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불꽃 축제
아들이 한 달 전 즈음 "부산 불꽃 축제 구경을 하기 위해 호텔 예약을 한다." 라고 하면서 10월 27일은 비워 두라는 전화가 왔다. 그 날은 선산에서 시조제가 있는 날이다. 퇴직 후에 나는 시조 제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런데 그 곳에 참석 했다가 불꽃놀이 구경을 가면 늦을 것이 분명하여 갈등이 생겼다. 그렇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그것은 숭조 보다는 현재의 가족끼리 교감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들 가족과 큰 딸은 11시에 부산 역에 도착 한다고 하면서 그 시간에 맞춰 내려오라고 해도 우리 내외는 점심을 먹고 출발 했다. 사상터미널 앞에서 전철을 타니 불꽃 구경을 가기 위해 탑승한 사람들로 인해 만원이었다. 그런데 차림을 보니 하나같이 추위에 대비하여 겨울옷으로 중무장을 하고 손에는 앉을 돛자리를 휴대하고 있었다.
동백 전철역에 내리니 아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우리 숙소 호텔은 동백섬 앞 쪽에 있었다.
여장을 풀고 5시가 조금 지날 무렵 아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일찍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하기에 식사하러 갔다. 우리 식구는 서로 좋아 하는 메뉴가 다르다. 아들이 우리 내외를 위해 횟집으로 가자고 했다. 횟집 앞에 가서 생각하니 아들과 손녀는 잘 먹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우리가 먹는다고 한들 무슨 맛이 있겠는가?" 공통적으로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 했더니 손녀가 “짜장면”했다.
실질적인 우리 집 대장은 손녀다. 그래서 내가 중국집을 검색해 보라 하면서 우리가 불꽃을 구경할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식사를 하자, 라고 했다. 손녀를 한참 앉고 갔더니 그냥 잠이 들어 버렸다. 그래서 다시 메뉴를 바꿔 자연산 한정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음식이 맛있고 정갈했다.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세차고 기온이 급강하해 야외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기가 무리일 것 같아 카페에서 7시 50분까지 시간을 보냈다. 잠을 깬 손녀는 카페에서 빵으로 식사를 대용했다. 우리가 구경을 한 곳은 동백섬과 광안 대교 중간 정도 되는 방파제였는데 이기대를 마주하는 지점인 듯하다.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모였다. 방파제 쪽으로 사람들이 들어가면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 요원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일렬로 도열해 못 들어가게 지켰다. 그 요원들이 사진을 찍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사진을 찍으려면 황령산이나 동백섬 위쪽에서 찍어야 제대로 된 영상을 얻을 것 같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동영상을 열심히 촬영했다. 휴대폰이 아니고 소니 카메라로 찍었다. 소니 카메라의 야경감지 기능은 다른 기종보다 훨씬 선명하다. 내 카페에 좋은 영상을 탑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뿔사!
집에 와서 영상을 확인해 보니 먹통이었다. 지난번 화와이 여행 갔다가 와서 사진과 영상을 지우지 않아 메모리 용량이 꽉 차서 녹화가 안 된 것이다. 구경도 제대로 잘 하지 못하고 찍었는데 안타까웠다, 나이가 드니 실수하는 횟수가 잦아든다.
그보다 앞서 일요일 날 가족 모두가 동백섬을 한 바퀴 돌고 누리마루에도 들렀다. 누리 마루 앞 해변 쪽으로 내려갔더니 이동식 관람석이 해변 쪽을 향해 많이 놓여 있었다. 여기에서 불꽃을 구경한 것 같아 보였다. 아마 VIP석이거나 유로 관람석인 것 같다.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손녀의 재롱을 보다가 조선호텔 앞 해변을 거쳐 숙소로 돌아와 일정을 마쳤다.
불꽃은 조연이고 손녀 소영이가 주연이었던 1박 2일이었다.
첫댓글 짧은 일정이었지만 날씨도 너무 맘에들고 동백역에서 내려서 숙소, 베이 101, 동백섬까지 깨끗하게 정비된 길을 산책한거부터 인상이 좋았어요. 부산에 여러번 갔는데 지난번 송도 케이블, 해변 둘레길이랑 이번 동백섬 해운대 불꽃 코스가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특히 기억에 남아요. 불꽃 사진은 아쉽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