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안에만 저장돼 있던 친구에게, 언제 연락하고 안했었나 기억도 안 나는데, 톡을 툭 보냈다. 카톡친구의 프로필이 바뀌면 상단에 가로로 쭉 뜨는데 우연히 친구 이름이 눈에 들었다. 프사를 보다가 한 장, 책 한페이지를 찍어올린 글인 듯 끝에 글쓴이 이름이 낯익다. 유주현?
뭐야, 주현이가 이런 글을? 얘가 이렇게 글을 잘 썼었나? ㅎㅎ 내가 기억하는 주현이는 터프하고 털털하고 매니시한 친구였기에 섬세하고 감성적인 언어들로 시적인 시선이 느껴지는 글을 쓴 게 의외였기 때문이다.
"주현아, 프사에 있는 글들이 모두 참 좋구나. 너의 글도 좋았어. 이렇게라도 너의 근황을 대하니 반갑고
30년이라는 시간이 언제 다 흘러가 버렸는가 싶어.
건강하고 기쁘게 잘 지내고 있다가
볼 날이 있겠지? (반함)(방긋)
너무 좋다, 니 글"
답이 오고가다, 보고싶다, 보러와라, 올라와라, 내려와라, 아예 통화버튼을 눌렀다. 광주에는 와 본 적이 없다했다.
"어머, 얘, 수현이도 나 땜에 광주 와 봤잖아." 핑퐁핑퐁..하던 끝에 마침내, 이참에 광주를 가볼까? 한번 와보고 싶었다고도 했고 오기로 했다. 태어나 처음 광주에 오겠단다, 나를 보러. 내친김에 수현이랑 셋이 보자 했다. 일사분란하게 티켓팅까지 -주현이는 용산에서 8시20분, 세종 사는 수현이는 오송역에서 9시07분 기차 타고 송정리역에 10시12분 도착하는 걸로 바로 예약에 들어갔다. 송정역 도착부터는 내가 광주 여행 가이드가 돼야 한다. 약 10시간 동안 어디를 가고 무엇을 맛보게 해줄까 고민하고 있다.
5일에 본다고 했다가 주현이 스케줄 때문에 12일로 옮겨졌다. 기다리는 동안 더 길게 설렐 수 있으니 좋다고 했다. 글 내용만 봤었는데 글쓴이 이름과 소속이 적힌 걸로 보아 인쇄매체에 실렸던 글 아닌가 싶어
생각난 김에 다시 글의 출처를 찾아 검색하니 놀랍게도 내가 아침마다 보는 ㅇㅇㅇ신문! 그것도 올초에 실렸던 글이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니까.
주현이가 어른그림책연구모임을 하고 있다는 걸 통화하면서 알았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를 교육하는 일을 한다고 수현이 통해 들었었는데 늘 공부하는 친구가 참 좋아보인다.
수현이도 공부 중이다. 국어 전공자이지만 대학 때도 쟤, 우리과 맞아? 영문과 아니야? 소리를 듣곤했었는데, 지금은 문화센터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영어책 독서모임을 이끄는 강사이고, 통역과 번역일도 함께 하고 있다. 수현이는 내가 광주로 내려온 후 두어번 다녀가고, 마지막으로 본 건 3년 전쯤 내가 공주에 갔을 때였던 것 같다. 주현이는 언제 봤나 까마득하다. 팔복회(대학친구들 모임. 도서관 뒤 팔복동산에서 고기 구워먹는 이벤트를 장난삼아 추진할 뻔한 계기로 붙여진 이름) 모임할 때 보고, 그마저도 명절연휴 전후에 정기모임이라 친정이 먼데다 주말은 교회일정으로 옴짝달싹 모하던 시기라 나는 못갈 때도 있어서, 게다가 광주로 내려온 후는 서울행이 내키지 않아 족히 10년쯤은 못봤지 싶다. 하지만 통화할 때 목소리는 학교때나 다름없어서 만나도 예전 모습 여전할 것 같은 느낌이다.
지난 며칠간 설렘으로, 하루하루 지나는 동안, 겨울을 난 숲에 초록을 다시 깨워내는 봄바람, 돌담흙담 따숩게 비치는 봄볕, 그 바람 그 볕에 흙 풀리며 냉이나 쑥이 돋아나듯 새기쁨이 솟았다.
'벗이 있어 먼곳으로부터 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딱 내마음이다.
첫댓글 얼마나 좋았을꼬.
옛 벗을 만나는 기쁨, 나도 알지요.
내친김에 가이드 상세설명도 궁금한데.
물론 호평이었을거예요.
흐믓함 안고 갔을 광주에서의 시간들을 믿어 의심치않아요~~
좋았겠네요.
친구가
그리운 나이입니다
글이따뜻 합니다
봄바람과 함께.. 설레이네요~~
좋은 시간들 갖기를요^^
벗을 찾을만큼 홀가분한
여유로움이
느껴지네요 .
소원했던 벗들의
인지상정에
감사로운 일상
누리시군요 .
책을 가까이하는 님들의 주 대화는?
늘 마음에 두고 있던 친구에게 연락을 해봐야 겠습니다.
친구와 행복한 시간 되고있으신거죠?
찻집에서 이야기 삼매경 모습 눈에 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