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탕기와 포장기 / 최원집
2003년 개원할 때 구입한 약탕기 두 대와 포장기 한대.
2018년 지금까지 15년을 넘게 아직도 사용중이다.
관리를 잘한덕인지 지금까지 수리하고 부품을 갈며 함께 살고 있다.
복잡한기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부품들과 부속들을 갈아야한다.
압축풍선, 열판, 온도센서, 노즐, 밸브, 접착열선, 콤프레서, 등등
수시로 터지고 막히고 새고 고장이 나서 늘 손이많이가는 장비이다.
특히 포장기 이 녀석은 꼭 사람같아서 쳐다봐주고 신경써줘야 기능한다.
연식이 오래된 탓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곁에 있어주면 고장이 덜하다.
나이가 들어 늙고 병들면 어린아이 같아지는 사람같은 느낌이 든다.
오늘은 새벽에 출근해서 어제 예약걸어둔 쌍화탕(雙和湯)을 뽑고 포장했다.
약포장기 이녀석 앞에 쭈그리고 앉아 에러(error)가 날 때 마다 손을 본다.
약봉투가 걸리거나 안나오거나 겹쳐나오거나, 약이 안담기거나, 등등
한약은 흔히 삼(三) 정성(精誠)이라고 한다.
짓는 정성, 달이는 정성, 마시는 정성이 합(合)해질 때 효능이 난다 한다.
의자(醫者)의 처방하고 달이는 정성과 환자(患者)의 간절함이 만날 때,
한약은 단순한 한약이상의 어떤 시너지 같은 효능을 나타내는지 모른다.
비방(秘方)과 기술을 광고하며 한약시장도 많이 상업화 대형화되었다.
손쉽게 원외탕전을 하거나 약탕기를 구비하지않는 한의원이 많아진다.
비용과 인력을 아끼고 공간을 넓게 쓰려고 약탕실자체를 빼버리기도 한다.
화롯불 옹기약탕기에 약을 달이던 과거에 비한다면 지금의 정성은 약과다.
한재씩 통째로 달이기 시작한 것이 불과 몇십년전의 일이다.
대형약탕기 이전에는 첩약으로 지어서 집에서 달여먹던 것이 그리 멀지 않다.
문득 홀로 이른아침 한약을 뽑고 있자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몇자 적어본다.
2018.2.10.(토)

첫댓글 의자(醫者)의 처방하고 달이는 정성과 환자(患者)의 간절함이 만날 때 --- 不憤不啓 不悱不發(분발하지 않으면 열어주지 않고 표현못해서 답답해하지 않으면 말해주지 않는다)는 논어의 내용이 생각납니다.
정성, 간절함,
예수앞에 나아와 병고침을 받은 사람들은 다 그런 간절함이 있었더랬죠.
그래서 '네 믿음이 너를 낫게하였다"라고 말씀하셨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