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산업 성장세 속 조용히 죽어가는 ‘지역신문’들
[지역신문 난중일기 上] 전국 지역신문사 中 46.8%가 ‘적자’…10년차 독립언론도 결국 버티지 못했다
[편집자주]
재정난과 인력난, 그리고 무엇보다 무관심. 그 속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선봉장을 담당해 온 지역신문이 소멸하고 있다. 한림랩 뉴스룸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지역신문의 실태를 난중일기(亂中日記)로 남기고자 한다.
<연재목록>
[지역신문 난중일기 上] 신문산업 성장세 속 조용히 죽어가는 ‘지역신문’
[지역신문 난중일기 下] ‘지역신문’ 발전하려면 당장 소멸부터 막아야 한다
신문산업 ‘구조적 양극화’에 지역신문 생태계는 ‘열악’
한국언론진흥재단(한언진)의 ‘2025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 신문산업 매출액은 총 5조3천50억3천2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5천165억 원 증가한 수치이며, 이로써 국내 신문산업 매출액은 역사상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눈부신 성장세 속에서도 신문사 간 빈부격차는 확연했다. 해당 매출액 통계에서는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소위 대형 신문사 59곳이 합계 3조1천611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전체 신문산업 매출액의 59.6%를 차지했다. 반면, 1억 원 미만의 매출을 올린 소형 신문사들을 합하면 전부 3천803곳이었는데, 이들은 합계 1천350억 원의 수익을 달성, 전체 신문산업 매출액 중 2.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사 간 수익 양극화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신생 신문사는 계속 늘고 있었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국내 신문산업 사업체 수는 총 6천549개다. 이는 2023년 12월 31일과 비교했을 때 331개 늘어난 숫자다. 국내 신문사는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속에서 종이 신문사 비율은 2019년(29.2%)부터 2024년(21.5%)까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비교적 사업체 등록이 간편한 인터넷 신문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데다, 지면 구성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신문사들이 지면 발행을 포기한 채 인터넷 신문사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국내 종이 신문사는 1천409곳으로, 5천140곳에 달하는 인터넷 신문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수도권 쏠림 현상도 극심했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국내 종이 신문사 854곳(60.6%)이 수도권(서울특별시·경기도·인천광역시)에서 신문을 발행하고 있었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강원도)에 위치한 종이 신문사는 고작 28곳(2%)으로, 강원도는 모든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면적 대비 종이 신문사 수가 제일 적었다. 게다가 그중 일간지는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뿐이고, 나머지 26곳은 주간지였다. 두 일간지는 모두 본사가 춘천에 있고, 원주시, 홍천군, 영월군 등 각 지역에 지사를 두면서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 나가고 있다. 특히 강원일보는 최근 모기업이 동곡사회복지재단(DB)인 점이 확인되며 대기업 계열사로 공인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일간지는 지방에서 사실상 중앙일간지 급의 위상을 가지지만, 지역주간지들은 재정난과 인력난에 시달리며 다른 형편을 보인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취합한 ‘2024년 신문사업체 1개당 평균 매출액’을 보면, 지역 종합일간지는 평균 36억 3천400만 원에 달했지만, 지역 종합주간지는 평균 1억4천900만 원에 불과했다. 약 24배 차이다. 또, 지역 종합일간지는 5인 미만의 기자로 운영되는 곳이 6.6%에 그쳤지만, 지역 종합주간지는 72.7%에 달하는 등 취재 인력 수준에서도 격차가 극명했다.
10년차 독립언론 ‘춘천사람들’, 지난해 무기한 휴간 결정
지역신문의 열악한 현실은 당장 눈앞에 존재했다. 강원도 춘천시 약사고개길에 위치했던 지역주간지 ‘춘천사람들’은 언론협동조합이라는 체제 아래 시민기자들이 모여 활동하던 독립언론이다. 지난 2010년 4월 ‘강원희망신문’이라는 대안언론으로 시작된 해당 신문사는 2015년 11월 협동조합 체제로 전환되면서 제호를 ‘춘천사람들’로 바꾸고 첫 지면을 발행했다. ‘춘천사람들’은 창간호부터 ‘레고랜드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기획 연재를 통해 춘천 레고랜드 사업추진 과정의 문제점들을 처음으로 보도함으로써 지역사회의 호응을 얻었다. 이후 창간 3년 만인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 연속으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우선사업대상사’로 선정되며 지역신문으로서 역할을 묵묵히 이어왔다. 그러나 거듭되는 재정 악화 속에서 2024년 12월 23일 지령 446호를 끝으로 지면 발행을 중단했다. 이후 지난해 1월 인터넷 신문사로 선회했지만,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해 12월 25일부터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 발간 10년 만의 안타까운 중단이었다.
종이 신문사가 재정 악화 속에서 지면 발행을 포기한 후 원상태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신문사의 매출액은 크게 구독 수입과 광고 수입, 도서 등 콘텐츠 판매 수입 등으로 이뤄진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지역 종합주간지들의 수입액 구성 비율에서 광고 수입(62.7%)과 구독 수입(23.7%)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때 광고는 대부분 관공서가 지면을 통해 포스터 홍보를 요청하는 형태이며, 구독 역시 시민들의 실물 종이신문 구독을 의미한다. 인쇄비와 유통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지면을 포기하지만, 되려 수입액 대부분을 창출할 수 있는 통로도 같이 없어지는 것이다.
전흥우 ‘춘천사람들’ 이사장은 ‘춘천사람들’의 처음과 끝을 모두 함께한 기자다. 그는 창간호 당시에는 편집장으로서 시민기자들을 진두지휘했고, 무기한 휴간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이사장의 직분으로 ‘시민언론 10년의 여정, 그 끝에서’라는 데스크 칼럼을 썼다. 중간에 ‘춘천사람들’을 잠시 떠난 적도 있었지만, 다시 돌아와 언론협동조합의 가능성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전 이사장이 말하는 언론협동조합의 가능성이란 ‘다양성’과 ‘전문성’이다.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춘천사람들’의 모토 아래 지역사회에 대해 쓰고 싶은 글이 있는 누구나 시민기자의 자격으로 지면에 참여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사회복지나 생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본업을 둔 시민기자들이 모이니 해당 분야로 전문성 높은 기획 기사를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전흥우 이사장은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연재 기사로 ‘낯선 시선’을 꼽았다. “낯선 시선은 다문화 시대에 춘천에서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들이 시민기자로 참여해 일상을 기록한 코너”라며 설명을 시작한 전 이사장은 “러시아, 인도, 네팔, 몽골까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게 너무 소중했다”고 회상했다. 무기한 휴간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그는 “모기업을 따로 갖지 않고 시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협동조합으로서 시작했다 보니 자본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민기자들이 기자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벅찬 감정을 느꼈는데, 이제 그런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며 “저널리즘 교육체계를 철저히 갖추고, 원고료를 지급할 경제적 여력만 있었으면 좀 더 지속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진솔한 감정을 털어놨다.
이런 어려움을 겪은 지역신문사는 ‘춘천사람들’뿐만이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지역신문사 중 46.8%가 적자를 냈고, 흑자를 냈다 할지라도 1억 원 미만의 영업이익액을 달성한 비율이 48.3%였다. 지역민들의 고충을 대신 전달해야 할 지역신문사들이 되려 빈곤에 시달리며 고충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외 학계에서 저널리즘은 민주주의·경제·보건·환경 등 현대사회 전 분야에서 시민과 사회가 보다 현명하게 판단하며 살아가기 위한 필수자원으로 취급된다. 실제로 지난 2021년 미국의 국제학술지 ‘Public Opinion Quarterly’에는 “지역언론이 감소하면서 지역민들의 정치적 양극화(polization)가 심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는 반대로 지역언론의 이용이 활성화되면 중앙언론 중심의 뉴스 소비 때보다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줄어들 수 있다는 단서이기도 하다. 특히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사회가 소멸할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에서 지역언론 활성화는 총체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투자로서 절실하다. 그러나 지역언론 활성화의 필요성이 충분함에도 이에 대한 국가적 투자는 미비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역신문들은 지금도 조용히 소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