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미국청소년들, 마을인생학교학생들, 천지학생들, 빛나는, 지영언니와 함께 여수를 향해 대절버스를 탔습니다. 버스타기 전에 교실에 잠깐 모여 마음 모으기를 했지요.
오동도에 있는 여수기념관부터 만성리의 학살 현장에 세워진 위령비까지 6곳을 가보았습니다.
우리의 걸음걸음이 역사를 기억하고 그를 통해 평화를 일구는 기도의 몸짓이기를 염원하였습니다.
참고로 답사가기 며칠 전에 미리 여순사건의 배경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고 동영상도 보았습니다.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동백열차를 타지 않고 열차보다 더 일찍 달릴 수 있다며 비내리는 오동도를 달렸던 상율과 재민. 그들의 생명력에 경외감이 느껴졌어요. 천지들 모두 반짝이는 눈빛으로 현장들을 찾았지요.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인자한 미소로 친절하고 세심하게 안내해주신 할아버지 해설사님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순천, 여수 일정에서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한 빛나는의 수고도 고마웠습니다.
답사 간 곳중에 여수 서초등학교학교가 있었습니다. 학교 앞에는 그곳의 학살사건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한 곳에서 지금 현재에도 초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학교 한 쪽에 촛불과 향이 있어서 잠깐이라도 묵념할 곳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순사건 당시 인민대회가 열렸던 이순신광장에서 사십분 정도 자유시간이 주었졌습니다. 그 근처에 우리 배움터에 생선을 공급해주시는 준호아저씨네 횟집을 천지학생들과 함께 찾아갔어요. 인사하려구요. 아쉽게도 안계셔서 인사를 못했네요.
돌아온 이후 시간 관계상 동무들과 소회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단, 저 자신에게 질문이 들더군요. 그런 엄혹한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였지요.
공교롭게도 관옥선생님의 책 [쉽게 풀어 읽는 바가바드기타]에서 이런 대목을 읽었습니다.
자기의 감정에 부림을 당하는 중생은 화가 나면 물불을 못 가리지요. 그래서 나와 남을 해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살은 감정을 내되 그 감정으로부터 초연해요. 그래서 화가 나면 화를 내지만
감정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해를 입히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부처는 감정을 종처럼 마음대로 부리지요.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준다는 거예요.
제가 어떤 선택을 할 지는 제가 누구냐에 달린 것이군요.
여수에서 돌아오니 4시 하루마무리 시간입니다. 일꾼들과 함께 자리를 한 후 순례에서 돌아온 후마, 일평과 학교 배움지기들이 밖에서 저녁밥모심을 하고 순례이야기와 이후 배움터 일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산티아고 순례에서 특별히 얻었던 선물을 찾아보자고 하였습니다.
마치고 나니 9시가 다되었더군요.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