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갖게 된 을미년 하계연수회
조석으로는 가을 기분을 느낀다는 처서를 하루 앞두고 8월 22일 주말에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하동 화개에서 민박촌을 운영하고 있는 김장일 형(동기이지만 만학으로 우리들보다 나이가 몇 살 위라 형님 대접)댁을 방문하기로 하였는데 35숫자와 인연이 깊은 우리 동기회(재부 진주고 35회)는 이번엔 갑자기 2명이 빠지는 바람에 총 33명이 참가하여 국제신보 건너편 한양 프라자 앞에서 예정대로 8시 정각 출발이었다.
출발부터 아침을 거르고 나온 친구를 위하여 준비한 떡과 과일을 비롯하여 며칠 전부터 오늘을 기다려온 친구를 위하여 준비한 캔 맥주와 “처음처럼”을 들면서 다른 경유지를 생략하고 맛있는 많은 먹거리가 기다리고 있는 목적지에 11시 반경에 도착하였다.
연전에도 막바지 더위를 피하여 좋은 곳들을 찾아다니며 부부 합동 하계모임을 갖기도 하다가 이삼년간 사정상 부산인근에서 동기회 하계 야유회를 가졌었지만 이번엔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 형제봉 밑 화개 부춘의 <옛날 그 집> 인데 멋진 계곡에 취하여 계곡 바로 위 어쩌다 민박촌을 운영하게 된 친구도 맑은 자연과 함께 좋은 점도 많지만 고향 고성의 빈 생가와 부산의 집 관리 등 합부인께서 나이도 들어가니 힘에 부대끼고 하여 어쩌면 화개의 집은 운이 닿으면 정리할지도 모르고 또한 다음에는 초청하기도 어렵다하여 특별히 이번에는 막바지 힘을 쏟아 해방둥이들이 많은 우리들을 위하여 해방 70주년 특별 기념으로 많은 준비를 해서 황혼기에 젖어든 우리들을 즐겁고 힘나게 해 주었다.
부산에 거주할 때도 특별한 한식조리 기능을 갖춘 그 멋진 솜씨로 부산 비봉대축제 때는 종종 막걸리도 손수 빚어 와서 이웃 텐트의 34기 선배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였는데 이번에도 때맞추어 한창 맛들어가는 전어회와 장어구이에다 돼지수육에다 홍합과 재첩국에 각종 산채를 너무 많이 준비해서 흔히 말하는 배터질 정도라도 다 먹고 가도록하여 저녁까지 먹고 돌아오기로 하였다.
계곡 위 이백년은 넘게 자란 참나무 사이에 잘 어울리게 지어진 정자에서는 술판이 벌어지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나서 그림 공부하는 학구파들, 야생의 기화요초가 핀 정원에서 소곤소곤 정담을 나누는 친구들, 성급하게 일찌감치 계곡물에 들어앉아 물이 너무 차갑다고 몸을 따뜻하게 한다고 물속에서 몸 안에 소주로 체온을 올리는 친구들. 동반한 부인들이 잔치를 돕는다고 장어구이나 수육 공급에 힘 든다고 늙어가면서 철이든 옆에서 함께하는 애처가들. 모두들 젊은 시절로 회춘 한 것 같았는데......
정말 애주가로 많이 마셔대도 끄떡없고 실수 없다던 최고의 술“주”자 받을 “수”자의 천하의 <최주수>도 이빨 빠진 호랑이 되어 심혈관 스텐트 걱정에 빌빌대는 모습이 처량했든지 격려하는 “위하여”에 몇 순배 함께 하다 보니 기분 좋게 미취에 들어갔다.
저녁은 미리 준비한 정말 둘이 먹다 한사람 죽어도 모를 정도의 쫄깃한 국수 가락과 시원한 육수 산채꾸미에 원래 국수호랑이인 나는 2그릇을 뚝딱 해치웠고 도토리묵에다 탁주까지 걸쳤으니 그 포만감이야 만석꾼 나가노라 하는데......
여덟시 반이 넘어 출발한 버스는 잘 달려왔지만 부산에 도착하니 열한시가 넘어 있었고
옛날과 많이 다른 세태로 단속도 심하지만 늙어가는 처지에 힘에 벅차서 차속 노래방은 인기를 잃어가는 듯하여 녹화 노래잔치에 따라 콧노래 정도로 흥을 돋울 정도였다.
항상 동반의 즐거움을 함께하는 친구들을 위하여 정해진 참가회비 외에도 특별찬조를 해준 이 회장, 타월을 회사해준 이 사무국장, 항상 찬조에 빠짐없는 이변호사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바다와 산, 강이 멋지게 어울리고 그런대로 자연 환경이 제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이곳 스로시티 하동을 고향으로 둔 몇몇 친구들이 자긍심으로 여러 친구들과 어울러 고향 하동의 자연 정취를 만끽한 을미년 하계 야유회도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번에 사정상 참석 못한 친구들 다음 모임에는 꼭 참석바라며 우리 모두들 구구팔팔 합시다. 진주고 35회 만세, 만만세!
2015년 8월 23일 후덥지근한 서재에서, 최 주 수 찬
(하동문화 제 34호, 2015년)
첫댓글 2명 빠지고 다 갔다니 부산 동기들 단합이 잘 되네요.
읽다 보니 웃음이 나옵니다.
동기들과 화기애애한 모습들이 눈에 선하게 들어 옵니다.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