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에서 구하소서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악’은 인간이 저지르는 악을 가리키는 걸까요, 아니면 악마를 가리키는 걸까요? 답부터 얘기하면 악마를 가리킵니다. 여기에 쓰인 ‘악’은 그리스어로 ‘포네루’입니다. ‘포네루’는 소유격 형태인데, 남성형일 수도 있고 중성형일 수도 있습니다. 남성형일 경우는 악마를 가리키고, 중성형일 경우는 인간이 저지르는 악이나 추상적인 의미의 악을 가리킵니다. 테르툴리아노를 비롯한 많은 학자는 이것을 악마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는 정확하게 말하면 “저희를 악마에게서 구하소서”가 됩니다.
모든 죄악의 끝에는 악마가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의 범죄 뒤에도 악마가 있었습니다. 유다의 배반 뒤에도 악마가 있었습니다. 악행의 끈을 따라가 보면 결국은 악마가 그 끈을 조종하고 있습니다. 저예산 독립영화로 제작된 <신은 죽지 않았다God’s Not Dead>가 할리우드 영화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했고, 그 후속편이 2016년에 다시 나왔습니다.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25건의 법정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신은 죽지 않았다2>의 줄거리는 이러합니다.
고등학생인 브룩은 사고로 죽은 오빠의 유품에서 성경을 발견합니다. 오빠가 신자인 줄 전혀 몰랐던 브룩은 오빠의 성경을 읽으면서 예수님께 관심을 갖습니다. 어느 날 역사 시간에 브룩은 간디와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운동에 대한 말을 듣고 예수님도 비폭력운동을 한 분이냐고 선생님께 물어봅니다. 그러자 그레이스 역사 선생님은 “그렇다”라고 하면서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 5,44)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가 됩니다.
미국에서는 정교 분리의 원칙에 따라 공립학교에서 특정 종교에 대해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법이 있는데, 바로 그 법을 어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레이스 선생님은 법을 어겼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만 교단에 설 수 있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그러자 그레이스 선생님은 학교 측 요구를 거절합니다. 자신은 학생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성경 말씀을 언급한 것이지 그리스도교를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레이스와 학교 사이에 오간 갈등이지만, 이 문제를 전국적으로 확대시킨 이는 그리스도교를 혐오하는 한 단체의 대표 변호사입니다. 이 변호사는 브룩의 부모에게 소송을 하라고 부추깁니다. 만일 미국 내 종교교육과 관련된 첫 번째 재판에서 브룩이 승리한다면, 하버드대학 입학은 따 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결국 그레이스는 법정에 서게 되고 문자 그대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릴 상황에 처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만 보면 이 사건 어디에도 악마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적 존재인 악마는 인간의 탐욕과 나약함을 교묘히 이용해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 합니다. 또 악마는 세상의 가치체계, 기관, 조직, 정치, 사회, 경제 구조 어디에서든지 기회를 엿보고 자신의 음흉한 손길을 뻗칩니다.
그리스도인들과 악마의 영적 전투는 세상 끝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가라지의 비유’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늘 나라는 자기 밭에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에 비길 수 있다. 사람들이 자는 동안에 그의 원수가 와서 밀 가운데에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 줄기가 나서 열매를 맺을 때에 가리지들도 드러났다. 그래서 종들이 집주인에게 가서, “주인님,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가라지는 어디서 생겼습니까?” 하고 묻자, “원수가 그렇게 하였구나.” 하고 집주인이 말하였다. 종들이 “그러면 저희가 가서 그것들을 거두어 낼까요?” 하고 묻자, 그는 이렇게 일렀다.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수확 때에 내가 일꾼들에게,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서 단으로 묶어 태워버리고 밀은 내 곳간으로 모아들이라고 하겠다.”(마태 13,24-30)
이 비유에서 원수는 악마를, 주인은 하느님을 가리킵니다. 주님께서는 좋은 씨앗을, 악마는 나쁜 씨앗을 세상에 뿌립니다. 이 일은 영역을 가라지 않고 어디에서나 일어납니다. 세상에서든지 신앙공동체 안에서든지 도처에서 일어납니다. 악마는 우리 마음을 차지하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생명의 말씀이 우리 마음에 떨어지면, 악마는 즉시 달려와 그 말씀을 빼앗아 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분의 도우심이 우리를 거슬러 돌격해 오는 원수의 무리보다 훨씬 강한 힘으로 우리를 위해 싸웁니다.
우리의 전투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권세의 권력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령들입니다.(에페 6,12)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생명의 말씀이 우리 마음에 떨어지면,
악마는 즉시 달려와 그 말씀을 빼앗아 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분의 도우심이 우리를 거슬러 돌격해 오는
원수의 무리보다 훨씬 강한 힘으로 우리를 위해 싸웁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 5,44)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