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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골목 상권을 유지하고 지켜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상점을 꾸려가는 주인의 경제적인 부분을 채워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가게를 출입하는 고객들이 형성하는 지역 문화에도 일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유명세를 탄 지역은 관광객들이 몰려 이른 바 ‘~단길’이라는 명칭이 붙기도 하지만,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골목 상권은 그만큼 신롸외 친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 상권을 형성하는 상점들의 면면과 함께, 그곳을 운영하는 주인들의 장사철학이나 특징에 대해서 소개하는 이 책의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책은 서울의 ‘양천로에서 마곡중앙5로 사이의 골목, 양천로30길’에 위치한 가게들의 상호와 영업 종목 그리고 운영 방식 등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저자 역시 골목 상권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규모 서점이자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게으른 오후’라는 가게의 주인이다. 저자가 속해 있는 골목 상권이기에 더욱 애착을 느낄 수 있고, 주변 상점들에 대해서도 함께 발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2020년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 위기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기에, 그동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많은 손님이 찾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의 기획은 특색 있는 골목상권을 소개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더불어 더 많은 손님이 찾아주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아낸 것으로 이해된다.
저자 역시 이곳이 고향은 아니지만 ‘이 동네에 들어와 붙박이로 20여 년’을 살았다고 소개하면서, 한편에 아파트촌이 들어서 있지만 ‘골목 중간에 우람하게 서있는 수령 7백년이 넘는 향나무’가 존재하는 마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아무래도 주변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까지 가게의 고객이 될 수 있기에, 일반적인 골목 상권처럼 ‘생활밀착형 업종의 작은 가게들이 골목 양편에 나란히 있다’고 한다. 저자 역시 가게를 꾸려가는 입장에서 ‘매장을 찾아주는 고객들에게 상품 외에 편안함과 기분 좋은 경험을 함께 제공하여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친절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골목 전체의 상점들을 모두 알릴 수는 없지만, 특색 있는 가게들을 선별하고 주인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고 하겠다.
커피전문점, 드로잉 클래스를 운영하는 공간, 서점과 함께 글쓰기 클래스를 운영하며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하는 가게 등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또한 소규모의 빵집과 꽃모양으로 장식된 특색 있는 현미 쌀 케이크만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 디저트 상점과 다양한 김밥을 만들어 파는 가게, 그리고 화원과 카페 등 모두 9곳의 상호와 함께 각각의 매장이 지닌 특색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기획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저자는 ‘오랫동안 소비자로 살다가 어느 날 자영업자가 되고 보니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가게 주인들의 모습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그동안 ‘받은 친절에 대해 고객들에게 친절과 감사의 표현으로 들려주’기 위해, 골목에 위치한 가게 주인들을 대신해서 기꺼이 그 역할을 자임했다고 하겠다.
대부분 골목 상권을 이루고 있는 상점들은 임대를 해서 운영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골목상권이 발달하면서 생겨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로 인해 임대료가 급격하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결국 골목 상권을 키우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햇지만,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가게를 비워주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하는데, 저자가 소개하는 골목에서는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각각의 가게들에 대해 그 특징과 운영 방식 그리고 주인의 철학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기에, 자영업을 생각하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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