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느님 아버지는 우리의 먹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는 정말로 균형을 잘 이룬 기도문입니다. 주님의 기도 전반부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향해 올려 드리는 세 가치 청원에 대해 가르쳐 주십니다.
첫째 청원,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둘째 청원,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셋째 청원,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우리들 자신을 위한 세 가지 청원에 대해 가르쳐 주십니다.
첫째 청원,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둘째 청원,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셋째 청원,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주님의 기도 후반분에 나오는 첫 번째 청원은 일용할 양식을 달라는 기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먹는 것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때로는 그리스도인들이 지나치게 영적일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오직 영적인 일에만 관심을 갖고 살기를 원한다고 오해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결코 우리의 영적인 일에만 관심을 갖고 계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육적인 일에도 똑같이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필요에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장 기본적인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먹는 것입니다. 먹는 문제는 빈부귀천이 없습니다. 누구나 먹어야 합니다. 먹지 못하면 죽게 되어 있습니다. 먹는 것은 항상 중요한 삶이 이슈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문득 오늘 무엇을 먹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먹는 문제는 우리의 호흡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지금은 매우 부유해졌지만 어릴 적 가난할 때는 먹는 문제만큼 절박한 것이 없었고, 먹는 시간처럼 즐거운 시간이 없었습니다.
부모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자녀들의 먹는 문제를 책임져 주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식사 시간이 되었을 때 “밥 먹어라.”고 하시는 말은 참으로 다정하고 소중한 말입니다. 최근에 신현림 작가가 쓴 <아빠에게 말을 걸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그녀는 아버지가 계시는 고향집에서 글을 쓰는 동안, 손수 밥을 지어주시는 아버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버지가 계시는 고향집에서 작업을 하면 더 잘된다. 지금도 그렇다. 마침 내 영혼의 창작소에 불빛을 환히 밝히며 원고 마감 전쟁 중인 딸을 위해 밥을 지어주는 아버지. 그분이 날 부르신다.
“밥 먹어라.”
아주 멀리서 아주 깊은 곳에서 울리는 북소리처럼 든든하다. 가슴 먹먹하도록 고맙고 참으로 죄송했다. 밥이란 말만큼 가슴 뭉클한 말이 있을까. 나는 서른 즈음에 처음 취직해 직장을 다니면서 그 밥벌이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가를 뼈아프게 느꼈다. 그 밥 한 사발이 얼마나 숭엄하며, 얼마나 생이 고마운지도 절실히 느꼈다. 그날 먹을 밥이 있으면 걱정이 없듯이 아버지가 곁에 있으면 안심이 된다.
- 신현림, <아빠에게 말을 걸다>, my, 20쪽
신현림 작가의 고백처럼 “밥 먹어라.”는 말처럼 정겨운 말이 있을까요? ‘밥’이라는 말처럼 가슴 뭉클한 말이 있을까요? 지금 우리는 너무 먹을 것이 많아 문제이지만, 이 세상에는 지금도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는 아주 중요한 기도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아버지는 좋으신 아버지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먹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십니다. 그분께서는 식사 시간이 되어 배가 고플 때, “밥 먹어라.”고 부르시는 아버지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고 가르치신 그 뜻을 깊이 헤아려 보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