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아버지께 내어 맡기기
밤이 오고,
그날 하루를 살펴보면
해놓은 모든 일과 남은 할 일의 전부.
또 계획했던 모든 것이 드러날 때에,
그리고 그처럼 많은 깊은 모욕감과 후회가 되살아날 때에는,
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하느님의 손에 놓아드리면서
그것을 하느님께 털어놓으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그분 안에서 쉴 수 있고,
또 새로운 하루를 새로운 삶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에디트 슈타인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아버지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태도는 그분의 섭리적 인도하심에 온 삶을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18세기 프랑스 예수회원 코사드R. P. Jean-Pierre Caussade는 그렇게 내어 맡기는 것을 거룩함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가 어떤 어려움에 봉착하거나 근심 걱정에 사로잡히면 어떻게 내어 맡길 수 있겠습니까? 그럴 땐 이렇게 기도하면 어떨까요? “아버지 하느님, 지금 이러이러한 일 때문에 무척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하지만 어두움 가운데에 빛을 비춰주시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주시는 당신만을 바라봅니다. 당신의 돌보심을 믿고 당신 섭리에 맡깁니다.” 내 마음을 어둡게 하는 삶의 현실을 모두 아버지 하느님께 말씀드리고 그분의 섭리에 의탁하는 것입니다.
2016년 11월 프란치스코 교황과 세계 수도회 장상들과의 모임에서 한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교황님의 평온함의 원천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교황은 “저는 어떤 문젯거리가 있으면 그것을 쪽지에 적어 제 방에 있는 요셉 성인상 아래 둡니다. 그리고 푹 잡니다.” 교황의 이런 내어 맡김의 태도가 우리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수도회 장상들과의 모임이 있기 2년 전인 2015년 1월 필리핀에서 한 미사 강론에서입니다. 이렇게 강론이나 수도회 장상의 질문에 답을 할 때나, 교황의 평온함의 원천에 대한 답은 한결같습니다. 이것을 보면 그분이 내어 맡김의 영성을 살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삶에는 아버지의 돌봄에 우리 자신을 철저히 내어 맡기는 삶과 우리의 의지로만 해나가려는 삶이 있습니다. 전자의 자세는 사랑, 기쁨, 평화로 통합된 인생을 살겠지만, 후자의 자세는 인간 능력의 한계로 결국 좌절과 힘든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지극한 사랑으로 당신 자녀인 우리를 돌보아 주시건만, 우리는 마치 돌보는 이 없는 고아처럼 불안, 초조, 근심으로 떨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세상에서 우리를 돌보시는 아버지 하느님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입으로는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인생은 자시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불안과 초조, 근심과 두려움으로 마음이 위축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불안하니까 자기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들볶으며 힘들게 합니다. 우리 마음 안에 평화를 회복하고 내적 힘을 갖기 위해서는 복잡한 이론이나 방법이 필요 없습니다. 꼭 한 가지, 하느님 아버지께 온전히 자신을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헨리 나웬은 서커스단의 곡예사들이 공중을 우아하게 나는 모습을 지켜본 다음, 그들을 만나 비결을 물어보았습니다.
그 비결은 공중을 나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붙잡아 주는 사람이 모든 것을 하는 데 있습니다. 내가 나를 붙잡아 주는 사람을 향해 날아갈 때 나는 그냥 팔을 뻗고 그가 나를 붙잡아서 안전하게 반대편으로 데려다주도록 내어 맡기면 됩니다. 최악의 실수는 공중을 나는 사람이 붙잡아 주는 사람을 잡으려 드는 것입니다. 만약 내가 나를 붙잡아 주는 사람의 팔목을 붙잡는다면, 그 사람의 팔목이 부러지거나 내 팔목이 부러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둘 다 끝장이에요. 공중을 나는 사람은 붙잡아 주는 사람을 신뢰하고 그냥 팔을 뻗어 내어 맡겨야 합니다.
우리는 삶의 풍파 속에서 거룩한 내어 맡김의 훈련을 해야 합니다. 고통, 불안, 두려움, 혼란스러움, 병고, 무의미, 절망 등 삶의 온갖 풍파가 밀려올 때마다 아버지 하느님께 온전히 내어 맡기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버지! 지금 이 고통을 아버지의 섭리에 내어 맡깁니다.
아버지! 지금 이 불안을 아버지의 섭리에 내어 맡깁니다.
아버지! 지금 이 두려움을 아버지의 섭리에 내어 맡깁니다.
아버지! 지금 이 혼란스런 상황을 아버지의 섭리에 내어 맡깁니다.
세상살이에서 풍파를 겪는 것이 인간이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할 운명이라면, 섭리는 그 속에서 나를 돌보아 주시는 하느님의 따스한 손길입니다. 운명을 차갑더라도 섭리는 따스합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필리 4,6-7)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운명은 차갑더라도 섭리는 따스합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필리 4,6-7)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