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말씀 묵상은 되새김질
말씀을 묵상한다는 것은 되새김질을 하는 것이다. 소, 양, 염소, 영양, 낙타, 기린 등을 포함한 많은 동물이 되새김질을 한다. 이러한 동물들은 모두 네 개의 위를 갖고 있다. 우리가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동물은 젖소다. 젖소는 풀밭으로 나가 먼저 풀을 먹는다. 이대 젖소는 먹이를 대강 씹어 삼킨다. 그런 후 아침 10시쯤 되어 해가 뜨거워지면 첫 번째 위로부터 음식을 조금씩 입으로 토해낸다. 토해낸 음식을 철저히 씹는다. 그런 후에 음식물들을 둘째, 셋째, 넷째 위로 보낸다. 이 과정을 통해 소화된 음식물은 젖소의 피 속에 흡수되어 생명의 일부가 된다.
소가 첫 번째 위에서 꺼낸 음식물을 천천히 씹는 과정이 바로 되새김질 과정이다. 소가 씹을 때 영양분은 풀에서 빠져 나와 소의 침과 혼합되어 다른 위로 보내진다. 소가 되새김질하는 과정에서 음식물로부터 빼낸 영양분은 문자 그대로 소의 혈액의 일부가 된다. 소가 되새김질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침이다. 침이 소화를 도와줄 뿐만 아니라 첫 번째 위에 무조건 담아 둔 음식물 속에 있는 독소를 해독해 주는 역할을 한다.
말씀 묵상이란 말씀을 일단 먹은 후에 그 말씀을 다시 꺼내어 말씀을 씹어 먹는 되새김질과 같다. 말씀은 영적 음식이다. 음식을 먹을 때 잘 씹어 먹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먹는 것보다 먹은 것을 잘 소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소화하지 못하면 설사를 하게 된다. 몸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잘 씹어 먹을 때 침이 많이 나온다. 침은 소화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음식 속에 담겨진 독소를 제거시켜 준다. 천천히 씹어 먹을 때 깊은 맛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이 침이다.
<씹을수록 건강해진다>라는 책에서 일본 도시샤 대학의 니시오카 하지메 교수는 음식을 잘 씹어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타액 연구를 통해 밝혔다. 그는 1980년대 초 일본에서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이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되자 해결 방법을 연구하던 중 타액에 놀라운 기능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그는 ‘한 입 30번 씹기’를 주장했다. 한 번에 30번 이상 씹으면 충분한 타액이 나와 소화를 돕게 된다. 그리고 이 타액에 30초만 시간을 주면 음식물 속에 든 식품 첨가물, 발암물질, 환경 호르몬 등의 독성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설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너무 많은 말씀을 설교를 통해 듣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씀이 아니라 말씀을 잘 소화시키는 능력이다. 즉 묵상 능력이 필요하다. 묵상 능력은 음식을 씹어 먹는 능력이다. 부드러운 음식만 먹는 사람은 씹는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딱딱한 음식을 먹고 오랫동안 씹어 먹을 줄 아는 사람은 씹는 기능이 활성화 된다. 말씀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말씀, 쉬운 말씀만 먹게 되면 말씀을 씹어 먹는 묵상 능력을 상실한다. 묵상 능력을 상실하면 말씀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말씀을 깨닫지 못하게 되면 풍성한 열매를 맺지 못한다.
예수님은 씨뿌리는 비유에서 “어떤 것은 바위에 떨어져, 싹이 자라기는 하였지만 물기가 없어 말라 버렸다.”(루카 8,6)고 말씀하신다. 씨에 필요한 것은 물기다. 씨는 말씀이다. 말씀에 물기가 없으면 말라 버린다. 물기가 무엇일까? 되새김질과 연결시켜 보면 물기란 말씀을 씹어 먹는 과정에서 나오는 침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설교가 우리 영혼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설교는 영혼을 죽이기도 한다. 우리가 들은 말씀 속에 혹시 들어 있을지도 모를 독소를 제거하는 길은 말씀 묵상이다. 말씀을 천천히 되새김질하는 과정에서 하느님은 우리에게 말씀을 소화시키는 타액을 부어주신다. 타액을 성령의 생수라고 비유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영적 영양분이 성령 안에서 말씀을 통해 예수님으로부터 흘러나와 우리 영적 혈액의 일부가 된다. 우리 존재의 일부가 된다. 또한 그때 우리 영혼을 병들게 하는 독소는 제거된다.
조급함은 영혼의 적이다. 말씀을 듣고, 읽고, 암기하고, 연구한 후에 그 말씀을 천천히 묵상하는 되새김질 시간을 갖도록 하자. 말씀을 고요히 묵상하자. 영혼은 고요함을 통해 살찐다. 말씀을 천천히 묵상하게 되면 영혼은 말씀의 맛을 즐기게 된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영혼은 자기를 즐겁게 하는 양식을 먹고 산다.”고 말했다. 말씀 묵상을 통해 영혼의 기쁨을 누리는 성숙한 제자가 되자.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