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몰 주력 화장품기업, 가맹점주들 ‘속앓이’
공급 품목 감소, 매대 빈 채로 영업도…최근 “지원 재개” 약속, 귀추 주목
국내 화장품 기업인 ‘이니스프리’가 온라인몰 판매에 집중하면서 가맹점들이 판매 상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등 영업에 차질을 빚어 불만이 쌓이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경기도 성남시에서 이니스프리 가맹점을 운영해온 최모씨는 “오프라인 가맹점인 로드샵에서 발주할 수 있는 품목이 점차 줄거나 단종되고 있다"며, "이를 사전에 통보하지도 않아, POS(금전등록기)에서 상품을 주문할 때가 되어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공급 중단 품목에 대한 사전 통보가 이뤄지지 않아 재고가 없어 주문하려할 때에야 더 이상 해당 품목을 팔 수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벤트를 위한 품목, 예를 들어 현수막이나 포스터, 샘플 화장품, 사은품, 인기 상품이나 신규 상품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고 있다”며 가맹점들의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실제 최모씨의 매장 POS기 발주 화면이다. 매일 발주 가능한 상품이 바뀐다. 할당잔여 수량만큼만 발주가 가능하고 발주할 수 없는 상품은 조회할 수 없다. 따라서 가맹점주들은 어떤 품목의 공급 중단 예정임을 미리 알지 못하고 조회가 안 되는 것을 보고 뒤늦게 알게 되는 것이다.
최씨는 주문을 하고 싶어도 물품 공급이 안 돼 비어있는 매대를 가리키며 “매대를 채우기 위한 상품을 출시하지도 않고 새로운 상품을 주문하는 것도 제한돼, 이대로 방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들어와 비어있는 매대를 보고 “장사를 하지 않는 것이냐” 묻기도 한다고.
매대의 상당 부분이 비어있는 최모씨의 이니스프리 로드샵.
지속적으로 로드샵보다 온라인 몰의 비중을 높여 가는 가운데, 가맹점주들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9년 ‘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체계(THAAD)’에 대한 중국 시장의 반발로 큰 타격을 입은 이니스프리는 이후 국면 전환을 위해 지속적으로 중국과 국내의 로드샵 수를 줄이고, 온라인 몰의 비중을 높였다. 지난 2019년 920개이던 가맹점은 2020년 657개로 28%가량 감소했고, 매출액은 2019년에 5천512억원에서 2020년에 3천485억 원으로 36%가량 감소했다. 이후 이런 추세는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감소, 이니스프리 본사와 가맹점주간의 간극만 커져온 것이다.
2019년 중국 시장의 반발 이후, 가맹점의 수와 매출이 떨어진 이니스프리(출처:공정위)
물품을 못 받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이니스프리가 온라인몰에 주력하다보니 소비자로서는 이니스프리의 온라인몰이나 쿠팡 등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게 됐다. 로드샵보다 다양하고 저렴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데다, 많은 이벤트와 사은품을 증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엎친데 덮친격이다.
일례로, '블랙티 유스 인헨싱 앰플' 등을 포함한 이니스프리의 상품들은 로드샵보다 온라인 판매처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격도 저렴하고, 다양한 이벤트나 사은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왼쪽부터 로드샵, 이니스프리 온라인몰, 쿠팡에서 판매중인 '블랙티 유스 인헨싱 앰플'이다. 로드샵은 단품만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니스프리 온라인 몰이나 쿠팡은 살짝 높은 가격대에 다양한 사은품 증정과 이벤트를 하고 있다.
사은품도 사은품이지만 소비자가 로드샵을 직접 방문해 상품을 구매하려고 해도 원하는 상품의 재고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에 반해, 온라인 판매처는 재고가 모자란 경우는 드물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로드샵은 온라인 몰에서 구매하기 이전에 상품을 체험해보는 곳이 되었다"는 푸념이 최씨의 입에서 나왔다.
최씨와 같은 상황이 이니스프리 로드샵들 사이에서 재연되면서 이니스프리 가맹점주협의회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들며 “이니스프리 본사는 ‘가맹본부의 준수사항’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고 반발하며 “로드샵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들거나, 가맹점주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지해달라”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지난달 29일, 본사와 가맹점주협의회 간에 가맹사업에 대한 협의회의가 진행돼 가맹점 제공 상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 온라인 결제시 로드샵 배당 금액 비율 제고, 판촉 지원 등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이후 대면 사회로의 일상 회복 거의 마무리된 단계에서 화장품 업체 본사와 가맹점간의 상생 관계도 원상복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민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