곳에 뿌리라고 그러고나서 내 지인들에게 엄마와 친구해주셔서 감사했다며 엄마 잘 떠나셨다고 자식으로서 인사드리라고 말해줬지요.
물론 상담가는 절대 그런 생각 하지도 말고ㅡ 말도 말라고 하는데 저는 그래요.. 내가 이 세상에 온건 내 의지가 아니었으나 내가 떠나는 건 내가 맘에 드는 날 가고싶은 겁니다.. 내 할일 내 책임 다 했으니 의무는 이제 없으니까요.. 이제는 그 7번 국도를 달려보고 싶은 바람도 사라졌거든요..
나는 삼담소를 나오며 그녀에게 정미조씨의 '석별'이란 노래를 들어보라고 권했습니다.. 헤어지기 좋은 날, 나도 그렇게 조용히 무던히도 애썼던 나와 평화로운 이별을 하고 싶은 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