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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문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세상에는 이미 글쓰기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글쓰기에 관한 책들은 대개 글쓰기의 전략과 방법 등 구체적인 ‘기술’에 관한 내용과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초보자들을 위한 글쓰기에서부터 높은 수준을 요하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글쓰기에 관한 구체적이고 세세한 절차를 다루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글쓰기를 다룬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읽은 책의 내용 중에서 독자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가려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가다듬는 것이라 하겠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다 읽을 무렵 당신은 분명 노트북을 펼치고 빈 화면에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라는 자신만만한 언급으로 ‘들어가는 말’을 마무리 짓고 있다. 나 역시 저자의 언급처럼, 지금 리뷰를 쓰기 위해 ‘데스크 톱’ 컴퓨터 잎에 앉아 있다. 그러나 내가 쓰려고 하는 글은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이 책에 대한 비평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내용이다. 진솔하게 말한다면, 이 책은 나의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먼저 밝혀야 되겠다. 분명 이 책은 글쓰기의 ‘기술’을 다룬 여타의 저작들과 달리, 글쓰기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1부)한 독자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목차에서부터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미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아마도 자신만의 글쓰기 방식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자의 말처럼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최적의 글쓰기 공간 만들기’(2부)를 가장 첫 번째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글쓰기 공간이란 물리적인 공간이기도 하고, 심리적인 공간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로는 ‘침대’조차도 훌륭한 글쓰기 공간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의 초판이 <작가의 방>으로 정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라 이해된다. 그리고 개정판을 내면서 <글쓰기의 태도>로 바꾼 것은 ‘방’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지칭하기보다, 글쓰기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글쓰기의 방법을 포함한 ‘태도’를 다룬 이 책을 통해서, 나는 개인적으로 글쓰기 습관을 돌이켜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떠한 측면에서는 분명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두 8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 책의 목차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주는 조언으로부터, ‘글이 인생이 되려면’(8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에게 세세하게 조언을 던지고 있다. 예컨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잡념에 결별을 고하’(3부)라고 충고하며, ‘불필요한 감정을 다스리기’(4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쓰고 싶은 나와 쓰지 못하게 하는 나’(5부)를 냉정하게 돌아보면서, ‘상상력을 회복하는 법’(6부)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한다. 어쩌면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 검열과 존재감 사이에서’(7부) 방황하기도 하는데, 자기 검열을 이겨내고 글 속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인생이 되는 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각각의 항목마다 작은 제목으로 ‘소항목’을 나누어 그 끝에 ‘교훈(lesson)’과 ‘해 보기(to do)’ 란을 두어 요점을 정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이라면, 이것만을 따로 메모해 두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글을 쓰는 것은 사람마다 그 목적과 의도가 다르기 마련이고, 또한 글을 쓰는 문체나 스타일이 같을 수 없다.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의도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하면 결국 저자의 아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것을 쓰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냉정하게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이 정해진다면, 글쓰기에 관한 책을 통해서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취사선택해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의도와 목적을 분명히 하면서 읽은 책의 조언을 통해 꾸준히 연습하고, 이를 통해 자기 스타일의 글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글쓰기에 관한 책은 그대로 따라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글쓰기 방식을 만들기 위해서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 책 역시 그러한 면에서 글쓰기에 관한 적절한 참고 도서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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