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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에 사는 지킴이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목이 달려 있는 이 책은, 제주도 강정의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에 참여했던 이들의 인터뷰를 엮어서 펴낸 것이다.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었지만, 제주도를 전쟁 기지 없는 ‘평화의 섬’으로 만들고자 투쟁했던 이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여기에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의 호소에 응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강정을 찾아 반대투쟁에 함께 했던 이들을 ‘지킴이’라고 하며, 인터뷰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기지 건설 이후에도 여전히 강정에 남아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투쟁의 과정을 함께 하면서 지켜봤던 그들의 생각을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진솔하게 드러내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주민들과 평화운동가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에 결국 해군기지가 들어섰다. 그 과정에서 강정마을을 상징하는 구럼비 바위가 파괴되었고, 수많은 이들이 투쟁 과정에서 연행되고 구속되어 재판을 받기도 했다. 처음 강정마을에 대한 관심과 투쟁에의 합류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른 계기들이 작용했을 터이지만, 일단 그 대의에 공감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해군기지 반대 투쟁‘에 합류하기 위해 ’지킴이‘로서 강정으로 달려갔다. 해군기지가 완성된 이후 많은 이들이 현장을 떠났지만, 여전히 그곳에 남아 강정을 지키려는 이들이 이제는 ’마을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 목소리를 담아낸 이들의 대부분이 그렇게 ’지킴이‘로 합류했다가 ’마을사람‘으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잊혀져버린 현장일 수 있겠지만, 또한 적지 않은 이들이 여전히 남아서 투쟁의 과정을 기억하면서 함께 했던 이들과의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반추하고 있는 것이다. 공권력을 동원한 국책사업에 맞선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평화와 정의’라는 대의명분이 뚜렷한 만큼 이들은 망설임 없이 기꺼이 그 과정에 동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도 서귀포의 작은 마을에 하나둘 날아든 사람들’이 힘겨운 투쟁에 동참하였고, 각자 ‘무엇을 하다 이곳에 모였는지, 어떤 고민을 갖고 살아가는지’ 등등의 목소리를 남기고자 하여 기획된 결과라고 하겠다.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투쟁이 벌어지던 당시 기성 언론에서는 ‘국책사업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보도 자료를 그대로 재생산하는 기사를 양산하면서, 대체로 기사의 말미에는 그에 반대하는 이들을 비판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로 인해 ‘지킴이’들은 언론의 민낯을 발견하였고, SNS를 통해서 투쟁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기에,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전히 이미 건설된 해군기지를 둘러싸는 인간 띠잇기 행사가 진행되고 있고,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비록 해군기지가 건설되어 원하는 바의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을 알리려는 지킴이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이 책의 출간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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