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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장의 불공정 관행과 개선 방안
김대현 한국작가회의 저작권위원회 위원장
1. 문학과 저작권
최근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소식이 있었다. 중장년층을 비롯한 기성세대에게는 유년시절의 추억을, 어린이에게는 근대 한국의 시대상을 보여주던 인기 만화 『검정 고무신』작가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그렇다. 아직 생물학적 삶의 여분이 남아 있을 그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 이유는 바로 저작권에 대한 분쟁이다. 산업화된 계약에 익숙하지 못한 작가가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비롯하여 저작물의 권리를 양도한 것에서 기인한 일이다. 인접 영역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사실 이는 문학장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2020년 새해 벽두에 논란을 일으켰던 작가들의 ‘이상문학상’ 수상거부 사태도 그렇다. 당시 이상문학상의 수상조건으로 3년 간 저작권을 양도한다는 조항이 문제가 되었다. 당시 수상자로 호명되었던 김금희 소설가의 문제제기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최은영, 이기호 소설가 등 50 여명의 작가들이 동참하며 마침내 한국작가회의의 성명서와 윤이형 소설가의 절필 선언까지 이르자 이상문학상 운영 측의 사과와 해당 조항의 삭제로 일단락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사실 이 사태는 이미 오래전에 지적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사는 1986년부터 수상조건으로 저작권을 양도받는다는 규정을 적시한 수상수락 동의서를 작가들에게 배포하고 있었다. 당시 수상자들의 상당수는 이에 대해 모욕감과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상의 연속성을 위해 수상을 수락하였다.
이러한 불공정한 상황은 비단 문학상에서 불거진 것만은 아니다. 2021년 SF문학을 주로 출판하는 출판사에서 작가들에게 인세지급을 지연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장강명 소설가의 폭로가 있었다. 또한 자신의 작품에 대한 판매내역을 요청해도 불성실한 대응은 물론, 저작자의 허락 없이 오디오북을 무단으로 발행한 것도 문제가 되었다. 이에 대해 출판계는 해당 사항은 ‘대단히 예외적으로 발생한 극소수 출판사의 일탈’이다라는 반응이었다. 물론 그들의 말처럼 이런 행태가 모든 출판사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일들이 극소수의 일탈이라는 것은 더욱 아니다.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표한 <문학분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를 살피면 해당 설문에 참여한 53퍼센트의 작가가 창작물의 판매내역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였으며. 그 중의 64.1퍼센트는 그럼에도 아무 항의를 하지 못하였다는 충격적인 실태가 그렇다. 이는 창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상기한 문제들이 극소수의 사례가 아니라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시로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제기 자체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수많은 불공정한 사례에도 왜 이 문제는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어렵지 않다. 저작권이라는 법적 개념의 이면에 자리하는 ‘돈’에 대한 이미지가 그 원인이다. 예컨대 “시궁이후공(詩窮而後工)”, 즉 시는 가난한 이후에 더욱 공교해진다는 구양수의 언명이나, “나는 지금 매문을 하고 있다. 매문은 속물이 하는 짓이다.”라는 김수영의 언급처럼 고금을 막론하고 문학과 돈은 그리 친연성을 가지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 문학장의 오랜 믿음이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다른 이유를 한 가지 첨언하자면 이는 근대 미학의 대표적인 표상인 예술의 자율성과도 관련이 있다. 예술은 다른 것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에 해당한다는 논점이 그러하다. 하지만 저작권에 대한 주장은 예술작품 창작의 목적을 금전으로 환산시키는 것으로 인식되어 저작물 권리관계에 대해 창작자들이 언급을 회피하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작가의 저작권을 두고 불공정한 권리관계가 형성되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이러한 배경에 기인한다.
하지만 ‘항산항심(恒産恒心)’이라는 말처럼 작가 또한 허공에 발을 딛고 선 존재가 아니라 대지에 기반을 둔 생활인이다.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달려 있으며 시적 자유는 지적자유에 달려 있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말의 의미는 작가가 작품을 쓰는 것보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요컨대 돈을 벌기 위해 작품을 쓰라는 말이 아니라 창작물을 통해 그 후속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물질적 이익을 작가가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창작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저작권이다. 그러므로 저작권은 창작자들의 문화기본권이자 문화예술을 통해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는 제도적 보장으로서 두텁게 보호받아야 한다.
이 글에서는 현재 문학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저작권 관련 불공정 사례들을, 문예지 원고 게재 과정, 출판 계약 과정, 공모전 및 문학상 출품 단계의 범주로 나누어 해당 범주에서 발생하는 내용들을 유형별로 정리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2. 문예지 원고 게재 과정에서의 불공정사례
유형 1 : 원고 청탁과정에서 서면청탁서 미작성 및 고료 미고지 유형 2 : 고료 미지급 또는 발전기금 및 정기구독 명목으로 인한 고료 미지급 유형 3 : 문예지 수록작품이 타 매체에 재수록 되었을 경우 저작권료 미지급 |
해당 유형에 대한 불공정사례를 정리하기에 앞서 문예지에서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문예지가 작가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시대와 매체 환경의 변화로 인해 다양한 플랫폼이 생기면서 과거에 비해 영향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문예지는 우리 문학장의 최전선에서 작가를 발굴하고 공공의 의제와 담론을 형성하는 전초기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예컨대 작가는, 이른바 등단이라는 개념처럼 문예지를 매개로 작가의 신분을 획득하고 이후 이를 바탕으로 문예지 및 이를 기반으로 삼는 주요 출판사들의 필자로 호명될 수 있다. 나아가 이들 출판사에서 작품 출간이 되어야 대학에 자리하고 있는 문학 연구자들의 연구의 대상이 되며 비(미)등단자에 비해 언론의 조명을 비교적 용이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문예지 작품 게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이 제공하는 기금 등의 다양한 공적지원을 받을 수 있는 준거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예술활동증명이 그러할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들에게 문예지에 원고를 게재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의 작품이 공적인 자리에서 소개되고 회람될 1차적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상기한 바와 같이 문예지 원고 게재 과정에서 불공정한 저작물 권리관계가 형성되어도 다수의 작가들이 침묵하는 것도 문예지가 가지는 이런 권력성에 기인한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유형별로 제시한 불공정한 저작물권리관계들이다.
유형 1은 서면청탁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하더라도 고료를 미고지하는 이른바 ‘깜깜이 청탁’이다. 이러한 깜깜이 청탁은 저작자들로 하여금 정당한 저작물권리관계가 형성되었는지, 권리관계가 형성되었다면 정당한 사례를 받을 있는 지에 대해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구두청탁을 통해 저작자의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유형 2는 서면청탁서를 통해 고료를 기재하고 고지하였다 하더라도 고료를 지급하지 않거나 또는 기한 외 지급 및 일부는 아예 미지급함으로써 고료에 대한 저작자의 정당한 기대를 배반하는 유형이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은 발전기금이나 정기구독 등의 명목으로 고료를 대체함으로써 저작물권리관계가 성립되긴 했지만 불공정하게 형성하는 경우이다. 유의할 것은 이러한 사례가 모두 불공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있다. 학자들이 저널에 게재비용을 두고 논문을 투고하는 것처럼 작가 스스로 상징자본 획득을 위한 투고나 일정한 문학적 지향점을 가지는 동인들이 자신들의 (문학적) 지향점을 밝히거나, 문예지를 자신들의 공유자산(commons)으로 여기고 이에 기여하는 역할을 자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해당 행위의 불공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행위에 이르는 과정이 자의적이었는지, 결정과정에서 (암묵적) 위계관계가 있었는지의 여부의 섬세한 판단이 필요하다.
유형 3은 문예지에 수록된 원고가 2차적 저작권이 발생하였을 경우 문예지 측이 재수록 허가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리하고 통보하지 않거나 또는 재수록에서 발생한 사용료를 정산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교과서나 참고서 등에 수록된 경우들이 그럴 것이다. 이 경우 문예지측에서 재수록관련 사항을 저작자에게 통보하지 않음으로써 저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이 재수록된 것 자체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3. 단행본 출판 계약 과정에서의 불공정사례
유형 1 : 인세 미지급 및 판매부수 미통보 유형 2 : 일정 부수 저자 구매조건 및 1+1 계약 유형 3 : 저작자의 동일성 유지권 침해 유형 4 : 2차적 및 부차적 이용 허락 없는 별도 저작물 작성 유형 5 : 저작권 양도 계약 이후 추가보상 청구 거절 |
창작자와 출판권자사이에서 설정되는 단행본 출판계약은 문학 분야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저작물권리관계에 해당한다. 비교적 저작권이용허락의 범위가 협소한 문예지 게재와 달리 단행본 출판계약은 그 이용허락의 범위가 확대된 만큼 대체로 문예지에 비해서는 서면으로 된 계약서가 활발히 활용되는 편이다. 하지만 문예지와 마찬가지로 작가와 출판사 사이 또한 대등한 계약관계가 형성되는 관계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출판사의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불공정한 권리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앞서 언급한 이상문학상 관련 사항이나 장강명 소설가의 폭로과정에 있어 피해를 입은 작가들이 상당수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항의한 작가들이 충분히 자생할 능력이 있는 일부 작가에 한정되었다는 것도 이의 예증이라 할 것이다.
유형 1의 경우는 판매를 통해 인세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인세를 미지급하거나 기한 후에 지급하는 경우이다. 이는 현재의 출판유통구조에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판매량을 출판사의 고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최근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개발한 ‘출판유통통합전산망’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도서판매정보공유시스템’이 있지만 충분히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므로 출판사가 판매량에 대응하는 인세를 지급하지 않거나 기한 후에 지급하더라도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얼마나 판매되었는지를 인지할 수 없고 또 그에 대해 대응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기에 저작자의 지위가 불안정하게 된다.
유형 2는 출판계약에 따른 위험을 저작자에게 이전하거나 저작자가 출판계약을 통해 가질 수 있는 기대이익을 출판권자가 가져가는 유형이다. 대표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저작자가 출판물을 일정 부분 구매해야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또는 단행본 계약시 이후 출간될 책까지 미리 계약하는 이른바 1+1 계약을 통해 입도선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출판권자는 계약에 따른 위험을 저작권자가 감당할 정당한 범위를 넘어 저작권자에게 이전하는 형식으로 회피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게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제반사정에 비추어 작가의 자의적 판단이 가능하였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형 3은 출판권자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판매나 홍보차원에서 임의로 작품을 수정하거나 가필함으로써 저작자가 작품에 가지는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 경우이다. 저자의 의도와는 다른 제목의 변경이나 작가의 의도를 무시하고 일부분을 삭제하거나 추가하는 것이 그렇다.
유형 4는 저작자의 허락 없는 오디오북의 무단 발행과 같이 저작자가 저작물의 2차적 이용허락을 위임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출판권자가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이다.
유형 5는 앞서의 『검정 고무신』사건이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구름빵』사건과 같이 저작물 양도 계약, 이른바 매절 계약 이후 저작자의 저작물을 통해 출판사가 예상한 기대수익을 상당히 초과하고 그에 따라 저작자와의 관계에서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추가보상청구를 거절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조금 더 깊이 논의가 되어야 하지만, 여기서 논의하고자 하는 바는 모든 계약사항에서 추가보상청구가 발생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와의 계약과정에서 비대칭적 지위로 인해 매절계약에 이르게 된 작가의 경우에 한하며 나아가 그 계약으로 인한 수익이 양자의 기대를 한참 초과해서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한정하자는 내용이다. 이러한 추가보상청구권은 출판사에 비해 열악한 지위에 있는 저작자들의 지위를 보충하는 법규로서 이미 독일 등 출판선진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제도이다.
4. 공모전 및 문학상 출품 과정에서의 불공정 사례
유형 1 공모전 및 문학상 수상시 저작권 양도 조항 삽입(2차 저작물 작성권 포함) 유형 2 문학상 수상작 재수록시 재수록료 미지급 및 추가 인세 미지급 유형 3 공모전에 작품 또는 기획 아이디어 제출시 주최측의 도용 사례 |
공모전 제도는 특정인과 개별적으로 저작물권리관계를 형성하는 문예지 게재 및 단행본 출판계약과 달리 주로 작가가 자신의 작품(미발표작)을 가지고 주최측에 공모하는 현상공모 형식으로 권리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와 함께 공모의 형식 없이 주최측이 작가의 작품(기발표작)을 선정한 후 작가가 수상을 수락하면 권리관계가 형성되는 문학상의 형식도 존재한다. 다만 어떤 형식이라도 대체로 주최측이 작가에 비해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두 형식을 통한 권리관계 형성과정에서 상기한 불공정 유형들이 나타나게 된다.
유형 1은 앞서 이상문학상 사태처럼 공모전 및 문학상의 수상조건으로 저작권을 양도하거나 2차적 저작권을 양도하는 규정을 삽입하는 경우이다. 사실 이는 이상문학상 뿐만 아니라 다른 문학상에서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유형이다. 다수의 작가는 수상조건으로 이런 규정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술한 바와 같이 그런 조항들을 물어보고 살피는것에 대해 작가들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인지를 하고 이후에 작가가 내심으로 그런 수상조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문학상을 수여하는 주최 측의 권위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문예지 청탁배제, 출간 거절 등)을 염려하여 거부하기가 어려운 것도 주요한 이유이다.
유형 2는 수상작품집이라는 명목으로 문학상을 수상한 기발표 작품이 또 다른 단행본에 수록되었을 때 재수록료를 받지 못하거나 또는 재수록료를 받더라도 계약의 미비로 인해 추가 인세 발생시에도 더 이상의 인세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신춘문예 당선작을 수집하여 출판하거나 문예지 등에 수록된 우수작품 선집 등의 사례가 그러하다.
유형 3은 공모전과 문학상에 작품을 출품한 경우 주최 측 또는 다른 외부인이 정당한 권리관계형성없이 제출자의 작품이나 기획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경우이다. 자신의 저작물이 부당하게 침탈되어도 저작자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설령 문제가 되어도 앞서 말한 문학장의 권력관계 때문에 이에 항의하거나 언급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신춘문예나 공모전에 낸 작품을 심사위원이 아이디어를 얻어 발표한다거나 공공기관에 발표한 아이디어를 공공기관의 자신의 사업으로 전용하는 경우들이 그러할 것이다.
5. 개선방안
지금까지 작가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저작물권리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공정한 사례들을 정리하였다. 사실 해당 사례들은 문학장에서 작가들의 저항없이 오랜 기간 관행으로 통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행이 유지된 까닭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문학장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권력관계와 함께 문학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상호신뢰에 기인한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와 함께 기술의 발전으로 창작물의 발표와 출판유통의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제도적 뒷받침 없는 당사자들의 선의만으로는 더 이상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르고 있다.
그러므로 작가들이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관계를 형성할 때 불공정한 사레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상호 대등한 지위에서 서면으로 된 계약서를 통해 계약 내용의 유불리를 충분히 숙지한 후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문예지나 출판사를 운영하는 주체들이 작가를 위계질서의 하위에 자리한 사람이나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권익을 증진하는 동반자로 승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가들 또한 자신이 보유한 저작권이 매문의 대가가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투입하여 산출한 노력의 정당한 사례임을 인식해야 한다. 작가 또한 타인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 자신이 체결하려 하는 계약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약내용의 숙지 여부와 무관하게 계약 상대방에 비해 비교적 열악한 지위로 인해 부당한 계약조건에도 거절하지 못하는 작가들이 많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앞서의 원론적인 해결책과 함께 저작물에 대한 불공정한 권리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보충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문예지 게재, 출판계약, 공모전 및 문학상 출품 등 각 부분에서 상기한 유형들을 한번에 예방할 수 있는 조문이 담긴 표준계약서 양식을 마련하여 작가들이 그러한 것들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정당한 권리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사용자에 비해 열악한 지위에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근로기준법과 마찬가지로 저작권법상의 규정을 통해 출판권자에 비해 열악한 지위에 있는 저작자를 보조하고 쌍방이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할 수 있도록 법규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요청된다.
김대현 문학평론가, 한국작가회의 저작권위원회 위원장. 2011년 『실천문학』평론 신인상 수상. 지은책으로 『당신의 징표』, 『불온한 제국』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