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가 살아났다…3분기 티켓판매 198% 급증
공연건수도 285건 20% 늘어…상위 7%에 57% 티켓 쏠림은 ‘숙제’
코로나 19 장기화로 큰 타격을 입었던 대학로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폐막일을 지정하지 않고 계속되는 오픈런 공연들이 다시 관객들의 발길을 끌고 대학로 전체 연극 무대 티켓매출액도 급증세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서 발표한 2022년 3분기 공연시장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대학로 연극 공연건수는 총 285건으로 전국 공연건수 897건의 약 32%를 차지하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한 것이며, 티켓판매액 역시 198% 급증한 약 72억 원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연극 티켓판매순위 상위 20개 공연의 티켓 판매액이 67억원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7% 공연에 절반이 넘는 수입을 올리며 관객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이 중 12개의 공연이 오픈 런 연극으로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중이다.
대학로의 간판 연극인 ‘옥탑방고양이’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예매 점유율에서 상위 순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현재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 주간랭킹 1위인 ‘쉬어매드니스’는 2007년에 초연했으며 1989년 '제1회 동숭연극제'에서 초연 이후로 올해 33주년을 맞은 ‘늘근도둑이야기’는 3위를 차지하며 대학로 대표 롱런 연극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장수 연극’에 관객들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관객의 연극 선택 과정 소개가 이에 대한 해답을 짐작케 한다. 변모(26•여)씨는 “연극이 영화처럼 자주 볼 수 있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한번 볼 때 이왕이면 재밌는 공연을 보고 싶다”며 “오픈 런 공연은 예매 순위가 높고 후기도 많아서 재미가 보증돼 있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연 기획사 관계자 A씨는 “마케팅 홍보가 제일 중요한데, 아무리 좋은 공연이어도 성공보장이 적은 회사나 극단에 대한 투자가 어렵다 보니 포스터 제작 등 홍보활동과 그 효과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상업극 대부분 상위 랭킹에 있어 접하긴 쉬운 건 사실이고, 롱런하는 공연들은 자본이 뒷받침이 되니까 높은 순위를 지킬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스크린이 아닌 눈앞에서 펼쳐지는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진행과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공연에 몰입시키는 관객참여적 성격이다.
이 대목에서 상위랭킹 연극들은 연극 안에 마케팅 요소를 가미하기도 한다. 연극 ‘한뼘사이’는 매일 마지막 회자에 프로포즈 이벤트를 진행해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대학로 연극을 본 이모(26)씨는 “주변에서 특별한 날이나 연인들은 새로운 데이트 코스로 대학로 공연을 보러가는 경우가 많은데, 공연 중간에 배우가 관객들에게 직접 말을 걸거나 코로나 이전에는 떡볶이를 나눠주는 공연도 있었다”며 “공연도 재밌지만 다양한 이벤트가 많기 때문에 더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픈 런 공연들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관객들을 위한 색다른 이벤트와 현장감 있는 공연으로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지만, 그 이면에는 200여편의 다양한 소재의 연극들이 관객의 충분한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다양성 결핍’ 현상이 대학로의 고민거리로 숨어 있다.
대학로 연극배우 박모(28)씨는 “오랜 기간 사랑받는 오픈 런 공연들이 있기에 다른 소규모 공연들도 다양한 공연을 보여 줄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같은 공연을 n차 관람하는 경우도 있고, 또 다른 연극을 보기 위해 대학로에 또 찾게 만든다”라면서도 “대학로 공연은 굉장히 다양하다. 대중극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은 공연에도 관심을 갖고 찾아주시면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로 공연의 성수기인 연말에는 오픈 런 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극들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연극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수빈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