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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自尊心)’은 다른 사람에게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게 여기는 마음을 의미한다. 즉 자존심을 지키는 행위는 늘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서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따라서 자존의 대상은 개인일 수도 있고 또는 특정 국가나 계층 혹은 집단이 될 수도 있음을 전제해야만 한다. 더욱이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상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출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하겠다.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가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존중받은 만큼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다.'라는 표현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듯이, 대개는 상대방을 무시하면서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은 한 월간지에서 ‘인터뷰 특강’이라는 형식으로 진행했던 6차례의 강연을 정리하여 엮어낸 결과물이다. ‘자존심’이라는 주제로 펼쳐진 강연은 미학의 관점에서정의하는 내용으로부터 과학자의 시각에서 뇌과학을 활용하는 주장, 그리고 당시 첨예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던 한국과 미국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도 강연에서 주요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여기에 이주노동자와 노동문제 전문가가 함께 강연 현장에서 협업으로 진행되었던 강의도 소개되어 있으며, 여성학자의 시각에서 자존심은 독립적인 존재의 문제가 아닌 ‘누구의 자존심’이며 또한 서로 다른 존재들 사이의 ‘자존심의 경합’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도 인상 깊게 다가왔던 내용이었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러시아에서 귀화했지만 한국 사회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박노자와 협업으로 강연을 진행한 고미숙의 입장도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의 강연에서는 조선 후기의 지식인으로서 박지원을 사례로 들어, ‘자존심과 콤플렉스’의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게 여겨졌다. 강연자들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청중들에게 해당 주제를 설명하며 이끌어가는 사회자의 역할도 주목할 수 있었는데, 이와 더불어 강연이 끝나고 청중들의 주장이나 질문에 답하는 내용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강연의 기획자는 책의 머리말을 통해서 ‘나를 내세우는 게 아닌 공존과 연대의 창(窓)으로서 자존심’의 문제에 접근하자고 제안한다. 나아가 강연자의 관점에서 제기한 나와 남을 동등하게 배려하는 마음에서 자존심의 가치가 발휘될 수 있다는 다음의 주장이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철학적으로 봤을 때 ‘나’와 ‘남’은 결국 ‘불이(不二)’, 곧 둘이 아니다. ‘나’에 대한 나 자신의 태도는, 결국 ‘남’에 대한 태도로 연장된다. 자신에 대한 존경, 즉 ‘자존’의 결여는 ‘남’에 대한 존경의 부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존은 기본적으로 ‘세상에 대한 건전한 태도’라고 풀어도 좋을 듯하다. 자존은 곧‘나’와 ‘외물’을 평등하게 존중함으로써 결국 이 세상을 수평적으로, 공존과 연대가 가능한 것으로 보려 하는 마음 자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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