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9일 (나무날)
함박스테이크에 에너지를 너무 소진했을까.
나흘 째가 되니 몸이 마음을 거스르려 한다.
그러나, 아이들 얼굴과 커피 한 잔을 떠올리며 벌떡!
가장 먼저 텃밭에 쪽파를 뽑으러.
그런데 평소에 알고 지내던 쪽파 생김새와 다른 듯.
머리가 훨씬 굵고 잎은 너무 짧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약간 다른 생김새의 파가 있어 뽑아보니
머리 부분이 허옇고 이파리가 좀 힘이 없다.
아까 그 녀석들은 무더기로 뽑아지는데
이 녀석은 한 뿌리씩 나 있다.
책모임 차 오신 바람빛이 보인다.
"뭐 해?"
"쪽파 뽑으려는데 뭐가 쪽판지 모르겠어요. 좀 봐 주세요."
"우린 이런 거 봐도 모르지!"
"헐...."
역시 책모임 차 푸른솔 도착.
고흥 김을 주시려고 나를 만나시려던 참이었단다.
"푸른솔, 저 좀 도와주세요! 어느 게 쪽판지..."
"쪽파는 무더기고, 대파는 하나하나 나 있지."
"오~~! 역시"
"근데 대파가 왜 이리 작아요?"
"안 컸나 보지."
"아아......."
결국 쪽파 대파 섞인 장바구니를 들고 공양간으로.
오늘은 누굴까...했는데 무지개가 들어온다.
책모임 가려다 공양간 도우미가 없어 발길을 돌렸단다.
잠시 후, 무려 1억짜리 보이차 맛 보시라며
봉봉이 새색시처럼 들어오신다. 중국 벗님의 선물이란다.
값을 듣고 마시니 감히 맛을 평할 수 없다.
무지개는 "내가 좋아하는 맛이 아니네"하며
한 모금 마시곤 잔을 내밀었지만
과연 싫어서 한 거절일까 나에 대한 배려일까.
청국장 멸치육수를 우리고,
김 100장을 굽는 동안 무지개는
쪽파대파를 다듬고 데친다.
많으 굽는다고 구웠는데
부셔놓으니 양이 좀 적다.
추가로 50장을 더 구웠다.
그러고나니 쪽파가 부족한 듯.
우리는 동시에 봉봉을 쳐다 본다.
"쪽파가 더 필요한데..."
"저보고 캐오라고요? 그럴게요. 어딨는데요?"
"향연네집 아래 텃밭..."
"네!"
씩씩하게 나가신 봉봉이 한참 후에 돌아오시는데
비닐봉지 안에 깨끗하게 다듬어진 쪽파가 들려있다.
그새 다듬었을 리가 없다. 물기가 없다.
"아니, 제가요 향연네하고 댕댕이네하고 헷갈려서..."
이그.. 결국 또 댕댕이네서 쪽파까지 강탈. ㅋㅋ
청국장도 댕댕이 친구 어머님이 손수 담그신 걸 나눠줬는데...
청국장도 보글보글,
김쪽파무침도 무지개의 손맛으로
정말 맛깔나게 무쳐졌다.
그러고도 한 시간이 남는다. 오호!
잠깐의 눈빛 교환 후
남는 식재료로 반찬 하나 더 만들기로.
콩나물과 오뎅 두 봉지가 남아있다.
"이 두 가지로도 요리가 되능가?"
"요리책에서 언뜻 본 것 같어."
"해 봤능가?"
"아니...."
".... 그래! 맛은 있겠네. 해 보세!"
봉봉에게 콩나물 굵기로 오뎅 채 썰기 부탁.
당근 다지기 이후 실력이 급신장.
정말 국수처럼 가늘게 오뎅 채를 썰어놓으셨다.
근디.....................................
몇 장씩 겹쳐있는 오뎅을 떼지않고 썰어
가늘게 채 썬 오뎅을 한 장 한 장 떼고 앉아있다!!
"이러면서 배우는 거죠 뭐!"
속도 좋다. 그 덕에 또 한 번 웃는다.
데친 콩나물, 살짝 볶은 오뎅에
참기름, 어간장, 약간의 소금과 쪽파로 완성.
제법 훌륭한 맛이 난다며 우리끼리 자화자찬 ㅋㅋ
오늘도 출근하신(테라스 입구 자갈 공사차)
시원파 덕에 준비된 안주로 넷이서 막걸리 건배.
다들 다시 힘이 난다.
오늘은 김치 포함 1식 4찬.
아이들이 와! 감탄을 한다.
여기서 잠깐.
며칠 동안 있으면서 1식 3찬에 대해
몇몇 사람들에게 말을 들었다.
엄마들은 학교 때 가정 시간에 배웠을 거다.
몇 첩 반상인가를 따질 때 김치, 국, 장류는 빠진다.
즉, 시방 우리 아이들이 모시는 밥상은
학술적(?)으로 보면 2첩 또는 1첩 반상인 거다.
꼭 그걸 따지자는 건 아니고(^^),
우리 식의 1식 3찬이 성장기 아이들에게
다소 부족하지 않느냐는 말이 들린다는 것이다.
밥살림 모임 때 한 번쯤 이야기 나눠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반찬 두 가지를 매끼니 할 수 없으면
저장 가능한 밑반찬을 미리 만들어 두면 어떨까 싶다.
조용하고 감사한 밥모심이 시작된다.
책모임을 마치고 푸른솔, 소리샘, 민정맘, 바람결도 함께.
소리샘은 보자마자 함박스테이크~~~하며 조르길래
어제 남은 로제소스에 스파게티를 삶아 먹으라고 했다.
그렇게라도 맛 보게 하니 맘이 좀 낫다.
잠시 해바라기 추도식 이야기를 나눈다.
여러 벗들의 따뜻한 마음이 눈물나게 고맙다.
심지호 양 홀로 입장.
"제니스, 오늘은 애들이 쑥 같이 못 캘 것 같아."
"왜?"
"그냥 오늘은 다른 애들이랑 놀고 싶대."
"하하! 괜찮아. 내일 언니오빠들 밥모심 안 하고 집에 간대."
"그래? 다행이네. 그럼 나도 가 볼게."
나가려는 지호를 다시 불러 꼬옥 안아본다.
밥모심을 마치고 중등 친구들이
3년 전 볼라벤으로 쓰러진 팽나무를 옮긴다.
힘이 모여지니 대단하다.
전날 내린 비까지 머금어 무게가 상당했을텐데
그걸 들어 옮겼다. 우리 아이들과 봉봉이.
해바라기가 엄청 개운해 하겠다.
몇 년 묵은 일을 누군가 발심을 내니
순간에 해치우게 된다. 놀랍다.
설린이를 만났다.
엄마랑 외할머니가 해룡남초등학교 출신이라길래
혹시 해룡면에 사나 해서 물었다.
"설린아, 너 어디 살아?"
"현대 아파트"
"무슨 동?"
"104동"
"아니, 어떤 동이냐고?"
"(한참 눈을 깜빡이더니) 제니스가 뭘 물어보는 지 모르겠어."
"응, 알았어. 104동 사는구나아~"
여러분, 설린이는 현대 아파트 104동 산답니다. ㅎㅎ
중등 친구들이 금요일 귀가를 위해
밥모심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기뻤다.
쑥 안 캐도 되잖아. ㅎㅎ
그랬던 마음이 좀 미안해
봄동 겉절이 무치고, 고구마전 반죽을 했다.
"중등 친구들, 고구마전 부쳐 드세요~"
메모 한 장 남기고 돌아왔다.
고맙다는 말 밖에....
여러모로 두루두루 고맙다.
푸른솔이 그러셨다.
"제니스 다음 주에 하는 나는 소박한 밥상의 진수를 보여주겠어!"
애쓰세요.
<정보사항>
1. 참깨, 참기름, 대파(아직 쪽파 크기)는 없음
2. 라면류, 콘프레이크, 누룽지 없음
3. 마늘 없으나 작은별이 한옥현샘 댁 마늘 21일 가져오시기로
4. 누구나 바로 써도 되는 재료 :
고구마 (한 망 정도), 김 (50장 정도), 참조기 (냉동실에 4-5마리),
돼지고기 (김치찌개 8인분 정도), 돼지껍데기 (꽤 많이), 백설기 (엄청 많이), 생강차 등
첫댓글 제니스 수고했어요
배려^^
나는 서두르느라 암말 안하고 지나친것 같은데~~? ㅎㅎ.. 한주간 애썼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