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육림고개 도시재생 사업의 실패, 문제는 소통의 부재였나?
한때 춘천의 경리단길로 불렸던 춘천 원도심 상권 중 하나인 ‘육림고개’ 골목은 사람들이 바글거렸던 과거와 달리 현재 유령골목이다. 2006년에 폐관된 춘천의 최초 영화관인 육림극장이 있었을 당시만 해도 양옆으로 육림극장과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 그리고 풍물시장을 끼고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육림고개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현재, 00여곳의 상점이 들어와 있지만 영업을 이어가는 상권은 10곳도 채 되지 않는다. 13일 오후 13시경 취재한 모습으로 상점 곳곳에는 이미 임대 딱지가 붙었고 가게는 남아있지만 영업을 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골목이 활성화된 후 2017년 춘천시는 육림고개에 ‘청년몰’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으로 청년 창업가에 임대료를 지원해 주며 상권 입주를 독려하는 정책을 시행했으나 약 50억 원의 투자가 이루어졌음에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기다 못해 현재 상권들마저 거의 빠진 상태이다.
이러한 원인에는 코로나의 여파뿐 아니라 육림고개에 입주한 청년 창업가, 춘천시 그리고 춘천 시민들 간 소통에 어긋남이 있었다. 자세한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10년 전 ‘육림포차’를 운영하다 가게를 접고 올해 11월, 같은 자리에서 다시 포차를 운영하는 육림포차 사장님과 육림 고개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5개월 된 '수제과점' 사장님의 인터뷰를 통해 상인의 관점에서 육림고개의 실태를 파헤친다.
[육림고개의 '육림포차', '수제과점' 사장님 인터뷰]
- 전에 한 번 영업을 하셨는데, 10년 전 그때 골목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육림포차 사장님]
“청년 사업몰 사업을 한다고 해서 상가도 많이 들어오고 청년분들이 지원도 많이 받으시고.. 그때는 괜찮았죠. 코로나 전이기도 하고 시에서 신경 써줘서 청년들이 많이 와서 오픈하고 그랬어요. 처음엔 잘 됐는데 뒤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관리도 안 되고 청년분들은 다 빠져나가시더라고요. 처음은 좋았는데 후반까지 관리가 잘 안된 것 같아요”
- 코로나 전에도 청년 창업가들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었나요?
[육림포차 사장님]
“있었죠, 창업가분들이 장사를 처음 하는 데다 유동인구가 워낙 적다 보니 장사가 재미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육림고개가 지리적으로 애매하거든요. 양옆에 아파트와 브라운 5번가에 껴서 이도 저도 못하고 밑에 있던 풍물시장이 빠져나간 후에는 사람들이 더 안 와요”
“청년분들 임대료 지원으로 많이 입주하시다가 장사가 잘되니까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린 거예요, 임대료가 아직도 너무 비싸요. 청년분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많이 되죠. 임대료 지원 사업은 이미 끝났고 시에서는 골목 살려보겠다고 이런저런 행사를 많이 하는데, 저희 상권에 실제로 도움이 된 적은 없어요.
"행사하면 사람들이 꼬이긴 꼬여요, 애들 데리고 갈 데가 없으니깐, 그런데 앞에 화려하게 꾸며놔도 우리 상권들과는 개연성이 없어요”
"청년분들이 처음에는 잘 됐는데 그렇게 많이 빠져나간 다는 건 무슨 문제가 있었다는 거예요. 시에서 입주만 도와줬지 이후에 체계적인 관리를 안 했어요"
- 그렇다면 사장님은 시에서 다른 지원을 받으신 적이 있나요?
[육림포차 사장님]
“지원 사업이 있긴 있었어요, 나도 노후 공사 지원받아서 샤시 공사 하나 했는데 겨우 이거 밖에 못했어요. 육림고개 건물 자체가 몇십 년 된 오래된 건물들이라 칸도 작고 노후됐어요. 근데 샤시 몇 개로 작업장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티도 안 나요. 지원을 해주긴 해주는데 찔끔 도와주는 느낌이에요.”
“시에서 매주 무언가를 하긴 해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건 없어요. 생각만으로 일을 진행시키고 이렇게 직접 나와서 뭐가 문젠지 얘기를 들어보고 그런 적은 없어요. 그리고 지금 육림고개 상인 회장도 없어서 이런 얘기를 전해주지도 못해요”
[수제과점 사장님]
“지역창조경제센터 직원분들이 가게에 잠깐 커피 마시러 왔다가 본인들이 이런 일 관련하는 사람들이라고만 알려주셨지 특별히 육림고개의 방향성이 어떠하다고는 얘기된 게 없어요”
- 행사나 축제가 일시적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데 그친다고 느끼시나요?
[육림포차 사장님]
“그렇죠, 이 앞에서 플리마켓을 하는데 저희 골목에 다양한 상권들과는 좀 동떨어진 것들이라 직접 가게에 찾아와서 구매하고 가시는 분들은 없어요. 춘천시에서는 탁상공론해서 나온 행사만 주최하는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저희한테 도움 되는 게 없잖아요."
[수제과점 사장님]
“춘천 명동에서 크게 연예인들 불러서 공연해도 사람들이 딱 거기에서 그치지 여기까지는 안 와요. 주변에 여러 상권들을 연결해서 하는 행사가 있으면 좋겠는데 다 흩어져서 축제를 벌이는 느낌이랄까요, 예를 들면 지역을 하나로 연결해서 투어하면 스탬프를 찍어 준다던 지 그런 것들이 있으면 좋겠죠. 어쨌든 중앙시장, 명동, 브라운5번가, 육림고개 다 같은 상권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서로 좀 연결해서 같이 하는 행사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 혹시 골목에 가장 문제라고 느끼시는 부분은 없으신가요?
[육림포차 사장님]
“주차 문제죠, 제일 심각해요. 여기는 주차할 곳이 없어서 내가 내 집에 차를 못 끌고 와요. 여기는 일방통행이 아닌데 불구하고 양방향 통행도 안 돼요 좁아서. 그리고 그런 행사가 있으면 다를 차를 가게 입구 앞에 대고 가요 남 영업도 못하게. 그래서 장사 잘되던 육림 닭강정은 주차 때문에 장소도 이전했어요”
“빈 곳이 여기 앞에 공원이랑 공영주차장도 좁은데 그 앞에 시에서 건물을 지어 놨어요. 주차장이나 짓지 쓰지도 않는 건물을 만들어놨어”
- 육림고개의 ‘청년몰’이라는 슬로건은 마음에 드세요?
[육림포차 사장님]
“나쁜 건 아닌데, 애매해요. 여기 상권이 다 청년몰이 아니거든요. (오랫동안 자기 영업하고 계시는 연세 있는 분들도 계시고) 새로 들어온 청년분들도 있고 하니까 좀 따로 노는 것 같아요. 통일성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오면 뭘 소비하고 가야 되는 거지? 싶으실 것 같고."
"푸드 거리면 푸드거리, 술집이면 술집으로 좀 통일성 있는 골목이 되야될 텐데 위쪽에 공방있고 밑에 밥집있고 그 밑에 강냉이 파는데 그리고 술집 있으니 이 좁은 곳 안에서 어떤 경로로 다녀야 되는지 모를 것 같아요.
[수제과점 사장님]
“청년몰이라는 게 좀 애매한 것 같아요. 청년몰이라고 해서 나이 제한이 걸리는 게 있어요. 정부 지원 사업들도 청년 위주로만 지원을 해주기도 하고 청년몰이라고 정하지 말고 모든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 육림고개 홍보는 잘 돼고 있는 것 같나요?
[수제과점 사장님]
“홍보는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해봤자 플카드 몇 개 걸어놓는데, 사실 그건 잘 안 보이잖아요. 팜플렛이나 전단지를 거리 다니면서 홍보를 해주셨으면 좋겠죠. 상인들한테 홍보 팜플렛이나 잡지를 만들어서 배포해 주시면 우리도 손님들 올 때 하나씩 건네줄 수 있으니까 그런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육림고개에서 과거 10년 동안 포차를 운영하신 육림포차 사장님과 수제과점 사장님은 공통적으로 육림고개의 지리적 문제와 춘천시의 단발적인 행사 운영 그리고 임대료를 낮추지 않은 건물주 간의 소통 문제를 꼽았다. 현재 육림고개는 상인 회장이 공석인 상태로 상인들의 의견을 춘천시에 전달해줄 사람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플래카드나 SNS를 통한 행사 홍보 방식이 육림고개 상권 골목까지는 전해지지 않아 시민들의 유입을 끌어들이기 힘든 점 또한 애로사항이었다.
육림고개는 현재 2025년까지 5년간 진행되는 춘천시 원도심 르네상스 사업에 선정되어 다시 골목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지원을 받고 있다. 스마트 기기(키오스크, 태블릿 등) 보급과 오래된 건물 재정비를 위해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사람들이 방문하게 할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흡하다는 것이 사장님들의 생각이었다. 육림고개 상점과 춘천시 그리고 홍보를 통한 춘천 시민들 간의 소통에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춘천시는 ‘문화도시 춘천’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다양한 지역 문화 예술 축제와 행사를 통해 지역 원도심 상권을 활성화하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유독 방치되어 보이는 육림고개가 다시 빛을 보기 위해서는 춘천시와 상인들 그리고 시민들 간의 적극적이고 현장적인 소통이 절실하다.
대학생 기자 송예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