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말씀 묵상과 비움
말씀 묵상을 할 때 선행해야 할 일은 비움이다. 비움이 있을 때 채움이 있다. 예수님 안에는 은총과 진리가 충만했다.(요한 1,14) 충만하신 예수님은 먼저 자신을 비우셨다.(필리 2,7) 이미 가득 찬 컵은 더 이상 채울 수가 없다. 비움은 버림을 의미한다.
깊은 묵상을 하기 위해서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선입견은 묵상의 장애물이다. 선입견은 성경은 보는 안경과 같다.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의 선입견이라는 안경을 쓰고 성경을 읽는다. 선입견을 가지고 성경을 읽으면 성경이 있는 모습 그대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성경을 볼 때 있는 모습 그대로 보기보다는 우리가 보기 원하는 대로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찾기 원하는 것만을 찾아내고, 우리가 발견하기 원하는 것만 발견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몸부림칠 때도 있다. 새로운 깨달음이 좋은 것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묵상의 장애가 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새로운 깨달음이란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새로운 깨달음이란 이전에 있었던 것을 바로 보게 되는 경험이다.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발견하지 못했던 진리를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기쁨이다.
깊은 묵상이란 말씀을 묵상하는 중에 무엇인가를 새로 보는 것이 아니다. 말씀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는 것이다. 말씀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읽고 보기 위해 날마다 자신을 비워야 한다.
예수님은 생명의 빵이시다. 예수님의 말씀은 빵과 같다. 날마다 먹는 빵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빵은 담백하다. 조미료를 많이 넣은 음식처럼 특별한 맛이 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담백한 빵은 우리의 영혼을 건강하게 만든다. 빵은 담백하지만 씹을수록 맛이 난다. 입에 단 것이 몸을 망치는 것처럼 너무 달콤한 말씀만을 추구하면 영혼은 병들고 만다. 오히려 입에 쓰고 영혼 속에서 단맛을 내는 담백한 말씀이 영적 건강에는 최고다.
묵상을 위한 비움이란 악기를 조율하는 것과 같다. 연주자가 연주할 때마다 악기를 조율하는 것은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함이 아니라 악기 본래의 소리를 내기 위함이다. 묵상을 위한 비움이란 사진을 찍을 때 초점을 맞추는 것과 같다. 사진을 찍을 때 찍고자 하는 사물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더 잘 찍기 위함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찍기 위함이다.
비움은 마음의 악기를 조율하는 것과 같다. 비움은 마음의 초점을 잘 맞추는 것과 같다. 악기를 연주할 때마다 악기를 조율하는 것처럼, 사진을 찍을 때마다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말씀을 묵상할 때마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
마음을 비우는 것은 초심을 가꾸는 것이다. 초심은 동심이다. 초심에서의 동심은 어리석은 마음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을 의미한다. 동심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있는 모습 그대로 보고, 본 것을 본 대로 말한다. 초심은 배우는 마음이다. 배우는 마음은 겸손한 마음이다. 교만하면 배우지 못한다. 스스로 성경에 정통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결코 배울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묵상의 학교에 입학한 사람은 영원한 초심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
초심은 열린 마음이다. 말씀을 묵상할 때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이전에 이미 묵상한 경험이 있는 말씀이라 할지라도 마치 처음 대하는 말씀처럼 마음을 열어야 한다. 마치 처음 대하는 말씀처럼 기대를 가져야 한다. 날마다 먹는 밥을 향해 마음을 여는 것처럼, 날마다 먹는 밥에 기대를 갖는 것처럼, 날마다 묵상하는 말씀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비움은 회개다. 죄가 가득차면 말씀을 묵상할 수 없다. 말씀을 묵상하기 전에 영혼의 창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회개는 영혼의 창을 씻는 것이다. 영혼의 창은 안경과 같아 하루만 지나도 더러워진다. 안경을 날마다 닦는 것처럼 회개를 통해 영혼의 창을 날마다 닦아 맑은 영혼으로 말씀을 묵상하도록 하라.
첫댓글 본당5년계실때 주일10시미사 강론말씀이 때때로 마음머리까지 차고넘쳐,진한여운이 남곤 했었지요....연결고리로 영성강의 기도교실 바바스.. 가신다음에 우연이 시작했어요. ..본당에 계실때처럼 감동이 있습니다. 아 멘
아멘. 아멘. 아멘.~~
"말씀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읽고
보기 위해 날마다 자신을 비워야 한다."
"충만하신 예수님은 먼저 자신을 비우셨다."(필리 2,7)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