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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더했을 뿐일세 (은어 이야기)
제목을 요상하게 단 것은 오직 낚시질을 위함일세.
용서하시게.
그건 다름이 아니라 내가 018 전화와 이별했음을 알리고자 함일세. 즉 018-519-1760이 010-6519-1760으로 바뀌었으니, 중간에 6이 하나 추가된 것 뿐이라는 말이지.
그러니 앞으론 이 번호를 기억하거나 저장했다가 내 연락처로 삼아달란 뜻이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언제나 연락해달라는 부탁일세.
더 이상 그런 폴더폰도 나오지 않고, 배터리의 성능이 다 되어서 만땅으로 충전을 해도 한나절도 버티지 못하니 할 수 없이 스맛폰으로 바꾼거지.
그렇다고 내가 좀스럽게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요리조리 금을 긋는 그런 행위나, 엄지로 문자를 찍어서 남에게 보내는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걸세. 좋은 여행지에 가면 그 풍광을 머릿속에 넣어둘 뿐 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그런 짓은 하지 않네. 심지어 음식을 놓고도 폰 사진을 찍더만.
그러니 옛날 전화기처럼 받고 거는 게 내 전화기의 주역할이고, 업무적으로 오는 문서나 주식의 변동 상황등을 살피는 게 주업무지.
알만한 전화번호는 다 외우니 번호를 따로 저장하는 것도 하지 않네.
벌써 바뀐 내 전화로 안부를 물어오는 친구가 있었기로, 그들에게는 떡도 보냈고, 건강하고 돈도 많이 벌라고 용기도 넣어줬지.
이 글의 본론은 은어(銀魚)이야기 인데, 은어는 우리 풍기 친구들에게는 아주 낯선 물고기이다. 남원천이나 뒷창락 개울에는 은어가 살지 않고, 제일 가까운 곳이라야 봉화 명호천(明湖川)에는 가야 낟마리로 구경 할 수 있고, 죽령을 넘어서 단양천에서도 전혀 구경할 수 없기에 은어와 친할 기회가 없었으니, 아직 은어를 직접 보지 못한 친구도 있을 법하다.
20여년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내가 살던 태백으로 오셨을 때, 이웃에 사는 낚시꾼이 울진 왕피천에서 공치만한 은어를 ‘도모’해 와서는 할아버지를 대접해드렸는데, 할아버지께서 ‘이에 뭔 고기냐?’ 하시기에 ‘은어에요’ 했더니, 할아버지가 말문이 막히고 눈물이 그렁 그렁해지시면서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셨다.
6.25때 피란을 갔는데, 풍기에서 걸어서 대구 밑에 있는 청도(淸道)까지 가셨단다. 거기 낙동강 지류 형산강 갱변에서 보리짚을 깔고 어머니는 내 형을 출산하셨다.
먹을거라곤 보리죽 밖에 없는 피란민들에게 물고기가 생긴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은어는 워낙 빠른 놈이라 잡을 방도가 없던 차에, 군인들이 지나가면서 여기 저기 수류탄을 두어 발을 터트리니, 물에 은어가 허옇게 배를 드러내고 떠다녔단다. 피란민들은 너도 나도 물에 들어가 은어를 마음대로 건져서 보릿쌀을 넣고 어죽을 끓여서 싫컷 드셨단다. 그리고는 은어 구경을 못하시다가 40여년만에 은어를 대하셨으니 그 감회가 어떠하셨을까 짐작이 가는 일이었다.
은어는 바다에 면한 동해안의 하천, 즉 양양 남대천과 어성전(물고기의 천국), 강릉 남대천, 삼척 오십천, 울진 왕피천, 불영계곡 하류, 그리고 낙동강의 지류 (본류는 댐이 막혀있고, 오염이 심해서 은어가 없다.), 그리고 섬진강 하구에서 서식하는 은빛의 물고기다. 즉 이른 봄 바다에서 산란하여 점점 상류로 거슬러 올라오면서 빠르게 몸집이 커져가는 물고기다.
그러면 봉화 명호천에 사는 은어는 뭐냐고 항의할지도 모른다. 봉화의 은어는 옛날 안동댐이 있기 전 낙동강이 맑디 맑던 시절에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왔다가 안동댐으로 말미암아 퇴로가 막히자 안동댐을 바다 삼아서 육봉화(陸封化)된 것으로, 오랜 세월에 그 모양도 약간 변해서 꼬리가 좀 짧다.
은어외에도 바다와 민물을 왔다 갔다 하다가 육봉화된 것으로는 송어가 있다. 즉 바다 송어와 육지 송어, 또 열목어와 산천어 모두가 바다 송어(松魚 Traut)가 육봉화 되어 다른 이름으로 붙혀진 것들이다.
은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은어가 치어일 때는 돌이끼를 뜯어 먹고 자라서 생으로 먹어보면 수박향이 나고, 튀겨먹어도 살이 부드럽고 뼈가 억세지 않고 비리거나 잡내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부터는 일본어를 쓰더라도 양해 바란다. 일본넘들은 워낙 은어를 좋아해서 잡는 방법도, 요리법도 다양하다.
따라서 낚시 용어도 일본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린 은어는 ‘나가시’라는 방법으로 잡는다.
즉 스티로폼으로 싸고 눈에 잘 띄도록 빨갛게 칠을 한 추에 작은 파리낚시가 여러개 달린 것을 상류에서 하류 방향으로 던지고 그것을 다시 역방향으로 서서히 감아올리면서 가짜 미끼로 은어를 유인하여 낚는 방법이다. 작은 새끼 손가락 만한 은어가 잡힌다.
은어가 좀 더 커서 손가락 길이 쯤 되면, 낚시용 구더기
같은 미끼를 이용해서 ‘오모리’를 한다.
이제는 장소를 이동하지 아니하고 추에 바늘을 달고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낚시를 한다.
이렇게 낚은 은어는 살이 상하지 않도록 면도날로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거기에 마늘 반쪽을 넣은 것을 은어와 함께 깻닢으로 싸고 이쑤시게를 꽂은 후 튀김옷을 입혀 두 번 튀겨내면 그 맛과 향이 일품이다.
다시 은어가 더 자라면 ‘도모쓰리’를 하는데, 이것은 재미와 기술에 있어서 가히 민물 낚시의 최고봉이라 일컷는다.
도모쓰리에 쓰는 낚싯대 하나에 백만원을 홋가하고, 바늘도 14금으로 만들어서 쓰는 사람도 있다.
도모쓰리 기술은 왜정 때 일본넘들로 부터 전수받았기에, 내가 처음 강릉 땅을 밟던 70년대에도 여름 날 노인네들이 모자에 도모 바늘을 여러 개 꽂고 허리춤까지 물이 찬 남대천에 들어가서 낚시를 하고 있었으니, 그 기술은 일본에서 유입된 게 틀림이 없다.
먼저 오모리나 투망등을 이용해서 제법 큰 은어를 몇 마리를 잡는다. 이 은어를 ‘뽕고기’라 부르는데 이유는 확실치 않다. 이 은어의 코에 마치 소 고삐 같은 동그란 바늘을 끼워 낚싯줄과 연결을 하고, 은어 꼬리에는 두 개의 날카로운 바늘을 각각 한 쪽씩 묶는데, 바늘 끝이 은어의 머리쪽을 향하게 한다.
이렇게 채비를 해서 물속으로 은어를 끌고 다니며 놀리는데, 은어는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이 강해서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다른 넘이 들어오면 바로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 코가 꿰어져서 자유롭지 못한 은어는 조사(낚시꾼, 釣士)가 이끄는 데로 끌려와서 남의 영역에 들어가게 되고, 그 영역을 지키던 고기는 급히 침입자를 공격하다가 제 몸이 뽕고기의 꼬리에 달린 바늘에 끼이고 만다. 이 쓰리낚시는 제법 물살이 센 곳에서 하기 때문에, 결국 낚시꾼은 뽕고기와 또 거기에 걸린 고기, 그리고 물살과도 싸워야하는 삼중고(?)를 겪에 되는데, 이 맛에 도모쓰리를 한다.
잘못다루면 걸린 고기가 빠져달아나기도 하고, 물살에 걸린 고기의 살이 찢어지기도 하고, 코를 꿴 뽕고기가 빠져나가기도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뜰채를 물속에 넣고 고기 두 마리를 동시에 담아서 걸린 고기를 빼내는 방법으로 낚시를 한다.
뽕고기는 힘이 빠지면 못쓰게 되므로, 수시로 새로 잡은 싱싱한 것으로 교체해주어야 한다.
도모는 동무의 일본어이고, 쓰리는 낚아챈다는 뜻이니, 고기로 그 동무를 대동하여 낚는다는 얘기다.
토모로 낚은 은어는 아주 커서, 왕피천 병창의 것은 꽁치만 하다. 두툼하게 회로 썰어서 초장과 함께 씹으면 살이 연하고 뼈 까지 씹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한편, 섬진강의 은어잡이는 독특하다.
팔길이 만한 대에 그 길이 만한 낚싯줄을 묶고 그 끝에 바늘을 단다. 다시 그 바늘을 대 끝에 고정시키고 수경을 쓰고 물속을 헤엄쳐 다니다가 은어를 발견하면 바늘로 은어를 걸어버린다. 바늘에 찔린 은어는 바로 달아나려하지만 바늘에 묶인 줄 이상은 달아날 수 없기에 결국은 잡히고 만다.
이 방법은 낚시라기 보다는 훌치기라 해야 할 것 같다.
이것은 어린 은어는 잡지 않고 큰 것만 잡기에, 여름 날
섬진강 매화마을 부근에 가면 은어밥이나 은어구이, 은어조치(은어 튀김과 다른 전을 함께 넣어 졸인 것)등을 맛볼 수 있다.
바람이 차츰 차가와지는 가을이 되면 은어는 바다로 향한다. 은빛의 찬연한 빛깔은 어디고 가고 색깔은 검으튀튀해지고 피부는 샌드 페이퍼처럼 거칠어진다. 그 빠르던 움직임도 둔화된 채 생을 마감하기 위해, 아니면 또 다른 삶을 이어주는 영양소를 제공하기 위해 바다로 간다.
제 한 몸을 공양하기 위해 바다로 간다.
떼를 지어 바다로 가는 길목에는 어김없이 갈매기들이 떼지어 앉아서 마지막 은어 사냥을 즐긴다.
남대천 하구에서, 그리고 왕피천 하구에서....
은어의 일생은 이렇게 마감된다.
乙未 伏中
豊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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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봉화 은어축제 때, 행사하느라 3번 갔었는데, 정작 은어가 없어 다른 데서(양어?) 사와서 넣는 것을 보았습니다. 은어를 대하기는 여러 번 대했는데,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아서 맛을 알 수가 없네요. 수박 냄새가 난다니, 궁금합니다. 저도 불자가 되기 전에는 낚시를 자주 했었지요. 제가 운영하던 음악학원 선생님들이 다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한 사람이 낚시꾼이라 회식을 싸게 먹고 좋은 곳으로 가자는 말에 일주일에 두 번 선생님들과 갔습니다. 저도 꽤나 잘 잡히더군요*^^* 그러고 나서 비싼 낚시대 세트를 밖에 버렸더니 순식간에 없어졌더군요. 그 이후론 한 번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018에서 010으로 잘 바꾸셨습니다. 그리 많지 않은 018 폰 가진 분들로 인해 기지국을 없앨 수가 없어 많은 세금이 낭비가 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축하드립니다. 짝짝짝....카메라가 따로 필요없습니다. 화질이 엄청 좋습니다. 카메라를 따로 가져 갈 필요도 없구요.많이 찍어서 올려 주세요. 건강하시구요. 은어에 대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제 처가가 안동댐 상류라서 오래전에 장인이 잡은 은어를 먹어 봤습니다.
기억이 새롭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