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되어도 좋았습니다 그대를 사랑할 때만큼은
당신과 함께라면 영원이길
그대 뒤로 남긴 시
슬픈 바다의 향기
흐르는 강물처럼
그대에게
바람 부는 봄날에는
봄비 내리면
그리움으로
수정(水程) 노을
유리(遊離)눈물
그대만한 그리움은 없습니다
사랑한다면
봄은 여전히 나를 찾아와
당신께 행복을 팝니다
사랑한 후에
월셋방 세레나데
바다의 소야곡
망각의 강 하나 흐르게 하고싶다
바람부는 날의 어느 것 하나
유토피아
눈내리는 저편
길에서 길을 잃다
독도 그 영원의 노래
그대 곁에 있을 동안
처음의 사랑처럼
가슴에 담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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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되어도 좋았습니다 그대를 사랑할 때만큼은
국화꽃 향기가 길 위에서 사라지고
허공에서 떠돌던 낯선 거리가
사뿐히 발끝으로 가라앉을 때
그대 수줍은 미소로 마주치는 순간
열망했던 만큼 흐르는 가시 꽃 같은 눈물
키 작은 잎 새로 꽃을 피우다가
부끄럼 모르고 날리던
그리움의 홀씨 하나
곱게 간직했던 솜털 같은 마음을
한 번의 찬란한 피어남으로
그대 모두 주었거니
습관처럼 살아갈 날 감당할 수 없을지라도
기쁨만큼 되돌아오는 슬픔이라 할지라도
가슴에 서리는 심술궂은 눈물처럼
산산히 부서질지라도
그대 여전히 나의 사랑이려니
길가 뿌연 수은등 아래
초겨울 밤비는 내려 쌓이는데
그대 떠나갈 시간 가슴 조이고
불빛에 떨어지는 슬픈 물소리
보낸 후 찾아오는 뼈저린 고독
아름다운 물소리 눈부신 빛살로
내게 머무는 이름
그대
"눈물 시집
바보가 되어도 좋았습니다. 그대를 사랑할 때만큼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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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라면 영원이길 / 박소향
헝클어진 머리를 빗어 내립니다
언제부터인지 한밤이면
머리카락처럼 헝클어진 마음이
외로운 잠에 섞여 꿈인 듯 생시인 듯
고르지 않은 체온 곁으로 나란히 눕곤 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하나의 일상
그 빈곤한 연가가 되어버린 멍청한 시간들에
군데군데 흠집 난 가슴을 열어 보이며
조금은 부끄러운 줄도 알아야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참으며
내가 보여준 그 한 페이지는
전부일 수도 아님 일부일 수도 있음을
속속들이 내보이지 않고도 말해야했습니다
내 기도를 들어 주는
당신의 가슴이 아플 것 같습니다
아픈 가슴에 기대어 숨을 쉬는 나의 기도는
오늘도 눈물바다입니다
부드러운 시간에 길들여지지 못한 묵상은
그래서 또 길을 잃습니다
살갗에 와 닿는 당신의 목소리는
길들여지지 않은 나의 가슴을 비늘처럼 벗겨냅니다
암담하고 뜨거운 이 궁지에서
내가 부를 이름은 오직 당신뿐이기에
물기 없는 손끝에서
전화선처럼 매달리는 당신의 옷자락을
나는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편견과 오해 같은 삶의 편린들이
배고픈 사막처럼 나를 울릴 때
슬프게 바라보는 당신의 아름다운 눈을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주세요
삭막한 어둠 속에서 더 빛을 내기 위하여
황량한 고독 속에서 더 충만하기 위하여
내가 찾는 유일한 회복은 당신입니다
내가 살아 있어
슬픈 출발을 날마다 하고 있는 동안은요
~~~~~~~~~~~~~~~~~~~~~~~~~~~~~~~~~~~~~~~~~~~
그대 뒤로 남긴 시
그대 잠깐 스쳐가는 바람처럼
설레며 지나는 계절풍이었습니까
이내 가슴이 비어 돌처럼 구르다가
어느 강가에서 이름 없이 잊혀질까
또 그리 하셨습니까
살아감이 힘이 들어
미련은 없다 하지만
이승만큼 더 좋은 곳이라도 찾을까 싶어
쓰디쓴 바람 그 뒤에 멈춘 채
저를 남기신 것입니까
진정 사랑하는 가슴이었다면
헤어지지 말아야지요
그래서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쓸쓸한 저녁이 되어도
그대 앞에 저를 두어야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옷깃만 스치는 인연이라고
소리 내어 한 번
젖은 웃음 남기고 가는
억지스런 그리움이려 했습니까
모르셨습니까
그대 그림자 뒤에서
지나온 발자욱마다
산책하듯 지나치는 거리마다
우리가 주시했던 모든 눈길마다
나는 시가 되고
눈물이 되고 있는 것을...
~~~~~~~~~~~~~~~~~~~~~~~~~~~~~~~~
슬픈 바다의 향기
한때 그 시간의 바다는 슬펐다
빗줄기마저 씻어내지 못한
때묻은 가슴 한 쪽에 허전한 속 내음을 흘리며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시장기
텅 빈 내장의 절규하는 소요가 슬프고
손가락에 끼워져 떠날 듯 말 듯 망설이는
의미 있는 허무가 슬프다
이렇게
무작정 버려져도 아무 할 말 없고
목숨보다 귀하게 다림질하던 그리움 한쪽
어디론가 떨어져 나가고 없어도
할 말이 없다
나를 슬프게 하는 바다
슬픈 바다의 향기가 시간 속에 멈추어 있다
순간으로
또한, 영원으로
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산다는 건
왜 그런지도 모른 척 해야 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참으로 고독한 일이다
~~~~~~~~~~~~~~~~~~~~~~~~~~~~~~
흐르는 강물처럼 / 박 소향
꿈꾸는 조약돌처럼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잊혀진 우리들의 노래를 아십니까
거북처럼 달려 오던 봄이
소슬 바람 이고 앉아
꽃 그늘 아래 퍼지는데
수척한 물살이 퍼 올리는 밤 노래는
누가 밝고 가는 시린 가슴입니까
당신이 남겨 놓으신 꿈들을
하나도 남김 없이 궂이
잊으라 하시면
대체 슬퍼하는 내 그리움은
누구의 몫입니까
당신을 곁에 놓고도
눈 뜨고 지키는 강 너머 불 빛
먼 물가에 김이 오를 때
새벽은 이내 꽃처럼 피어나고
한줄기 푸른 연기가 햇살에 따사롭습니다
아, 당신을 떠날 수 없는 나는
유리창에 부딪치는 차가운 입맞춤 같습니다
해 이른 봄 날
이름 모를 꿈 하나 강 물결에 떨궈 놓고
딸랑딸랑 바람소리에 섞여
당신의 사랑을 안고 나는 다시 걷습니다
시집;바보가 되어도 좋았습니다
그대를 사랑할 때 만큼은 중에서
~~~~~~~~~~~~~~~~~~~~~~~~~~~~~~~~~~~~~~~~
그대에게
살아있는 것이 내게
힘이되는 그대
하지만 때로
반쯤 죽은듯이 나는 산다
반쯤 눈가리고
반쯤 귀막고
반쯤 입닫고
감각을 잊은듯이 그렇게
붉게익어 터져야 할 계절에
넋놓고 매달린 풋과일처럼
무던히도 철 못드는 마음
내 마음 빈 곳에 그대를 담지만
문득문득
한없이 열리는 나를
닫아주곤 한다
눈 다 뜨면
모습 보이지 않을까
귀 다 열면
목소리 듣지 못할까
말 다 하면
그 맘 혹 닫을까
두려운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반쯤만 열어놓은 창 안으로
그댈 맞는다
그래서 때로는
사랑도 숨 쉴수 있도록
시집;바보가 되어도 좋았습니다
그대를 사랑할 때 만큼은 중에서
~~~~~~~~~~~~~~~~~~~~~~~~~~~~~~~~~~~~~~~
바람 부는 봄날에는 / 박소향
흐득 익어간 봄날이
저린 걸음으로 창밖을 기웃거린다
아무도 모르게 옷속으로 파고드는
파란 바람
지나가는 사람들도
봄꽃 닮은 가슴으로 하얗게 물들고
조금씩 부족한 목마름으로
당신을 기다리는 나도
바람부는 이 봄날
남몰래 피고지는 들꽃인지 모른다
~~~~~~~~~~~~~~~~~~~~~~~~~~~~~~~~~
봄비 내리면
봄비
자주자주 내리면
지금보다
더 많은
기억의 줄기들이
꽃을 타고
내릴텐데
어쩌나요.
꽃은
피었으면 좋겠는데
아니 피라 할 수도 없는
심술굳은
이
그리움을요
06 3. 열 일곱 번 째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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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으로
산 꼭대기
구름 한 조각 걸리어 쉬는데
무엇이길래
설운 바람 지나는 자리마다
배어나는 진한 눈물
여기까지 살아도 남은 것 없어
소리 없이 터트리는
회한의 외침인가
벼랑 끝
해 넘어 가기 전 바위 그림자에
어제도 없었을 눈물꽃 하나 뿌려 놓고
내려가라 떠미는 바람에 밀려
가마귀 쫒기는 좁다란 산길을
설움에 지쳐서 떠밀려 가네
무엇이길래
조마조마 망설이며 볼 수 없는 그것을
가슴으로 끌어안고 이렇게
서럽도록 부대끼고 있는가
흐르다가 없어질 맘이라면
산꼭대기 먹구름처럼
애처롭게 어정거리지나 말 것을
산 공기 저녁 놀에
어스름 별빛
마음으로 너를 접는데
그리움의 벽이 다 허물어지고 나면
그때나 이 산길을 내려 갈거나
그립다 가다보면
다 떠밀려 와 있으려나
~~~~~~~~~~~~~~~~~~~~~~~~~~~~
수정(水程) 노을
갈라진 대지의 살냄새가 허공에 날리면
빛의 틈새로 꽂히는 혈의 황혼
목 울을 타고 흘러내린 열정의 숨 끝에
가시지 않은 목마름처럼 그가 늘 숨어있다
서서히 쓰러져 가는 노을의 얼굴만큼
하루를 달구던 가슴 한 쪽에 기대
붉은 취기가 되고싶은 나는
너를 조금씩 닮아가나 보다
네가 없는 거리만큼 쓸쓸한 계절이
또 있을까
바람마저 앉지 않는 마른 가지에
조용히 눕는 수정(水程) 노을
손가락 마디마디 실핏줄을 건드리며
결코 빈 허공일 수 없는 네 등줄기에
빈곤한 시어 숨길 수밖에 없는 나는
수줍은 저녁별이라도 되어야지
뜨겁게 타다 만 정염의 혀끝에
순수의 눈물로 비틀대며 부서지는
초라한 이름이라도 되어야지
살얼음 진 언덕에 눈부신 발아를 꿈꾸는
씨앗의 그 환한 희망의 노래처럼
이제 맘껏 너를 흔들며
감추었던 나신(裸身)을 벗어야겠다
~~~~~~~~~~~~~~~~~~~~~~~~~~~~~~~~~~~~
유리(遊離)눈물
무채색 혈흔이 낭자하게 떨어지다
산산이 깨어져 닿은 그 것에
살이 베인다
바닥까지 차오른 빗물을 끌어안고
숱하게 흔들리며 떠내려가던 밤
손끝에 걸리는 모든 것이
다 아팠다
작별의 날과 악수하던
끝 날 어느 시간처럼
쓰러질 듯한 어둠의 빈혈과
차가운 비悲의 유전流轉이
날마다 문을 여는 곳
서걱이며 방랑하는 억새꽃과 같이
울음투성이 허무에 가슴을 내어 주고
가끔씩 찾아오는 은빛 소망 하나
그 곳에 둔다
눈물의 자리에 견고히 존재하는
어떤 슬픔까지도
모든 사랑의 영지(靈地)임을...
유려(流麗)한 부산물에
조각조각 헤어진 나도
오늘
흐트러진 한 여자의 유서가 되고 있음이다
유리(遊離)눈물에 베어버린 살점을
님에게 건네며
가슴 어느 기슭 쯤에
내 숨의 자취를 남기듯이
2004.6.25
~~~~~~~~~~~~~~~~~~~~~~~~~~~~
그대만한 그리움은 없습니다
하늘이 열리는 동녁 끝으로
안개가 가득
해오름을 받치고 선 아침
보헤미안 음악같은
커피향을 피워놓고
가슴에 얹힌
그대 숨소리를 쓸어 내린다
겨울의 입김이
흔들리는 숨결 한줌 떨구고
어설피 지나가는 창가
수북수북 그리운 그리움에 갇힌다
무채색의 소낙비가
철못든 인연 모두 날리는데
불어난 그리움 추스릴수 없어
하얗게 칠해버린 피안의 세월이여
차가운 외등이
홀로 불을 켜는 또 밤이오면
그대 향한
아름다운 분노가 시작된다
가까워서 더 그리운 사람
그대 때문에...
시집;바보가 되어도 좋았습니다
그대를 사랑할 때 만큼은 중에서
~~~~~~~~~~~~~~~~~~~~~~~~~~~~~~~~~~~~~~~~~~
사랑한다면
살면서
한번쯤
마음껏 사랑하여라
그리고
한번쯤
마음껏 절망하여라
그것으로
인생이
한번쯤
흔들릴 수 있도록...
~~~~~~~~~~~~~~~~~~~~~~~~~
봄은 여전히 나를 찾아와
봄은 여전히 나를 찾아와
낯익은 기억으로 부풀어 오르다가
솜털에 날린 바람 한 자락
옆자리에 툭 떨궈놓고 간다
나부(裸婦)의 살결처럼 물오른 산야에
가지의 입김 푸르게 살아나면
태초의 첫날처럼
얄미운 꽃잎 환히 피어나겠다
봄은 그렇게 나를 찾아와
괜시리 없는 눈물 만들어 주고
이름 모를 풀꽃 하나
허전히 눈물샘에 깃들이게 한다
아, 그 봄날 나도
사랑꽃씨 한 알 네 가슴에 묻어
나 없는 한 동안도
여전히 봄이 오면 피어나게 해야겠다
~~~~~~~~~~~~~~~~~~~~~~~~~~~~~~~~~~~~~~~
당신께 행복을 팝니다
마음을 아름답게 열면
하얀빛이 비춰요
눈이 부셔 뜰 수가 없는
그 빛은 눈을 감아도 보이지요
가슴을 아름답게 열면
사랑 빛이 비춰요
마음이 부셔 기쁠 수밖에 없는
그 빛은 어디서든 빛나지요
눈을 아름답게 열면
빛이 보이죠
사랑이 보이죠
그래서 나는
마음을 열고
눈을 열고
가슴을 열어요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게
당신에게 행복은
내가 팔 수 있게요
2002.11.12
~~~~~~~~~~~~~~~~~~~~~~~~~~~~
사랑한 후에
절망의 순간을 알기 전
어느 계절인지 알 수 없는 꽃잎들이
사랑의 기억으로 하얗게 부풀어올라
허전한 미련들로 눈물겹게 일어서는 그날을
당신의 사랑처럼 기다려야 했다
흩어지는 구름이 추억처럼 쏟아내는
노을의 마지막 불빛 자화상위로
그리움을 피워 올리는 그대 영혼이
쓸쓸한 입맞춤의 숨결처럼 그리웠다
아, 나는 언제고 그대 품이고 싶어라
부드러운 사연으로
가슴 벅찬 그리움을 발자국처럼 남기는
나 언제고 그대 품안이고 싶어라
빗발치는 마음의 문을 닫을 시간이면
창을 열고 찾아 드는 별들의 노래처럼
사랑이 꿈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
월셋방 세레나데
하 세월이 흘리고 간 시간의 뒤안길에서
분주히 하루의 시름을 뜯어내는 사람들
요란한 상층권은 세상에게 떠맡기고
한 귀로 흘려버린 신문지 속 헛된 세상
땅거미지는 지붕 끝에서
여전히 침묵하는 이끼 낀 가난
찿아올 저녁을 기다리는 무수한 고생이여
사는일은 그렇게 사랑하는 것만큼 힘이 들어
가슴에 묻어둔 꿈 월력처럼 말아두고
검푸른 전차칸에 소음처럼 태워가는
파도 같은 인생 노래
어둠의 마지막 시간이 내려놓는 최후의 전당
대문도 없는 벽에
아기처럼 보채는 흰 비니루가
창틈에서 밤새 꽃샘추위로 펄럭이는데
얼굴 숙인 낮은방이 절망만은 아닌 것은
그래도 해바라기처럼 웃을 수 있는
신앙 같은 사랑 때문이리라
아, 뻐근한 가슴 한 쪽으로
가만 가만 파고드는 슬픔섞인 용기여
헝클어진 상처 곁에
소리없는 사나이의 위로여
긴 한숨 속에 그물처럼 걸려 식어버린
그들의 달빛같은 세레나데
~~~~~~~~~~~~~~~~~~~~~~~~~~~~~~~~~~~~~~~
바다의 소야곡
너 없이도 늘 푸른
바다로 간다
상처가 나면 어떠랴
고독마저 보이지 않는 그 바다에
푸르게 묻히고 싶다
바람에 잠긴 노을은
꿈을 꾸는데
허옇게 바닥을 드러내놓고
달려드는
저 파도를 어쩔 것인가
을씨년스런 시간속에 묻혀
묵은 껍질을 벗지못한 나는
꿈이라도 꾸어야지
가슴을 비운 물거품처럼
지치기라도 해야지
어딘가에서
상처를 내고 숨어버린
사랑했던 날들이여
바람이 빠져나간 머리카락 사이로
실신한 바다가 보일때까지
침묵에 시달리게 하라
혼돈의 밤물결위에 가라앉은
너를그만 잊게하라
~~~~~~~~~~~~~~~~~~~~~~~~~~~~~
망각의 강 하나 흐르게 하고싶다
마지막 분신마저
훨훨 떠나 보내는 홀씨처럼
벗어야 할 허물
다 털어 내도 좋은
망각의 강 하나
흐르게 하고 싶다
언젠가
날 떠날 너를 위해
언젠가
네가 떠날 날 위해
망각의 강 하나
가슴에 흐르게 하고 싶다
~~~~~~~~~~~~~~~~~~~~~~~~~~~
바람부는 날의 어느 것 하나
굴곡진 시간 사이로 바람이 샌다
평범한 것 중
지극히 평범한 것 중에 들지 못했던
그 시간 사이로 바람의 때가 묻어난다
어디쯤에서 버렸는지
어디쯤에서 잃어 버렸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자아 한 쪽
비어있는 한 구석이 오늘따라
이리도 시리다
눈물로 커 가는 나이테
하얗게 늘어난 머리카락 수 만큼
가슴의 껍질도 두꺼워 지고
사랑도 때로 구멍이 뚫려
숭숭 바람이 새더라
그래도
죽어라 사랑한다는 그 말에
푹죽처럼 터지는 설레임 있어
가을 한 철 고이 익은 열망
꽃씨처럼 거둔다
~~~~~~~~~~~~~~~~~~~~~~~~~~~~~~~
유토피아
불치의 영혼을 앓는
금지된 기도의 시작
조난 당한 꿈속에서조차 무너져 내리는
길 잃은 약속들
그 고통의 흐느낌 뒤에 오는 이탈의 바다 위에
고혹의 섬처럼 표류하는 마지막 열정
사랑을 맨 입에
그리움을 단숨에
허기진 영혼 속에 팽팽히 집어넣고
흘린 기다림을
다 못 채운 사랑을
밤새도록 발라먹고 있다
영원히 배부르지 않을 유토피아 식탁에서
<시집;바보가 되어도 좋았습니다 그대를 사랑할 때만큼은>
~~~~~~~~~~~~~~~~~~~~~~~~~~~~~~~~~~~~~~~~~~~~~~~~~~~~~~~~~~~~~~
눈내리는 저편 / 박 소향
해가 저물어요. 어머니
캄캄한 자아가 온몸으로 비껴가고
허전히 발목을 쥐는 빈 물결만
곤고하던 내 그리움을 끌어안아요.
당신의 커다란 사랑이
흰눈발처럼 품에 와 안기고
세상을 떠돌던 영원의 한때가
언제부터인지 거기 쉬고 있어요
바람이 부는 그 어딘가로
슬픔은 향해가고
안달하던 영혼이 혼자 남아
죽도록 그리워만 하고 있어요.
아, 이별이 없는 곳 눈물이 없는 곳
맨 처음 당신을 안고 비상하던 첫 비행의 날에
가슴이 무너져 내릴 오늘을
운명처럼 예감 했어요
멀리 떠나와도 그리움은 늘 그 자리이고
결국은 다시
당신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하루
이틀
사흘
당신을 만나 행복하던 그때
2003년 겨울 어느날 .. so hyang ..
~~~~~~~~~~~~~~~~~~~~~~~~~~~~~~~~~~~~~~~
길에서 길을 잃다
아아, 어쩌다가
길을 잃었다
일상의 수중에 없던
여분의 생각만큼
무수히 갈라져 보이는
무의식의 길들
차갑게 꼬리치며 흩어지는
저 길들이
머리칼을 간지럽히는
저녁 눈발처럼
순간
너무나 가벼웁다
길을 잃고 헤맨 게
아니었다
불투명한 생의 속박에서
무뎌진 감각의 문을 닫듯
눈앞에서 환히 보이는
마음의 길을 잃은 거였다
짙은 화장의 두께만큼
새카맣게 가라앉은
세월의 무게가
제 연륜을 못 이겨
저리도 흐트러진
길이 되었는지 모른다
아아, 어쩌다가
정신 놓고 사라지는
막막한 길 위에서
오래도록 홀로 선
내 흔들림
흔들림
2006. 일월 아홉 번 째 눈물
~~~~~~~~~~~~~~~~~~~~~~~~~~~~~~~~~~~~~~~~~~~~~~~~~~~~~~~
독도 그 영원의 노래
광풍노도에 떠밀려 억겁의 세월
흔들리지 않는 뿌리 바다 깊이 내리고
홀로 여한 섬이 되었나니
저 멀리 동해 한 쪽에서
푸른 조국의 뼈대 하나가
지친 우리를 지켜주는구나
수많은 역사의 침노 앞에서도
뜨거운 육지 말없이 바라보며
바닷길 지나던 열사들
영혼의 안식처도 되어 주는구나.
절망과 희망이 지나온 세월 속에 뒤엉켜
기도의 발자국마다 응어리를 풀어내고
마침내
흰 옷자락 핏물 들여 일구어낸 오늘
그대는 열렬히 눈감은 옛 선조들의
눈물 동상이려니
덧없는 욕심 바닷물만큼 출렁여도
내 것이 아니어든
끝까지 가질 수 없음을 알게 하고
억지로 잃은 것은 언제든
제 주인을 찾으리란 걸 알게 하는 힘
독도여
이 민족의 변치 않는 사랑 있으니
동쪽 끝에 우뚝 선 오천년의 절개로
저물지 않는 희망 노래 영원하여라
글숲 출판 "독도 엔솔러지" [독도에게서 온 편지]에 수록
~~~~~~~~~~~~~~~~~~~~~~~~~~~~~~~~~~~~~~~~~~~~~~~~~~~~~~~~
그대 곁에 있을 동안
언제까지 나만 바라보리란
바보 같은 믿음에도
힘이 되는 그대
어디선가 꼭 한번
만나야만 하는 물처럼
땅을 짚고 흐르다가
나 살아있는 동안
사랑하며 그리워할
그대에게 흐르는 시간들은
환한 신방에 걸린 노을같이
얼마나 또 그렇게 아름다운지
이유없이 떠난길도
겁없이 부유하고
곁에 무심히 흘려놓은 말들도
소중하게 가슴으로
한올한올 엮어두지
그대 잠시만 침묵해도
먼지처럼 풀풀 눈물이 날리고
시집;바보가 되어도 좋았습니다
그대를 사랑할 때 만큼은 중에서
~~~~~~~~~~~~~~~~~~~~~~~~~~~~~~~~~~~~~~~~~~~~
처음의 사랑처럼
눈이 부셔
뜰 수가 없어
하얗게 거품을 날리며
손끝으로 빠져 나가는
미친 사랑의 노래
목숨을 걸고라도
부서지고 싶은
처음의 사랑처럼
절망의 희열을 앓는다
풀리지 않는 매듭 사이에서
푸르게 날고 있는
마른 영혼의 춤사위는
황홀한 꿈의 흔적인가
멈추지 않는 그리움에
너를 숨기고
폭풍같은 허무의 잔에
시를 따른다
사랑을 알았던
그 시간을 위하여
너를 알았던
목쉰 눈물의
눈부신 꿈을 위하여
~~~~~~~~~~~~~~~~~~~~~~~~~~~~~~~
가슴에 담은 사랑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사랑하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아무것 가진 것 없어도
마음 하나만 있으면 충분한 줄이요
사랑은 바다처럼 넓고 넓어
채워도 채워도 목이 마르고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고
받고 또 받아도 모자랍디다
사랑은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줄 알았습니다
차곡차곡 쌓아놓고
소복소복 모아놓고
간직만하고 있으면 좋은 줄이요
쌓아놓고 보니
모아놓고 보니
병이 듭디다
상처가 납디다
달아 날까봐
없어 질까봐
꼭꼭 숨겨 놓았더니
시들어 갑디다
힘이 없어 조금씩 죽어갑디다
때로는 바람처럼 떠나도 보고
때로는 물처럼 흘러도 가고
자유롭게 자유롭게 놀려야 한답디다
가슴을 비우듯 보내 주고
모아둔만큼 퍼내어 주고
쌓아둔만큼 내어 주고
죽을만큼 아파도 안 봐야 한답디다
아플만큼 아파야 무엇인지 안단 걸
수 없이 이별 연습을 하고 나서야
알 수 있겠습디다
사랑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인 줄 알았는데
사랑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입디다
시집; "바보가 되어도 좋았습니다
그대를 사랑할 때 만큼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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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시 문 학
25)박소향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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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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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중한 시가 한꺼번에 쏳아저 다보고 갈수가 없군요 천천히 보겠습니다.
수어친교님^^
데미님~ 좋은시 즐감합니다. 제가외롭고 힘들고 심금이 오고 갈때 찾아오는 방입니다. 뵙게되어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