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간병 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환자 가족에 들어보니…
개인 간병, “비싸고 불친절”…통합서비스, “저비용에 질높은 케어” 만족도 높아
지난 2015년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시작된지 8년째에 접어들면서 참여 의료기관이 2022년 현재 633개, 약 6만7000병상으로 늘어났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을 의미하는 고령화율이 17.5%에 달하는 한국 사회에서 ‘노인간호’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사회 건강 이슈다. 의료소비자의 입장에서 이용 가능한 개인간병 서비스와 간호간병통합 서비스를 비교해봤다. <편집자주>
전모(45)씨가 개인 간병인을 이용한 지도 벌써 16개월 차다. 지난해 2월, 어머니 이모(77)씨가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지면서 오른쪽 신체 마비가 와 병원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씨는 “날이 갈수록 엄마께 몹쓸 짓을 하는 것 같다”며 기자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처음엔 엄마도 병원에서 재활우등생이라 불릴 만큼 회복 의지가 강하셨다”는 전씨는 “그런데 최근 들어 그냥 다 포기하신 듯 의욕이 없으시다”며 “얼마 전 면회를 갔는데 식사시간이나 이동할 때 간병인이 눈치를 준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 지인 추천으로 믿고 맡긴 것이었는데 한두 푼도 아니고 그리 많은 돈을 받고도 어머니에게 불성실하게 대했다니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개인 간병 이용 시 ‘요금 불만’과 ‘불성실 간병’은 꾸준히 제기돼 온 주된 소비자 불만 사항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간병인 관련 상담 236건을 분석하 결과 ‘요금 불만’이 39.4%, ‘불성실한 간병’이 20.0%로 1,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환자 가족들은 월 200~400만 원 선인 고용비 부담 앞에서도 불평불만을 하기 쉽지 않다. 간병인을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니 마음에 안 든다고 곧바로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접종 여부와 수시로 진행되는 PCR검사 등 간병인 행동 수칙이 이전보다 까다로워지면서, 감염병 확산 최소화를 위해 간병인의 외출마저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시간제 간병인과 상주 간병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간병인 구직난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씨는 “비용 부담을 덜고 환자가 회복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환자 비용 부담 감소...대상자 제한이 문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24시간 전문 간호(간병)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한 달 평균 300만원을 넘나드는 개인 간병비보다 80%나 적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월평균 60만 원, 즉 하루 2만 원 내외로 이용이 가능한 것이다. 또 암과 같은 중증 환자의 경우 추가 보험이 적용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간호사와 함께 간호 보조 인력이 체계적으로 환자를 케어하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개인 간병인처럼 24시간 내내 상주 돌봄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2019 의료서비스 경험조사’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만족 비율은 84.5%로 환자와 보호자 대부분이 이 서비스에 긍정적임을 알 수 있다.
전씨의 어머니 이씨도 병원 생활 시작 후 두 달간 이용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해 만족해했다. 이씨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오고 가며 살펴봐 주시는데, 하루 내내 옆에 있는 간병인보다 그렇게 종종 찾아와 주는 것이 심적으로 편하더라”며 “다시 그 병실을 쓸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 입소 후 첫 두 달만 서비스를 받은 이씨의 사례처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비교적 케어가 쉬운 환자들로 대상이 한정됨과 동시에 이용 기간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전씨는 “개인 간병을 써보니 간호간병서비스가 부담도 적고 케어 퀄리티도 좋았다”며 “서비스를 이용하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다시 엄마의 차례가 오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이씨가 생활하는 재활병원은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지원하는데, ①거동이 가능하며 정신질환이 없는 자 ②발병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자가 그 내용이다. 이에 따라 이씨는 2월 사고 후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그해 6월부터 B병원에 입소했기 때문에 두 달 동안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다른 병원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환자의 중증 정도와 이용 기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대부분이 정신질환이 없고 거동이 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즉 중증 환자일수록 보험이 적용돼 이용료가 적다는 혜택이 명목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로 중증 환자는 간호간병통합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본질 고려한 서비스 제공 위해 인력 확보 우선돼야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7.5%로 세계 평균보다 7.7%p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노인 간호간병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행 8년째를 맞고 있는 간호간병서비스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보호자 출입이 불가능한 병동이기에 간호사와 간호 보조 인력들이 전적으로 환자를 케어한다. 이때 병원마다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간호사는 일반병동보다 인당 환자 수가 적다. 하지만 24시간 내내 보호자 없이 환자에게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 사고 시 모든 책임이 간호 인력에 있어 관리에 특히 집중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병상 수를 늘리기 이전에 간호 인력 충원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해 강원간호사회 관계자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채 병상만 늘리게 되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본래 목적인 ‘질 좋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며 간호 인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발표한 ‘의료서비스 경험조사’에 따르면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병동을 이용한 사람의 비율은 20.0%로 2020년에 비해 3.1%p 증가하면서 향후 이용 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초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발전협의체 제1차 회의’가 열려, 그동안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 현황을 공유하고 제도개선 필요 사항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 협의체는 서비스의 질 제고와 참여의료기관 확대 등 종합적인 제도개선방안을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간호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등 정책적 확충을 통해 고령화시대에 걸맞는 노인간호간병 체제의 구축이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윤주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