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벌써 지고 꿀벌들 설레게 풍기던 향기도 지고 자죽만 무성히 남은 죽림사 윗마당 보라 제비꽃, 하얀 제비꽃, 노란 민들레, 하얀 민들레, 파란 개불알꽃, 자주 광대나물꽃, 푸릇푸릇 쑥... 쨍쨍한 볕속에도 시들지 않아 흰나비 노란나비 오명가명 들르는 사이, 윤슬같은 목소리 그녀와 한밤의 꿈은 아니리, 나직이 노래를 불렀다
바람은 마른 잔디 위에서 새순을 만지작거리다 무심히 처마를 스치면 날아갈 듯 퍼지는 웃음소리처럼 나풀나풀 풀려나는 풍경소리. 잔돌을 쌓아놓은 큰돌 위에 동전 몇개 쌓여있는 종지 곁에 지전 한장 올리고 작은 돌로 눌러 두고 합장하였다 돈으로 발라놓은 듯 번쩍이는 절들은 무소유를 잃었다 하지만 여긴 손때 묻은 낡은 책속 같아 오래오래 전 국민학교 소풍갔었던 절간에 다시 온 듯
배롱나무 꽃 필 때 다시 오자고 동백꽃 달린 나무 앞에 날 세워두고 사진을 찍으신다 나도 돌계단에 그녀를 앉히고 사진을 찍었다 켜켜이 쌓인 시간, 바래고 손때 묻은 책같이 반갑고, 정겹고, 평안하였다 불 앞에 다가앉은 양 얼굴 뜨거운데 매화나무 꽃 진 마당 댓돌 위에 앉아 흰다리를 내어놓고 영양제 주사를 맞듯 볕을 쬐었다
휘파람새소리만 절간같이 고요한 절간에서.
첫댓글 봄볕, 한편의 시를 써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고요한 절간 곳곳에 봄이 살며시 내려앉아 눈이 부십니다. 단발머리에 알록달록한 원피스를 입고 저 만큼 작은 꽃잎들을 소중히 만지는 어린 아가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구요.
만물이 깨어나는 봄, 눈도 마음도 더 크게 떠 집니다.
봄볕에 앉아서 봄을 보내고 또 봄을 맞이하고 느끼는 모양이 한아님이 봄날과 동심일체인듯 느껴집니다.
윤슬같은 목소리
나직이 노래를 부르다니 !
반짝이는 잔물결같은 목소리에
기울입니다
나는자연인이다를 , 보다가
자연인이 '윤슬' 운운
어쩌다 '윤슬'에 꽂힌 식구는
품위 품격있는 자연인이라
거드네요 ^^
흰다리를 내어놓고
영양제 주사를 맞듯 볕을 쬐었다
휘파람새소리만 절간같이 고요한 절간에서.
시의 형상화
메타포 은유에서
따뜻함 쓸쓸함 연민이
동시에 느껴지네요
읽고 또 읽고
유심히 헤아려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