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서방
기차 타고 고향 떠난 복실이
둥굴넙적한 얼굴 서글서글한 눈매
서울가서 출세해서 금의환양한됐는데
방실거리는 그녀는 지금쯤은 어디있을까?
*기둥서방
*[우리말]기둥서방은 연산군 때 벼슬에서 유래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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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간신 중 한 장면. 연산군 당시 11년동안 1만 미녀를 바쳐 왕을 쥐락펴락 하는 '간신'들의 시대를 다룬 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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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간신 중 한 장면. 연산군 당시 11년동안 1만 미녀를 바쳐 왕을 쥐락펴락 하는 '간신'들의 시대를 다룬 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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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이나 창기娼妓를 데리고 살며 영업을 시키는 사내를 예로부터 ‘기둥서방’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연산군과 관련이 있는 사연을 지니고 있다.
연산군은 기생을 호송해 올리는 관리인 호화첨향사라는 벼슬까지 두면서 각도의 미색을 뽑아들였다. 이렇게 선발된 기생의 뒤를 보아주고 또는 외방으로 다니면서 미색을 데려다가 기르는 사내를 ‘기둥서방’이라고 했다. 이처럼 ‘기둥서방’이라는 제도는 연산군에 의해 처음으로 확립된 셈이다.
이 기생들은 대궐에 진연하는 한편 기둥서방인 사처 오입쟁이들의 보호, 감독 아래에 외방의 손님을 맞아들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여기에도 지체와 계급이 엄연히 존재했다. 당시 기방 세도는 대전별감이 으뜸이어서 약방기생은 모두 이들의 차지였다. 상방기생은 형조의 서리나 포도부장에게 차례가 갔고, 금부나장이나 정원사령들이 그 중 낮은 혜민서 기생을 데리고 살았다.
그러나 기생방에 출입하는 별감들이란 기생을 데리고 살지 못하는 속칭 ‘홀아비 별감’들이 대부분이었다. 기생 서방인 별감들은 기생을 데리고 사는 체면에 다른 기생방 출입을 삼갔고 또 기생들은 모두가 이들 기둥서방의 전속이어서 기적에서 이름을 뽑고 살림을 차리자면 반드시 기둥서방의 승낙이 필요했다.
이리하여 기생 이름에는 반드시 기둥서방 이름이 따라다니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니까 기생들은 ‘임석두의 부용’이란 식으로 이름이 통했던 것이다.
요즈음 와서는 이 기둥서방을 달리 ‘창부’ 또는 ‘포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