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여만에 돌아온 여자아이돌 전성시대
가사엔 러브라인 대신 강한 여성상·가상세계 등 완전히 딴 세상 노래
멜론, 지니 등 각종 음원차트에서 '(여자)아이들', '르세라핌' 등 여자 아이돌들이 상위권을 석권하며 '여자 아이돌 전성기'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 2010년대 '소녀시대', '씨스타' 등이 인기를 누리던 시대 이후 10여년 만이다.
2022년 11월 28일 기준 멜론 Top 100차트, 앨범 발매일이 훨씬 지났음에도 여전히 여자 아이돌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새 음반을 발매한 (여자)아이들은 지난 3월 ‘TOMBOY(톰보이)’에 이어 ‘Nxde(누드)’로 발매 1주일 만에 국내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퍼펙트 올킬’을 달성했다.
00했던 르세라핌은 컴백 8일 만에 총 5개 부문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며, 지난 데뷔곡 ‘피어리스(FEARLESS)’ 이후,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르세라핌은 데뷔 6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나,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가요계를 접수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I love>로 컴백한 (여자)아이들과 <ANTIFRAGILE>로 컴백한 르세라핌.
10여년 만에 다시 돌아온 여자 아이돌 전성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세대 전성기 여자 아이돌들과 비교하면 그들은 뭐가 달라졌을까. 2세대 여자아이돌들이 선배들과 사뭇 다름은 그들의 노래 가사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러브 라인’이 사라졌다
1번째 여자 아이돌 전성기의 그룹으로는 소녀시대·원더걸스를 비롯, 걸스데이·에이핑크·씨스타·투애니원 등이 있다. 이들의 가사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씨스타의 ‘Loving u’에는 “조절이 안돼 내 맘 고장 나버린 heart 정신 못 차릴 만큼 Boy I’m falling in love with U U 나 어떡해 what should I do 널 놓치면 난 안돼 사랑한다고”라는 가사가 후렴구를 차지하고 있다. 한 남자에 빠진 여자의 모습을 그린 이 가사처럼 2010년대 노래에는 모두 이성과 사랑에 빠진 상황을 주로 담고 있다.
반면에 2세대 여자 아이돌들의 가사에는 이성애는 뒷전이다. (여자)아이들의 'Nxde'에는 "Why you think that 'bout nude 'Cause your view's so rude Think outside the box(왜 누드를 그런 의미로만 생각해, 너의 시선은 무례해, 틀에서 벗어나 생각해")라는 가사가 나온다. (여자)아이들은 ‘nude’ 단어를 ‘꾸며지지 않은 개인의 본모습’으로 재해석해 '누드' 단어 자체에 대한 외설스러운 시선을 대범하게 비꼬며, '성'과 외설을 동일시하는 편견에 도전하고 있다.
블랙핑크는 [BORN PINK] 앨범으로 최근 컴백했다. 'BORN PINK'는 ‘태생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지녔다‘는 블랙핑크의 자신감이 묻어 있는 제목으로, 타이틀곡인 'Shut down'을 통해 한번 더 블랙핑크만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Praying for my downfall, many have tried, baby(내가 추락하기를 바래? 많이들 그랬어)'와 'Catch me when you hear my Lamborghini go vroom, vroom, vroom, vroom(내 람보르기니가 ’부릉‘ 달리는 소리가 들려? 그럼, 날 잡아봐)' 등의 가사들로 자신감과 도발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세대 여자 아이돌들의 가사는 전형적인 러브라인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주제에 몰입하는 모습이다.
여성의 정체성이 달라졌다
2010년대에 가사에 그려지는 여성은 수줍은 소녀의 모습이었다. 소녀시대의 'Gee'는 한 남자를 짝사랑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담았다. 특히 '말도 못했는 걸 너무 부끄러워 하는 난 용기가 없는걸까 어떡해야 좋은걸까'와 '수줍은 나는 몰라몰라하며 매일 그대만 그리죠 친한 친구들은 말하죠 정말 너는 정말 못말려 바보'라며 고백도 못하고 소심한 여자의 모습을 그렸다.
2세대 여자 아이돌의 노래에는 이와 달리, 강인한 모습이 등장한다. 르세라핌의 신곡인 'Antifragile'는 충격 혹은 변화로 인해 강해진다는 뜻으로 르세라핌은 이 단어를 통해 시련을 마주하는 방법을 그려내고 있다. 이 여자 아이돌은 ‘시련에 마주할수록 오히려 더 성장하고 단단해지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실력과 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멤버 개인의 과거 서사를 담은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toe shoe/ 무시 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 가사와 함께 '더 높이 가줄게 내가 바랐던 세계 젤 위에 떨어져도 돼 I'm antifragile'라는 후렴 가사로 자신들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 이상 남성중심 사회에서 수줍은 여성으로서의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뚫고 가는 강인함과 결합한 여성의 자아의식이 2세대 여자 아이돌의 가사에 진하게 배 있는 것이다.
다양한 가상세계의 ‘세계관’ 등장
1세대 여자 아이돌은 그룹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가사들이 만들어졌다. 일례로, 에이핑크는 청순으로 그룹 컨셉을 잡아 이에 맞는 노래를 발매했다. 에이핑크의 데뷔곡인 '몰라요'는 10대 소녀가 남자 친구에게 당찬 고백을 하는 내용의 귀여운 곡이다. '한발 다가가면 두발 멀어지지만 조금 더 가까이 옆에 꼭 붙어 서서 안 놔 줄래' 등의 가사들로 에이핑크 그룹의 이미지인 부드럽고 청순한 분위기를 담았다.
이에 반해, 2세대 여성 아이돌 노래 가사에는 다양한 세계관이 드러나는데, 여기서 세계관이란,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인생 철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돌 계에서 세계관의 개념은 2012년 엑소와 함께 등장한 것으로, 가상이나 어떠한 컨셉으로 재구축된 '우주(Universe)'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엑소는 초능력을 담은 판타지적 세계관으로 팬들을 몰입하게 만들었고, 이를 이용해 그룹의 홍보도 성공했다.
2세대 여자 아이돌중 SM의 걸그룹인 aespa(에스파)는 데뷔부터 확실한 세계관으로 이목을 끌었다. aespa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노래를 내고 있다. 데뷔곡인 'Black Mamba(블랙맘바)'는 에스파와 아바타 'ae'의 연결을 방해하고 세상을 위협하는 존재가 'Black Mamba'라는 것을 알게 되며 펼쳐지는 모험을 담았다.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는 나의 에스파 이런 교감, 너의 존잰 날 다른 차원으로 이끌었지'나 '에스파는 나야 둘이 될 수 없어' 등 세계관을 나타내는 어려운 가사들이 가득하지만, 오히려 독특한 세계관은 팬들을 아이돌 그룹에 과몰입하게 만들며 하나의 마케팅 포인트로 사용되고 있다.
10여년만에 돌아온 여자 아이돌 전성시대에서 2세대 걸그룹들은 강산이 변하는 수준을 넘어 전혀 다른 세상을 노래하고 있다.
박주현 대학생기자
첫댓글 멜론, 지니 등 각종 음원차트에서 '(여자)아이들', '르세라핌' 등 여자 아이돌들이 상위권 자리 모두를 차지하며 '여자 아이돌 전성기'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 2010년대 '소녀시대', '씨스타' 등이 인기를 누리던 시대 이후 10여년 만이다.
<2022년 11월 28일 기준 멜론 Top 100차트, 앨범 발매일이 훨씬 지났음에도 여전히 여자 아이돌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김영대 문화평론가님, 사회학과 신경아 교수님께 인터뷰 요청드렸지만 두분 다 답변이 아직까지 없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