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의 눈] 흡연구역이 필요한 두 가지 이유
간접흡연 예방 차원에서도, '흡연의 권리' 보장 위해서도 필요
정부가 국민건강증진법을 기반으로 한 금연구역 확대 정책을 일사천리로 진행중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10월 발간한 ‘담배폐해통합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성인 흡연율이 15.8%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2012년 대비 7.2%p 감소한 것이다. 정부는 이런 고무적인 현상이 시가 29만여 곳의 금연구역을 지정해 운영중인 것과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청이 같은 보고서에서 2016년 출판된 ‘국외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를 인용하며 ‘병원·학교·교도소에 금연구역을 설치하자 흡연율은 평균 26% 감소했다’는 해외 조사 결과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금연구역 확대 중심으로 진행되는 보건당국의 정책에 흡연구역 확충과 관리도 간과돼서는 안 될 정책이라는 점은 2가지 측면에서 뒷받침이 된다.
우선, 금연구역만큼이나 흡연구역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흡연자 뿐 아니라 비흡연자 사이에서도 나온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에 따르면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자ㆍ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해당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하여야’ 하지만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은 ‘설치할 수 있다’는 정도로 규정되고 있다. 즉, 공중 이용시설은 ‘반드시’ 금연구역으로 지정돼야 하지만 흡연실 설치 여부는 기관장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선 흡연자들은 ‘흡연권 침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흡연자 박모(22)씨는 “학교 같은 곳은 전체가 금연구역인 것에 비해 흡연부스가 너무 적고 공간도 협소해 흡연자 입장에서는 불편함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며 “흡연 자체가 법에 어긋난 것이 아니라면 흡연자들의 흡연권도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흡연자이면서 4살 아이를 키우는 김모(37·여)씨도 흡연구역 확대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김씨는 “흡연부스가 부족하다 보니 오히려 구석진 공간에 임의 흡연존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며 “흡연구역으로 정해진 곳은 알고 피할 수 있지만, 골목길 흡연은 예상할 수가 없어서 무심코 아이가 간접흡연에 노출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장 완전 금연을 실현할 수 없다면 흡연구역을 일부 확대해 특정 공간에서만 흡연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흡연자로부터 간접흡연의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흡연구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흡연구역을 확보해 잘 관리해야 할 또 다른 이유 역시 간접흡연의 예방과 관련이 있다. 건강증진법 시행규칙 [별표 2]에는 ‘흡연실을 설치하는 기준·방법’이 나와 있고, 이에 따르면 ‘흡연이 가능한 영역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그 경계를 표시하거나 표지판을 달거나 부착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자율로 운영되는 흡연구역은 기준에 맞게 관리 운영이 안 되기 십상이다. 대학생 장모(21)씨는 명확한 경계 라인이 표시되지 않은 흡연부스에 대해 지적하며 “흡연부스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불명확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흡연하시는 분들이 흡연부스 안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근처 2~3미터까지 공간을 사용해서 부스에서 꽤 떨어진 곳인데도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지나갈 때마다 숨을 쉴 수가 없지만 외부 경찰 단속은 고사하고 학교 측의 조치도 없더라”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세계적으로 담배의 유해성이 잘 알려지면서 금연이 확산세이긴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공존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무조건적인 금연구역 확대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규모의 흡연구역 운영과 이들 시설이 규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 철저히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그것이 ‘전면 금연’가는 여정에 밟아야 할 길이 아닐까.
고윤주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