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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하는 수양)과 깨달음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명확하게 이해시키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타인이 선에 대해 아무리 친절하게 설명해도 선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진가를 이해하기 어렵다. 누구든 직접 겪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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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세쓰는 이러한 인식을 한마디로 타파하고 선을 신선한 이념으로 정립했다. 그는 선을 '세련되게 살아가는 삶'이라고 했다. '세련'이란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인격을 갈고 닦는다는 뜻이다. 더러움을 없애고 순수해지는 일이다. 삶의 더러움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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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를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혼자가 되는 것이다. 혼자의 의미는 주위 사람들이 나를 멀리하거나 따돌린 끝에 생간 '외로움'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고독'이다. 혼자인 상태에 놓이는 수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스스로 나서서 혼자가 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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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에 섞여 있을 때 자신은 분열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나와 하나가 된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물을 마시면 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몸속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생생히 전해져 온다. 피부도 민감하게 온도 차를 느낀다. 걸으면 발소리가 들리고 근육의 움직임도 평소보다 잘 느낄 수 있다. 온몸이 자신을 느낄 수 있게 변화한다.
정적 속에 앉아 홀로 식사하며 음식을 맛본다. 식기를 씻고 그저 앉는다. 저물어가는 하늘에서 새들이 훌훌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흔들리는 검은 구름 사이로 달이 나오는 광경을 바라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마치 영원을 산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 자체가 평소와는 전혀 다르다.