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친구가 예전에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더운날씨 좀 시원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그리고 저또한 기분전환을 위해 괴담을 올려봅니다.
(내친김에, 대구 지하철 참사로 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빌어보네요.)
대구 중앙로역 주변에서 대학 친구들과 늦은시각까지 술을 마셨던
이친구는 지하철을 타고 대구 감삼동에 사는 친형네집에 가기위해
먼저 자리를 일어났습니다.
약간 취해 알딸딸한 상태로 지하철역을 향해 발길을 옮겼죠.
이친구, 계단 내려가는데 갑자기 오줌이 무척이나 마려웠답니다.
그래서 화장실로 종종걸음으로 들어가서 소변기앞에 섰죠.
먼저 화장실에 들어와있던 술취한 아저씨가
세면기에서 손을 씻고 있었습니다.
뒤에 코너 끝에있던 변소에서는 어떤남자와 여자가 서로 막 울고있었구요.
문이 굳게 닫혀진채 안에서 뭐가 그토록 서러운지
남자와 여자가 굉장히 서럽게 울더랍니다.
손씻던 아저씨는 다 씻었는지 손을 훽훽 털고는 걸어나갔습니다.
'저아저씨가 저 두사람한테 해코지를 했나?'
'아니면 저 두사람 여기서 마약했나?'
별별 생각을 다 했다고 합니다.
곡은 그칠줄을 몰랐고..
이친구는 그 두사람이 왜 우는지 너무 궁금해서
일을 다 본후에 그곳으로 사뿐히 걸어갔습니다.
어느순간 자기한테도 슬픈감정이 전달되는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막 울고싶고.. 뭔가 막 복받혀오르고..
기묘한 감정이었다고 합니다.
닫힌문에 살며시 손을 대자 순간 두사람의 곡이 뚝 그쳤습니다.
정말 말그대로 뚝..
그리고나서는 쥐죽은듯 고요한 정적이 흐르고..
어디선가 알수없는 향냄새와 국화꽃의 향기가 진동을 했습니다.
좀전에 밀어닥쳤던 매우 슬픈감정은 이내 공포감으로 바뀌었다고합니다.
말로 설명못할 너무 무서운 공포감.
황급히 입구쪽으로 뛰어나간뒤
밖을보니 사람들의 왕래가 좀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일단 극한의 공포감에서 벗어났으니까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섰습니다.
세면대쪽에서 서서 한동안 있다가 몸을 낮추고 고개를 숙여서
여전히 문이 굳게 닫혀져있는 그문제의 변기쪽 밑을 보았습니다.
뭔가가 있다면 보일테니..
'대체 사람이가 귀신이가..'
그런데 막상 밑을보니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두번째 변소에서 사람 맨발이 보였다는거죠.
거무죽죽한 맨발..
문이 열려져있는 두번째 변소에서..
그때 마침 술취한사람들이 들어와서
얼른 일어나 나갔습니다.
그날 겪은 일을 얘기하면서
분명 대구지하철참사때 죽은 사람들의
원혼이라고 말을 하던데..
지금도 거기엔 밤에 혼자 못간답니다.
사람이 하도 많이 죽어서
여름에도 서늘하답니다.
대구지하철참사.. 어찌되었든 정말 가슴아픈 사고였죠..
카페 게시글
▦오블라디오블라다~
대구 중앙로역.. 그 비극의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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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써놓고서도 우울하네...참..
그날 아침에 그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유유히 들어와서 뉴스를 봤었습니다. 몇시간 안되서 였더군요. 목숨에 대한 안도보다 아찔한 가슴아픔... 군대에 있을 때의 기억이군요... 시간, 참 빠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