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제일 큰 방
주님께서 돌아가신 무렵을 가만히 살펴보면 참으로 인상적인 두 명의 이름 없는 사람이 나타난다. 주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실 무렵 두 제자를 보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맞은 편 마을로 가보아라. 그곳에 가면 나귀가 한 마리 매어져 있을 것이다. 그것을 풀어서 끌고 오너라. 나귀 주인이 왜 그러냐고 묻거든 주께서 쓰신다고 하고 끌고 오너라.”
제자들이 예수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행하자 나귀 주인은 곧 제자들에게 내어주었다. 주님은 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셨다. 주님께서 쓰시겠다고 말만 전해 듣고도 선뜻 나귀를 내어준 나귀 주인 그가 바로 인상적인 한 사람이다. 이 외에도 인상적인 이름 없는 한 사람이 또 있다. 주님께서 최후의 만찬을 보낼 방을 구하기 위해서 역시 제자 두 사람을 보낼 때에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성 안에 들어가면 물을 길어가는 사람이 있을 터이니 그를 따라가 그 집주인에게 ‘우리 주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눌 방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라. 그러면 그 사람이 큰 이층 방을 내어줄 것이다.”
주님이 쓰시겠다는 말 한 마디에 선뜻 나귀를 내어준 주인이나, 그분이 필요하다는 말만 전해 듣고도 선뜻 자기 집의 큰 이층 방을 내어준 이 이름 없는 두 사람.
주님, 저는 이 이름 없는 익명의 두 사람이야말로 신앙의 본보기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럴 수가 없어요. 주님을 보지 않고서 사기꾼인지 도둑놈인지 알 수 없는 두 제자에게 어떻게 제 나귀를 내어줄 수 있나요. 어떻게 우리 집 이층 큰 방을 내어드릴 수가 있을까요.
오늘날 우리 사회도 주님을 믿는 나귀를 끌고 가는 나귀 주인이나 물동이를 이고 가는 평범한 이름 없는 익명의 사람들에 의해서 이만큼이나마 올바르게 움직여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평범한 사람이 내어준 이층 방이 주님이 우리와 자신의 피와 살로서 영원한 계약을 맺는 이 지상에서 가장 신성한 다락방이 되었으며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방이 되었습니다.
신앙의 실천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겨자씨와 같은 방 하나를 주님께 내어드리는 작은 일이며, 그 작은 일이 결국 그 방을 이 지상에서 가장 큰 방으로 만들어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 만큼 큰 나무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신 내 주님, 나의 하느님. 주님께서 쓰시겠다는 말씀에 선뜻 가진 나귀를 내어드리는 나귀 주인을 본받게 하시고, 주님께서 쓰시겠다는 말씀 한 마디에 선뜻 내 마음의 이층 방 하나를 내어드리는 집주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